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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표류하는 경전철“길좀내다오”
[커런트] 표류하는 경전철“길좀내다오”
  • 황철 기자
  • 승인 2006.08.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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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미래교통정책 지자체·정부 불협화음 속출…계획대로 진행되는 곳‘전무’ 미래교통수단으로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는 경전철 사업이 십여 년째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등 관련 기관들의 정책 공조 실패가 원인이다.
이들의 엇박자 속에 사업은 지연되기 일쑤고, 착공을 기다리는 지역 주민과 건설사들의 불만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수년간 경전철 사업이 표류하다 보니, 세월 따라 입지 여건이 변하는 것은 당연지사. 결국 바뀐 상황에 맞게 수요 예측과 타당성 조사 등을 다시 실시해야하고,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도 벌어진다.
정책 실패와 사업 지연, 부대비용 발생이라는 불운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전철 언제쯤 탈까 국내에서 경전철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된 것은 지난 1990년대 초반이다.
대체 교통수단을 갈망하던 지역주민의 요구와 정부의 정책적 목표가 맞물리며, 15년 가까운 세월동안 활발한 논의가 진행돼 왔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수도권과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잇따라 경전철 운영계획이 수립됐고, 본격적으로 공사 일정이 잡히기 시작했다.
99년에는 한국형 경전철시스템(K-AGT) 연구가 추진돼, 미래형 교통수단 등장의 꿈을 더욱 부풀게 했다.
그러나 막상 경전철 공사의 첫 삽을 뜨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업 타당성과 재원 조달 문제 등을 두고 잡음이 일기 시작했다.
지자체와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사업추진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실제로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추진된 열네 군데의 경량전철 사업 중 당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시공에 들어간 경전철 사업은 부산 반송선, 용인선, 김해선 등 단 세 곳. 이중 유일한 국가재정사업인 부산 반송선은 1996년 사업 준비 후 7년 만인 2003년 12월에야 착공식을 가졌다.
민자사업으로 재정 부담을 줄인 용인 경전철은 십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해 12월에야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운영기본계획을 수립한 1996년 이후 9년만의 일이다.
용인 경전철은 사업진행 초기 재원부담과 노선 선정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았고, 사업자와 수입보장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 두 경전철 사업은 각각 2008년, 2009년 완공을 목표로, 그나마 순조로운 작업 진척률을 보이고 있는 편이다.
14년 만에 공사에 돌입한 김해 경전철 사업은 올 2월 착공 이후에도, 과다비용 논란을 거듭하며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착공 시기가 당초 목표했던 2004년보다 2년 가까이 늦어지다 보니, 물가 상승과 역사 추가건 등으로 대규모 추가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다 비용과 재원 마련 문제는 향후에도 번번이 공사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활기를 띠던 광명선의 경우, 이효선 광명시장 취임 후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기까지 했다.
이 시장이 경전철 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교통수요 부실예측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 선거 때마다 선심성 공약으로 남발하던 경전철 사업의 일반적 모습과는 대조를 이루지만, 졸속 계획에 따른 정책 실패의 결과라는 점은 공통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경전철 시대가 열리고 있다지만, 실상 용인 경전철을 제외하면 사업이 무난히 진행되는 곳을 찾기 힘든 실정”이라며 “공사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할 수 있지만, 국내 경전철 사업은 애당초 검토단계에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교통수요 예측이나 사업 타당성 검토 등을 면밀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리가 없다.
일례로 서울 강북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우이-신설간 경전철 사업의 경우, 지자체와 정부의 정책조율 실패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건설교통부로부터 승인이 완료된 이 사업은 갑작스런 기획예산처의 적격성 재검토 권고로 계획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자료 대구경북연구원. 주 K-AGT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한국형 AGT를 말함.
“애당초 잘 했어야지” 올 3월로 예정됐던 제3자 고시만 해도 이르면 연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착공 시점도 내후년 이후를 기약하게 됐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관계자는 “기획예산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9월까지 검증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며 “10월께 제3자 공고를 준비하고 있으며, 시공은 이후 1년 정도 지난 시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이나 참여 건설사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내후년 초 공사가 시작된다면, 완공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1~2년 늦어지게 된다.
교통난 해소와 지역발전을 위해 착공을 기다려오던 주민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사업이 지연될 때마다 불필요한 유지관리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울시와 예산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검토된 2003년과는 지역 상황이 달라져, 검증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위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근래 몇 년간 뉴타운 계획이 수립되는 등 여건이 많이 바뀌어, 실정에 맞게 사업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역주민과 건설사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7천억 이상의 재원이 드는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전철은 지하철과 버스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기존 중량 전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지하철, 전철 등에 비해 노선 설계가 용이하고, 건설비용 역시 절반 수준이어서 높은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 무인자동운전 등 첨단 기술과 결합, 시설 운영비 등 유지 비용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다.
중량전철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적고, 전기로 구동되는 친환경 도시철도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수송능력은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정도로 시간당 5천~3만명 정도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다.
기존 중량 전철은 5만~9만명, 버스의 경우 1천~5천명 수준이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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