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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터넷] ‘플래시’탄생 10년…MS도전 이겨낼까?
[IT·인터넷] ‘플래시’탄생 10년…MS도전 이겨낼까?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8.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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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모든 운영체제·브라우저 장악 새 컴퓨터를 막 켰거나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했을 때 인터넷에 들어가 가장 먼저 설치하는 프로그램이 뭘까. 바로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다.
플래시가 없으면 제대로 볼 수 없는 사이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은 플래시로 된 배너 광고가 많아서겠지만 플래시 없이 웹 서핑을 한다는 건 플래시를 설치하라는 안내 메시지 때문에라도 매우 곤란한 일이다.
그 플래시가 곧 탄생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또 아직 남아있기도 하지만 플래시만큼 오래 살아남고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도 드물다.
전세계 97%의 PC에 설치 어도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3억2천500만대, 윈도즈는 물론이고 맥과 리눅스 등 모든 운영체제를 통틀어 97%의 PC에 플래시가 설치돼 있다.
플래시는 대표적인 멀티미디어 저작도구다.
간단하게는 한때 인기를 끌었던 엽기토끼 동영상을 생각하면 된다.
플래시는 벡터 방식으로 이미지를 저장하기 때문에 용량이 작고 화면을 키워도 이미지가 깨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벡터 방식이란 색깔 있는 점을 채워 넣어 이미지를 구성하는 비트맵 방식과 달리 선과 면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플래시는 1996년 5월 벡터용 애니메이션 저작 프로그램으로 처음 출시됐다.
플래시를 처음 만든 회사는 퓨처웨이브라는 벤처기업. 이름도 '퓨처 스플래쉬 애니메이터'였다.
처음 구상은 종이에 그리는 것처럼 쉽게 그래픽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선을 그리고 선으로 둘러싸인 면에 색깔을 한번 찍기만 하면 된다는 것. 이 간단한 프로그램은 출시되자마자 그해 8월 디즈니 홈페이지에서 사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12월에는 매크로미디어에 전격 인수·합병되기에 이른다.
일찌감치 플래시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것이다.
매크로미디어는 인수와 동시에 플래시 1.0을 내놓는데 이때를 플래시의 탄생으로 본다.
플래시는 그 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플래시 MX에 이어 플래시 9.0까지 나와 있다.
사운드 기능과 심벌, 레이어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액션 스크립트라는 플래시 개발 언어가 나오기도 했다.
액션 스크립트는 멀티미디어와 프로그래밍의 결합을 가능하게 했다.
플래시 MX 이후에는 별도의 플레이어 없이도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
7월 4일 출시된 플래시 9.0은 기존 버전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진 것은 물론 개발자 환경이 강화돼 혁신적인 고급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은 용량과 빠른 속도, 한결 강화된 보안 기능도 돋보인다.
동영상 화질도 크게 개선됐다.
웬만한 비디오 프로그램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플래시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어디에서나 작동한다는 것, 거의 모든 운영체제와 거의 모든 브라우저를 지원한다.
심지어 PDA나 휴대전화에서도 작동된다.
플래시는 엄밀히 말하면 웹 브라우저 위에서 동작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응용 프로그램으로 동작한다.
이미 거의 모든 컴퓨터에 설치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내려 받을 필요도 없다.
이만큼 광범위한 확장성을 확보한 프로그램은 플래시가 유일하다.
플래시를 쓰면 세계 어느 컴퓨터에서도 동일한 멀티미디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익스플로러의 자바 스크립트가 다른 운영체제와 다른 브라우저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플래시의 매력을 새삼 절감할 수 있다.
시간과 장소, 디바이스에 제약 없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판도라TV나 유튜브, 엠군닷컴 등의 동영상 사이트들도 사용자들이 올린 동영상 파일을 플래시 파일로 자동 변환해 저장하고 있다.
용량이 줄어들어 실시간으로 재생하기에 훨씬 가볍고 빠르기 때문이다.
화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작은 화면으로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해 12월 어도비가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합병하면서 플래시는 이제 어도비 플래시로 불리게 됐다.
합병에 즈음해 방한했던 짐 제라드 부사장은 "시간과 장소, 디바이스의 제약이 사라진 스탠더드 플랫폼이 가능하게 됐다"고 선언했다.
멀티미디어 시장을 공력하고 있는 MS를 겨냥해 "기술력으로 MS를 넘어서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어도비는 최근 플래시 라이트와 플래시 캐스트를 잇달아 출시하고 모바일 디바이스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노키아, 모토로라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레인콤 등 휴대전화나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도 모두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으로 플래시를 채택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어도비의 이원진 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플래시는 단순한 웹 콘텐츠 저작 도구에 머물러있었으나 이제는 어플리케이션 개발과 모바일 테크놀로지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도비는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었던 플래시 사이트를 선정하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코드명 아폴로

플래시가 브라우저를 밀어낼까

'C넷'에 따르면 어도비는 웹 브라우저 없이도 웹에 올려진 플래시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래시버전을 개발 중이다.
코드명 아폴로는 당연히 그래픽 SW업체들은 물론 MS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아폴로의 베타 버전은 올해 말 개발자들에게 공개되고 내년 초에는 일반에게도 무료로 제공된다.
지금도 물론 브라우저가 없이도 플래시 플레이어를 실행시키면 PC의 플래시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아폴로는 아예 플래시 플레이어로 온라인 접속까지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게 가능하게 되면 플래시로 만든 웹 메일 같은 경우는 굳이 익스플로러를 실행시킬 필요도 없게 된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고 깔끔하다.
심지어 오프라인에서 플래시 파일을 구동해 저장하고 온라인이 됐을 때 전송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웹 브라우저가 오프라인일 때 먹통이 되는 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다.
'C넷'은 항공사에서 제공한 플래시를 실행시켜 오프라인에서 항공권 예약 정보를 넣어두면 인터넷에 연결되자마자 바로 예약을 마칠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MS는 그래픽 SW 시장에서 여러 차례 어도비에 도전했다가 매번 쓴맛을 봤다.
영역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MS의 워드프로세서, MS워드 역시 어도비 아크로뱃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아크로뱃도 플래시만큼은 못하지만 거의 모든 PC에 깔려있다.
그런 어도비가 MS에게는 몹시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어도비가 MS의 아성을 공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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