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비즈니스] 명동 노점 “우리가 우습게 보여?”
[비즈니스] 명동 노점 “우리가 우습게 보여?”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6.08.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켓진단] 권리금만 최고 1억원 호가 … 목 좋은 곳은 하루 백만원 벌이 거뜬 지난 달 8일, 서울 명동 한 복판에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20여명의 장애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명동 중앙로 노점상에게 오물을 뿌려 한바탕 소동이 벌어 진 것. 이 같은 난데없는 오물 투척 소동 때문에 명동일대는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액세서리와 모자, 꼬치와 떡볶이 등 분식을 팔고 있던 10여 개의 노점상이 오물로 더럽혀지면서, 노점상과 장애인들은 몸싸움을 벌였다.
인분(人糞) 냄새가 진동하고 행인들은 코를 막고 자리를 피하기에 바빴다.
당일 인분을 투척한 장애인들은 “신한은행 명동지점부터 예술극장까지 50m 정도 비어 있는 노점자리를 확보했다.
그 후 노점을 하려고 지난 2월부터 인근 노점상의 연합단체인 '명동복지회' 측을 설득해 왔는데 자신들의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아 그와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본 인근 의류 매장의 종업원은 “사실상 명동에 새롭게 노점을 차리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일 것이다.
아마 장애인들도 몇 번의 시도 끝에 그걸 깨닫고 홧김에 훼방이나 놓아보자는 심산으로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웃지 못할 사건을 단순히 해프닝 정도로 여겼다.
이렇듯 명동에서 노점상 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일일까? 서울 명동의 중앙로는 ‘대한민국 노점상 1번지’라고 불린다.
중앙로에 줄지어 자리 잡고 있는 노점상들은 각지의 노점상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곳에서 장사를 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인생 대박을 보장 받은 것이라고 하여 ‘노점상의 엘도라도’라고 불릴 지경이다.
15일 오후 4시경 명동 중앙로에 꽤 이름난 김밥 집 앞. 광복절 휴일이라서 평일보다 두 배의 인파가 몰렸다.
명동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밀리오레 정문을 지나치는 중앙로 초입은 명동 중앙로 중에서도 노른자위다.
첫 번째 마주친 노점상에 다가가 “이곳에서 노점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무척이나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뜬금없는 질문에 무척이나 경계하는 눈치다 . “그냥 삼촌 도와주러 나왔어요.” “저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 “저는 그런 거 몰라요.” 노점상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모르쇠로 나온다.
강력히 조직화 되어 있음을 절감하게끔 했다.
리어카 매매에 액세서리 제품을 판매하는 50대의 노점상 주인이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귀띔을 해준다.
“내가 이 바닥에서 20년째요. 얼마 전에도 장애인들이 들이닥쳐서 똥을 뿌려댔지만 소용없는 일이지. 권리금으로 1억원을 가져와봐. 그래봐야 소용없어. 부르는 게 값이지. 그리고 지금도 노점 수가 많아 줄여야 할 판국인데 만약 자리가 나온다 하더라도 누굴 소개해주겠나? 서로 달려들어 확보하면 그만이지. 아는 사람 아니고는 거래 자체를 안 해. 이런 거 자꾸 물어봤자 소용없어. 나 이만 장사 시작해야 돼.” 하루에도 수십 명이 그런 질문을 하는데 이젠 대답하기도 귀찮다는 것이다.
명동 지역 노점상은 다른 지역의 노점상과 사뭇 다른 특징이 있다.
생계형으로 노점을 지켜내겠다는 순진한 의지가 아니다.
기업으로 치면 1급 대외비인 셈이다.
노점 운영에 관한 사항을 패밀리가 아닌 사람에게 오픈 하는 것은 절대 금기조항이다.
한 개인이 여러 노점을 관리하는 기업형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자신의 매대를 제3자에게 공공연히 임대해주는 행위는 이곳 노점상에게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 만약 그런 행위가 발각되면 주변 노점상이 임대한 노점상이 운영을 못하도록 철저히 방해한다.
