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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중국발 경제 위기 오나… 세계가 긴장
[커버스토리] 중국발 경제 위기 오나… 세계가 긴장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8.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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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초고속 성장, 어떻게 볼까] 과열 억제 정책 잇따라 실패, 위안화 절상 임박 … 중국 수출 크게 줄어들 수도. 쟁점 1. 중국 정부, 과열 억제에 성공할까. 이달 15일부터 중국의 지급준비율이 8.5%로 오른다.
지난 달 5일, 7.5%에서 8.0%로 올리고 겨우 한 달 열흘이 지난 뒤다.
지급준비율이란 고객에게 언제라도 지급할 수 있도록 예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탁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비율을 높인다는 건 시중의 자금을 중앙은행으로 끌어들여 경기 과열을 막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두 차례나 지급준비율을 올린 건 그만큼 중국 정부가 경기 과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에도 11.3%나 늘어났다.
1995년 1분기 이래 11년 동안의 최고 기록이다.
수출이 25.2%나 늘어났고 이런 놀라운 성장 속도를 반영하듯, 고정자산 투자도 29.8%나 늘어났다.
이제 문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장의 후유증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9.9% 성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거침없는 성장에 세계가 겁을 집어먹고 있다.
마냥 방관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커진 탓이다.
예상을 크게 웃돈 성장률도 놀라웠지만 더 충격적이었던 건 그동안 중국 정부가 내놓은 긴축 정책이 거의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뿐만 아니라 4월에는 대출 최저금리를 5.85%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대출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수출 보조금을 줄이거나 신규 투자를 제한하는 등 다각도로 과열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성장의 속도를 꺾을 만큼 강력한 긴축 정책은 아니었고 거품은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성장의 속도를 조금 늦출 뿐 성장 기조를 꺾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후진타오 주석은 일찌감치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려면 일정 수준의 성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중국 정부의 11차 경제개발 계획에는 앞으로 5년 동안 경제 성장률 목표가 9.5%로 잡혀 있다.
2분기 성장률 11.3%보다는 낮지만 시장의 기대를 훨씬 웃도는 목표다.
쟁점 2. 과열 잡으려다 성장 꺾을라. 중국 정부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열은 걱정되지만 성장의 속도를 늦추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찌감치 1990년 후반, 과열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은 바 있다.
과잉 투자의 거품이 꺼지면서 한때 14%를 웃돌았던 GDP 성장률이 7%까지 떨어졌고 17.4%에 이르던 고정자산 투자도 1999년에는 5.1%까지 줄어들었다.
성장은 짜릿했지만 그 후유증은 오래 남았다.
올해 들어 중국 정부가 내놓은 긴축 정책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지만 그 태도는 매우 조심스럽다.
인플레이션 우려만 없다면 어느 정도 과열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정징핑 대변인은 “성장률이 지나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다만 성장 속도가 약간 빠른 것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비교적 안정적인 소비자물가지수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중국 바깥에서는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는 “과잉 생산과 부동산 거품, 부실 대출을 잡지 못하면 중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HSBC은행의 쿠홍빈 연구원도 “지나친 기대가 과잉 투자와 경기 과열을 부르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디플레이션과 함께 기업의 연쇄 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스티븐 로치 연구원은 좀 더 나아가 통화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방 정부가 너도 나도 투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급준비율을 조금 높이는 정도로 과열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따지고 보면 부동산 투자와 거품을 앞장서서 부추기는 것도 지방 정부다.
경기 과열은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로치 연구원은 “긴축 정책이 늦어질수록 중국 경제가 받게 될 충격도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쟁점 3. 해답은 위안화 절상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위안화 절상 밖에 없다.
위안화 절상이란 위안화의 환율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가치를 높인다는 이야기다.
환율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무역 흑자가 줄어들고 중국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
수출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생산과 고정자산 투자도 줄어든다.
경기 과열을 잡는 것은 물론 수입 물가를 낮춰서 내수 소비를 늘릴 수도 있다.
중국은 1993년 시장 개방 이래 고정환율제를 유지해 오다가 지난해 7월부터 부분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변동을 허용하되 하루 변동 폭을 상하 0.3%로 제한한 것이다.
중국이 해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환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시스템 덕분이었다.
높은 환율은 외국 자금을 끌어들이고 중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환율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 의회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중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와 실업이 중국의 저가 공산품 때문이라는 게 민주당 찰스 슈머 의원 등의 입장이다.
헨리 폴슨 신임 재무부장관도 “강한 달러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위안화 절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정보센터 주바오량 부주임은 “중국 기업들은 이제 5% 수준의 위안화 절상을 감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과열을 막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쟁점 4. 중국 부동산, 연착륙 할 수 있을까 한편, 급등하는 중국 부동산 가격도 심상치 않다.
고정자산 투자 가운데 부동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24.3%에 이를 정도다.
세계 평균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은 한때 이 비율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부동산 투자가 GDP 증가율을 2배 이상 웃도는 것은 물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4.9%에서 지난해에는 11.0%까지 늘어났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투자는 올해 상반기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늘어났다.
이 가운데 부동산 담보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8.0%에서 올해는 22.7%까지 늘어났다.
부동산 투자의 대부분이 상하이나 베이징, 광둥성 등 투기 과열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중국 70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지난해 6월 대비 5.8%나 올랐다.
특히 다롄(14.6%)이나 선전(13.7%), 베이징(9.0%)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외국인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4월 대비 115%나 늘어났다.
투기적 수요가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온갖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쳐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부동산 과열이 경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금융권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미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주택 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고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거대한 금융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가격 급등이 상당 부분 수요 불균형에서 비롯했고 한동안 조정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과열 억제보다는 불균형 해소 차원에 비중을 두고 있다.
고 연구원은 “부동산 산업은 중국 경제에서 여전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쟁점 5. 중국이 기침하면 우리는 골병든다 SK증권 김재은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은 성장률을 낮추겠다는 의미 보다는 수요 불균형을 해소하고 아울러 중국의 성장이 가져온 글로벌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게 좋다”고 지적한다.
투자와 수출의 과열을 잡고 상대적으로 내수 소비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는 것으로 이해하자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따라서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은 여전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긴축 정책의 강도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CJ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가시화 될 경우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리 수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23.6%에서 하반기에는 25.2%로 조금 늘어났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12.0%까지 떨어졌다.
자칫 2004년 4월의 차이나 쇼크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키움닷컴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중국의 성장 둔화가 완만한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내년부터 다시 성장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이야기다.
“1960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40대에 진입해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 수출 경쟁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적다.
저축률도 높아 핵심 내구재 소비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일단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더 쉬워진다.
수출 가격이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미국 수출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역시 성장 동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안화 절상은 원화 절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중국과 우리나라 경제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홍 연구원은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도시가구 1인당 국민소득은 1천360달러, 서울 올림픽을 3년 앞둔 1984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2천309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2천300달러에 이른다.
1984년 무렵 우리나라 수준은 된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보유 대수가 100명당 2.1대로 늘어난 것도 우리나라의 1984년과 비슷하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연 평균 11%에 이르는 놀라운 성장을 이어왔지만 정작 소비 증가율은 연 평균 8.5%에 그쳤다.
홍 연구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내수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 이후 내수 시장의 성장이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상황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특히 HDTV를 비롯해 고가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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