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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그들이 몸을 풀면 재벌은 좌불안석
[스페셜리포트] 그들이 몸을 풀면 재벌은 좌불안석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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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저승사자’서울지검 금융조사부 검사 7인방 ‘이인규-박성재’최강 라인업…회계사 신호철‘금융통’ 제주출신 박수종‘강력통’…이원석‘제2의 이인규’각광 2003년 2월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수사팀이 SK그룹 서린동 본사를 급습했다.
타깃은 33층에 위치한 구조조정본부 사무실 등. 목적은 SK 내부문건의 압수수색이었다.
SK측은 크게 당황했다.
최강의 정보력을 뽐내던 SK정보팀조차 형사9부의 출현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습이었다.
SK 한 관계자는 “청천벽력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형사9부 수사팀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했다.
게다가 민첩하고 치밀했다.
‘이인규 사단’ 금융조사부로 탈바꿈 SK압수수색의 ‘야전사령관’은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사법시험 24회·사법연수원 14기)이었다.
당시 직책은 형사 9부장. 그는 SK수사 단 ‘한방’으로 재계를 바들바들 떨게 만든 주인공이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재계의 저승사자.’ 무엇보다 그는 최태원 SK 회장, 손길승 SK그룹 전 회장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재벌총수의 첫 번째 구속 사례다.
게다가 손 전 회장의 입에서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자백까지 이끌어내 검찰 역사상 최고의 수사로 평가되는 ‘대선자금수사’의 물꼬를 텄다.
SK수사는 또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다.
검찰조직의 개편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SK수사를 계기로 대선자금수사까지 촉발되자 ‘금융조사’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이인규’의 형사9부는 금융조사부로 개편됐다.
그는 초대 금융조사부장에 등극했다.
이 차장은 이제 스타검사로 불린다.
내로라하는 연수원 동기생인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원,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 홍준표,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의 명성을 능가할 정도.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하다.
SK수사 이후 그를 꺼리기 일쑤다.
혹여 이 차장이 수사를 진두지휘하면 ‘잘못 걸렸다’면서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는 명실상부한 재계의 경계대상 1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차장의 탁월한 추진력과 끈기는 검찰 내에서 최고”라면서 “재벌이라고 해도 한번 증거를 잡으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현재 특수 1· 2· 3부, 마약조직폭력범죄수사부, 외사부 및 첨단범죄수사부 그리고 금융조사부를 지휘하고 있다.
그 중 금융조사부에 대한 애정이 가장 깊다는 게 검찰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가 금융조사부장을 내정하는 과정에서 장고를 거듭한 것은 어쩌면 금융조사부에 대한 ‘애정’ 때문일지 모른다.
박성재(사시 27회·연수원 17기) 금융조사부장은 이 차장이 간택한 인물이다.
이를테면 ‘이인규의 남자’다.
그는 희대의 법조브로커 ‘윤상림 사건’을 수사했던 김경수 특수2부장, 썬앤문그룹을 수사 중인 홍만표 특수3부장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연수원 동기다.
박 부장은 검찰 내에서 가장 청렴한 인물로 손꼽힌다.
변호사와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꺼린다.
그만큼 깐깐하다.
게다가 비리 앞에선 피아(彼我) 조차 없다.
‘자기 식구 챙기기’란 말은 그의 사전에 없다.
대검감찰2과장 시절(2005년) 검사의 폭력사건에 대해 철저한 내부감찰을 실시, 관련 검사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것은 유명한 얘기다.
박 부장은 이론과 실전을 겸비하고 있다.
대검 검찰연구관(2002년), 사법연수원 교수(2003년) 등을 두루 거친 덕이다.
사법연구원 교수시절엔 검찰실무·수사절차론·특수수사론·통일법 연구 등을 강의했다.
그래서 ‘빈틈을 찾을 수 없다’는 평을 종종 듣는다.
박 부장은 최근 심기가 불편하다.
법원이 시종일관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추가증거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삼성 에버랜드 판결이 자신의 뜻과는 거리가 멀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이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한겨레 김경호
“… 검찰은 ‘공소장’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과 증거를 보고 판결하면 되는 것이지 대체 뭐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우리는 모든 증거를 꼼꼼하게 제출했다.
뭐가 두려워서 증거 보완을 요구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 금융조사부의 ‘선장’ 박 부장의 강단이 읽히는 대목이다.
박 부장을 축으로 금융조사부엔 총 6명의 ‘민완’ 검사가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의 면면 역시 예사롭지 않다.
전석수 수석검사(사시 34회·연수원 24기)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과 연수원 동기생이다.
98년 제주지방검찰청에서 검사의 첫발을 내딛은 그는 대전지검 홍성지청(1999), 창원지방검찰청(2001), 법무부 법무과(2003) 등을 두루 섭렵했다.
서울지검 조사부 시절(2005)엔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을 수사했다.
