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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국CEO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커버스토리] 한국CEO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6.08.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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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EO 행복지수 엿보기] 우리나라 CIAO들이 느끼는 행복지수 평균 78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세리(www.seri.org) 커뮤니티. 이곳 이슈 토론방에서는 ‘함께 가요…. 행복 주식회사 Korea’라는 주제를 놓고 경제인들의 뜨거운 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이 방 주제의 핵심은 행복지수와 돈과의 상관관계.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당연히 행복해진다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전제가 무너지고 있기에 벌어지고 있는 토론이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 역시 경제학의 주요 연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소위 ‘행복경제학’(Happiness Economics)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듯 항상 행복에 관한 주제는 온 국민이 즐기는 대화의 밑반찬이다.
최근 부쩍 행복에 대해 다뤄지게 된 것은 어쩌면 한국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하위권인 102위에 랭크됐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면서부터 일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로는 호주 부근의 작은 섬나라인 바누아투공화국이 선정됐다.
바누아투의 경우 삶의 만족도는 7.4, 평균수명은 68.6세, 1인당 국민소득은 2천944달러였다.
바누아투는 열대 덩굴로 엮은 줄을 다리에 묶고 뛰어내려 남성의 담력을 과시하는 번지점프로 우리에겐 더 잘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비해 비교조차 안 되는 바누아투가 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 결과는 경제력이 행복과 비례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단적인 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우리나라 CIAO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평균 78점이라는 한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CIAO 행복지수 78점이라는 수치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설문을 주도했던 매일경제신문의 전 호림 기자는 “행복지수 100점 만점 중 78점은 얼핏 보기에 높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설문 임했던 175개 기업의 CIAO라면 경제력이나 지위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최 상류층이라고 봐야하기 때문에 78점의 점수는 결코 높은 점수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노조가 눈치 보여 자신의 행복지수를 굳이 깎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CEO도 있었지만 국내 최고의 CEO들이 체감하는 행복지수는 “아직은 불행하다”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CEO들의 행복지수를 깎아 내리는 불행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회사의 성장과 이익 창출, 최고수준의 기술 개발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은 CEO로서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달리 보면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하나하나 만족시켜야 하는 경영자들의 강박관념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라면 누구의 눈치도 보는 볼 필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잠깐이라도 실적이 떨어지거나 주가가 하락하면 당장 주주들 눈치를 봐야 한다.
생산기술 개발로 조립라인을 교체하게 되도 걱정이 앞선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노조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호재가 있어 언론의 인터뷰가 쇄도해도 오너 경영자의 눈치가 보인다.
물론 오너 경영자와 전문 경영자간에는 행복지수를 결정하는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
특히 행복의 조건인 ‘건강’과 ‘가정 화목’에 대한 생각은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자간에 미묘하게 다르다.
83% 이상의 오너경영자는 건강'을 1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전문경영자인 CEO는 이보다 약 20% 가량 낮았다.
△전문 비즈니스 스쿨에 참가한 CEO들은 음식평론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수업을 선호
반대로 '가정 화목'에 대해선 전문경영자인 CEO가 오너경영자보다 2배를 넘게 중요시 여겼다.
또한 전문 경영자인 CEO들은 오너경영자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계속되는 과로, 조직단합 꾀하기 등에 치이다 보면 체력이 종종 머리보다 더 필요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CEO에겐 앞으로 잃게 될지도 모를 불안감도 문제지만 이미 잃은 것에 대한 상처도 크다.
그들은 가장 많이 희생한 것으로 개인적인 취미나 여가생활을 꼽았다.
그들에게 가정은 이제 잠만 자고 빠져 나오는 하숙집으로 전락한 셈이다.
건강ㆍ체력 약화도 행복지수를 깎아내리는 적이다.
이처럼 아직도 많은 우리나라의 CEO는 무방비로 실패와 시행착오에 노출되어 있고 이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세우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견기업들 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CEO 보험’ 붐은 우리 CEO들의 만족스럽지 못한 행복지수를 잘 반영한다.
