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야그 펴냄,1만5천원
짜라두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패러디? 아니다.
‘짜라두짜’가 ‘차라투스라’이다.
원어 발음이서 네 음절인 것을 그대로 네 음절로 옮겼다.
사실 차라투스투라는 발음하기에 너무 길다.
그것은 문제다.
왜냐면 이 책은 원래 발음과 운율이 매우 중요한 시(詩)이기 때문.
기존 번역들은 대개 산문으로 돼 있다.
옮긴이는 이 책을 원래대로 시로 옮기는 고된 작업을 멋지게 해냈다.
번역문들을 소래내서 읽어보면 알 것이다.
맞다.
<짜라두짜>는 폐부를 찌르는 아포리즘과 우화가 가득한 ‘재미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래도 니체인데, 어렵지 않을까.
“니체 문장은 명징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또 뜻을 알 수 없는 신비주의적 횡설수설을 한 적이 없다”고 옮긴이는 단언한다.
술술 읽힌다.
(옮긴이는 “‘반짝반짝 작은 별’ 정도의 난이도”라 한다) 좀 어려운 대목엔 388개에 달하는 해박 명쾌한 주석이 득달같이 대기하고 있다.
옮긴이의 수고는 이 책에 성경처럼 장과 절 표시를 ‘세계 최초로’ 하는데서 절정에 달한다.
원본이든 번역본을 막론하고 최초이다.
읽다보면 장절 표시의 편리함이 절로 느껴진다.
니체 연구자들에겐 획기적인 텍스트가 될 법하다.
명성은 하늘을 찌르는데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고전이라지만, 니체는 애초부터 이 책에 ‘모든 이를 위한 책, 그러나 아무도 이해하지 않는 책’이란 부제를 일찌감치 붙여 두었다.
그래서일까. ‘초인’이란 말의 뜻을 조금만 알았어도 벌어지지 않을 ‘나치즘하고 친한 철학자’ 같은 엉터리 오해가 생겼다.
초인은 저 너머의 슈퍼맨이 아니라 바로 요즘의 우리들에 가깝다.
그래서 니체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라 하는 것일 게다.
니체는 “아포리즘을 읽는 사람은 거인이어야 해”(7:7)라고 했는데, 우리가 거인이 되는 길, 가까이 있다.
정진욱 전문위원·북 칼럼니스트 chung88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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