금융조사부의 ‘허리’는 신호철, 박수종 검사(이하 사시 36회·연수원 26기)다.
신, 박 검사는 김명주, 김재원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과 연수원 동기다.
신 검사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 졸업반이던 88년 공인회계사에 합격한 그는 안진회계법인(1990)에서 회계사로 약 3년 간 재직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그는 금융·회계에 관한한 전문가의 식견을 능가한다.
회계비리를 포착하는 재주도 탁월하다.
신 검사가 검찰 내 최고의 ‘금융·회계통’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두산그룹 ‘형제의 난’을 철저하게 수사하기 위해 외국 출장에서 막 돌아온 신 검사를 재빨리 담당 수사부서에 배치한 바 있다.
바로 이것이 금융·회계전문 검사 ‘신호철’의 진면목이다.
제주 출신인 박 검사는 제주 대기고등학교가 배출한 수재 중 한명이다.
현재 대기고 출신 법조인은 허기원, 현두륜 변호사 등 총 16명뿐이다.
그는 사실 ‘강력통’ 검사다.
2000년 부산지검검찰청 강력계 검사시절 도박현장을 단속하면서 브로커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받은 경찰관을 적발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주인공이다.
박 검사는 금융조사부에 배속되기 직전, 거물 법조브로커 ‘김홍수 사건’을 최초로 인지, 초동수사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이라면 조관행 전 부장판사 구속사태에서 기인한 ‘사법파동’이 그의 ‘손’에서 시작된 셈이다.
박성재 부장 “검찰은 공소장으로 말한다” 이원석 검사(사시 37회·연수원 27기)의 활약상은 금융조사부 내에서도 두드러진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수사로 호평을 받는다.
어떤 압력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는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이인규 판박이’라고 부른다.
그가 삼성에버랜드 CB사건· 신세계 경영권 편법승계 고발사건 등 제법 굵직한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이유다.
참여연대가 최근 제기한 ‘신세계 대주주 차명주식 보유의혹’도 이원석 검사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신세계그룹 대주주 일가가 대규모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해왔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국세청이 포착하고 수백억 원 대의 세금을 추징할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도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원석 검사는 지난 10일 ‘평검사 전보’에서 수원지검으로 발령됐다.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CB사건·신세계 경영권 편법승계 고발사건의 중대성을 감안, 파견 형식으로 금융조사부에 남기로 했다.
ⓒ임영무 기자
손영배(사시 38회·연수원 28기), 이주형(사시 40회·연수원 30기) 검사는 금융조사부의 막내 격이다.
손 검사는 기업회계 부정과 각종 주가조작사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주형 검사는 이원석 검사와 함께 삼성에버랜드 CB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선 ‘역대 최강의 라인업’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기업 수사전문 집단 ‘금융조사부’ 이처럼 금융조사부의 면면은 화려하다.
대부분 강성 ‘금융통’ 검사들이 포진해 있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격’도 남다르다.
검찰 관계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깐깐한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강골’ 성향까지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정상명 검찰총장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부서는 금융조사부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돈다.
이만하면 ‘철옹성’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 금융조사부가 확대 개편될 예정이다.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6월 말 탈세사범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올해 말 금융조사부를 금융조세 1·2부로 개편할 예정이다.
계편안에 따르면 1부에선 금융·탈세사범 수사를, 2부에선 증권사범 수사를 전담할 계획이다.
이는 조세포탈사범에 대해 강력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탈세사범 수사를 금융·증권 관련 범죄 수사와 연계해 지하경제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범죄에 엄벌을 내리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재계로선 어쩌면 마뜩치 않은 소식일 수 있다.
금융조사부만으로도 부담스러운 데 ‘혹’ 하나 더 붙인 셈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각광받고 있는 금융조사부의 또 다른 ‘변신’에 재계의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 VS 신세계 공방 제2라운드

“차명주식 보유”에 “대꾸할 가치 없다”

참여연대가 지난 9일 신세계그룹 대주주 일가가 대규모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해왔던 것을 국세청이 포착했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올 상반기 중 신세계 대주주 일가가 신세계 임직원 명의로 돌려놓았던 차명주식을 다시 대주주 일가에 돌려준 사실이 포착돼 국세청이 수백억원대의 세금추징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검찰도 이와 관련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국세청이 미납세금을 추징 중이라 하지만, 신세계 대주주 일가의 차명 주식보유 및 거래는 그 구체적 내용에 따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자를 처벌하는 조세범처벌법 위반은 물론이거니와 그 포탈세금 규모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총장은 “세금 추징 규모는 적어도 300억~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측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신세계 한 관계자는 “참여연대가 왜곡된 사실을 계속 유포하고 있다”면서 “수백원이라는 참여연대의 주장은 터무니없으며 세금추징액은 20억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신세계와 참여연대는 지난 4월 쌍방을 서로 명예훼손과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고,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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