‘CEO 보험’은 우리나라엔 아직 명문화 되어 있지 않다.
다만 ‘CEO플랜’이라는 용어로 보험 컨설턴트와 CEO들 간에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모 생명보험사 컨설턴드의 말을 빌리자면 CEO 보험과 유사한 상품을 찾고 이에 가입하려는 CEO들이 무척 늘고 있다고 한다.
그는 “CEO들 간에 이 보험에 가입하려는 생각이 마치 하나의 트렌드처럼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의 CEO들이 가입하고 있는 보험 상품은 회사에서 가입하고 개인을 피보험자로 두는 형태의 법인명의 개인계약일뿐이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CEO들을 CEO보험이 아닌 보험에라도 목을 매고 싶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이미 CEO보험이 활성화 되어 있다.
CEO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릴 때를 대비한 상품이다.
갑자기 회사가 힘들어져 몇 개월간 소요될 회사 비용과 회사가 급하게 갚아야 할 채무액에 대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기업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CEO 보험과 마찬가지로 ‘세리CEO’도 삶에 지친 CEO를 위안시켜주는 방편으로 자리 잡고 있다.
“CEO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뭘 원하는지를 알고 싶으면 세리CEO에 들어가 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세리CEO는 화제다.
삼성그룹의 CEO와 임원은 물론 내로라하는 기업의 CEO들은 거의 다 회원이다.
세리CEO의 회원관리를 담당하는 이용규 팀장은 “이 달 들어 연회비 120만원을 내는 정회원이 이미 7천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자료출처 세리 이슈토론방, 근로시간과 임금격차로 본 CIAO 행복지수)
세리CEO의 성공은 CEO들의 행복추구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바쁜 그들을 위해 고급정보를 5분짜리 동영상으로 브리핑하는 서비스도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지만 CEO들의 라이프스타일·고민 ·욕구·필요 등에 철저하게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이 인기의 이유다.
와인·재즈·등산·독서 등 다양한 주제의 모임도 눈에 띈다.
대인관계클리닉 원장인 양창순 박사가 진행하는 ‘심리클리닉’ 코너 역시 CEO들이 즐겨 찾는 강좌 중 하나다.
상처받은 CEO가 이곳에서 위안을 찾는다는 증거다.
세리CEO 콘텐츠를 담당하는 김진혁 팀장은 “오프라인 조찬 모임에는 매회 평균 600여 분 정도가 참가한다.
특별세미나에도 130여명 정도는 상시 참가한다”며 “회원들의 열성은 제작진을 넘어선다”고 덧붙였다.
세리CEO 정회원인 한 유통회사 간부인 한범석씨는 “와인이나 요리·음악·미술 등 문화적인 소양을 넓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맘에 든다”며 세리CEO 팬임을 자처했다.
그는 “행복한 CEO가 늘어야 나라가 행복해진다.
행복한 CEO의 모습은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곧 신뢰받는 경영으로 업무 능률과 이미지 제고에 좋은 효과를 거두게 된다.
결국은 회사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와 소비자들에게도 파급되어 전달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최선의 행복’ 행복계량학파 선도자 격인 에드 디너 교수는 미국 400대 부호의 행복지수와 얼어붙은 땅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족이나 케냐 사막의 유목 민족 마사이 족의 행복지수가 같은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워런 버핏은 왜 300억달러가 넘는 거금을 쾌척했을까. 결론은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버핏이 "천국으로 가는 여러 가지 길이 있지만, 이 길이 가장 큰 길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버핏은 부의 크기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는 것이다.
아직은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우리나라의 CEO의 행복지수.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프랑스 격언을 실천하는 철강왕 카네기와 석유재벌 록펠러에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미국 부자들의 자선 기부문화를 우리나라도 배운다면 CEO의 행복과 행복코리아로 가는 발걸음이 보다 단축될 것이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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