임대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공연히 임대 행위를 해서 괜히 여론의 뭇매를 맞거나 행정당국의 제제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대외적인 발언일 뿐 끼리끼리는 통하고 있다는 것이 주변 상가 주인들의 언질이다.
주변 부동산 업자는 노점은 음성적으로 거래되며 권리금은 위치에 따라 6천만∼1억 원 선에 이른다고 언질해 줬다.
이렇게 비싼 자릿세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노점상은 ‘명동 중앙로 입성’을 꿈꾼다.
월 평균 800만원 이상의 순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좋은 노루목에 잘 팔리는 유행 제품을 적절히 구비한다면 “좋은 자리는 하루에 100만원 이상의 수익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상점 주인이 부수입 노리고 '깔세' 명동 노점의 로열티가 계속해서 상승하는 이유에는 서울 중구청의 내부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노점관리를 담당하는 서울 중구청은 명동 내 200여개의 기존 노점은 그대로 유지하되 신규로 생겨나는 노점은 철저히 단속한다는 방침을 새워놓았다.
중구청 건설관리과 백영규 주임은 “중구청도 다른 구와 마찬가지로 신규 노점 확산 방지에 치중하고 있다.
기존 노점의 상황에 대해서 단지 수치 정도를 파악 했을 뿐 더 이상의 정보는 없다.
노점상의 인적사항이나 개인이 몇 개의 노점을 운영하는지에 대한 사항 등은 기존 인력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매년 시청에 노점상 수치 정도만 파악해서 보고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명동의 노점 형태는 상점 앞 바닥에 펼치는 깔세형 좌판과 이동하기 편한 리어카 일색이다.
깔세란 임대 기간만큼의 금액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월세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상점 주인이 노점상에게 부수입을 노리고 깔세를 주는 경우도 있고 노점상이 자신의 매대 옆을 빌려주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렇게 깔세형 좌판과 리어카는 단속을 피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구청의 단속 예정일도 노점상끼리는 미리 공유한다.
“바로 내일, 16일에 단속이 나올 겁니다.
구청에서 단속 나오는 날이니 그날만큼은 구청의 비위를 맞춰야 해요.” 만약 단속시 구청의 경고장을 무시하는 매대의 경우, 이후 단속에서 그 매대는 가차 없이 제제를 당한다는 것은 노점상들의 불문율이다.
1억원 이상의 권리금을 내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재벌형 노점은 명동 지역 외에도 남대문이나 동대문. 강남대로 동편, 건대건철역 입구 등을 꼽을 수 있다.
노점이 하나의 상권으로 자리 잡으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 재벌 노점상들은 판매에 열을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쓰고 정작 자신들은 더 좋은 자리를 확보 하는데 신경을 쓴다.
판매 수익도 수익이지만 권리금 수익이 더 달콤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정보를 들으면 이들 재벌노점들은 몇몇이 함께 뭉쳐 신도시의 좋은 노점 자리를 선점하려고 원정을 나서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지라 명동 노점 진출은 묘엲나 일이다.
그래도 반드시 명동 중앙로에 노점 진출을 원한다면 몇 가지 방법은 있다.
다짜고짜 권리금을 싸가지고 간다해도 노점상 확보는 어려운 일이고 다만 틈새를 노리는 경우다.
스스로 노점상의 아르바이트를 자처하면서 주변 노점상인들과 인맥을 쌓는 방법이다.
그러다가 간혹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장사를 그만두게 되는 노점상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외곽 쪽 장사가 상대적으로 잘 안 되는 노점을 찾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많은 노점상 주인은 최신 트렌드 정보에 약하기 때문에 판매 경쟁에서 뒤처지므로 좋은 아이템으로 동업을 제안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때에도 거쳐야할 심사가 남는다.
기존 노점상과 동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 권리금을 지불하고 새롭게 노점을 하는 경우에는 주변 기존 노점상이 다루는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