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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라이프] 말 대신 4X4 타고 몽골 초원 누빈다!
[오토라이프] 말 대신 4X4 타고 몽골 초원 누빈다!
  • 진희정 기자
  • 승인 2006.08.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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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TV·인터넷·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친 당신, 몽골로 떠나라 연일 30도가 오르내리는 고온과 열대야로 많은 사람들이 지쳐 있다.
각종 업무나 일에 대한스트레스, TV, 신문, 잡지, 인터넷 등에서 쏟아지는 각종 정보들로 지친 마음은 더욱 피곤하다.
이런 이들에게는 칭기즈칸의 땅 몽골의 초원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는 광활한 초원에서 말 대신 4X4(4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스트레스나 더위쯤은 한방에 날릴 수 있다.
이번 여정은 울란바토르를 출발해 우기 호수, 체첼렉 마을을 거쳐 졸로틴 계곡, 사간 호수, 토손생글, 텔르멘 호수, 노므룩, 히르가스 호수를 지나 울란곰에 이르는 1천606km의 대장정이었다.
몽골의 중부 초원을 횡단하는 코스. 칭기즈칸과 그 후예가 말을 타고 달리던 초원을 4X4로 달리는 동안, 어느새 마음은 몽골 기병이 돼 있었다.
몽골은 156만4천116㎢(한반도의 약 8배)라는 넓은 땅을 가지고 있지만, 경작지는 0.76%에 불과하고 2006년 7월 현재 인구는 284만명에 불과하다.
수도는 울란바토르이며, 몽골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화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어 교육 열풍이 한창이다.
10살 먹은 어린이까지 영어를 사용할 정도다.
국경은 북서쪽으로 러시아 연방과 접하고, 남동쪽으로는 중국과 경계를 이룬다.
국토 전체가 아주 높은 지대로 형성돼 있는데, 해발 평균고도가 약 1천600m에 달하는 고원 국가이기도 하다.
지형은 대체로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다.
몽골 유목민들의 식탁은 ‘하얀 음식’과 ‘빨간 음식’으로 채워진다.
하얀 음식은 말이나 양 등 가축의 젖으로 만든 각종 유제품을 총칭하는 말이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충분히 짜낸 동물의 젖으로 마유주(말젖을 발효시켜 만든 술), 수태차(우유차의 일종) 등 여러 가지 유제품을 만든다.
밤 11시까지 지지 않는 태양 유제품은 보존식품이며 1년 내내 먹지만, 유제품이 가장 풍성한 계절은 역시 여름이다.
빨간 음식은 가축을 도살해 얻은 육류를 총칭한다.
몽골인들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통통하게 살찐 가축을 도살해 혹한기에 대비한다.
그래서 육식이 가장 풍성한 계절은 겨울이다.
몽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초원과 고비 사막. 하지만 고비 사막의 대부분은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 포함되어 있다.
몽골인민공화국은 면적의 77%가 풀밭인 초원공화국이다.
지평선까지 펼쳐진 초원이야말로 유목민의 나라 몽골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지난 7일 12시쯤 자동차에 올라 울란바토르에서 300㎞ 떨어진 우기 호수로 향했다.
대장정의 출발이다.
시내에서 두 시간 남짓 달리다보면, 아스팔트는 끝이 난다.
이내 푸른 초원에서 뛰노는 말, 양, 야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좋지 않은 도로 사정 탓에 엉덩이가 연방 들썩거리지만 새파란 하늘 아래 초원을 뛰노는 동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만은 평화롭다.
몽골에서는 울란바토르를 포함한 몇몇 대도시 외에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
전화를 걸 수도 받을 수도 없으며, 컴퓨터나 인터넷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동물과 초원과 유목민들이 사는 이 풍경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다.
몽골은 일교차가 심하다.
낮에는 보통 섭씨 30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엔 10도까지 온도계의 눈금이 쑥 내려간다.
초강력 에어컨을 켜놓은 듯하다.
저녁 8시가 넘어가도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아주 따갑다.
몽골의 여름은 해가 오전 4~5시에 떠서 오후 10~11시나 돼야 진다.
반대로 겨울에는 해가 아침 10시에 떠서 4~5시쯤이면 져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몽골의 회사들은 회사의 업무시간을 오전 10시쯤 시작해 5시면 끝나는 곳이 많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과 늦게까지 지지 않는 태양은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한다.
밤 11시 쯤 되어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자, 반쯤 열린 천장과 땅 바닥에서 차가운 기운이 몰려왔다.
다시 해가 뜨는 새벽 4시까지는 태양 대신 어둠과 추위가 초원의 지배자가 된다.
해가 지자, 몽골 초원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가로등을 포함한 일체의 조명시설이 없고, 맑은 공기 탓에 밤하늘의 별과 달은 더욱 또렷하다.
호수에 비친 달은 고향을 떠나온 이방인들의 지친 마음을 풀어줬다.
이날은 우기 호숫가에 자리한 게르 캠프촌에서 잠을 청했다.
둥그런 원형의 흰 천으로 둘러싸인 게르는 울란바토르 시내는 물론 초원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몽골인의 전형적인 주거 형태다.
말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어 유목민의 필수품인데, 초원을 달리다보면 소달구지에 게르를 짓는 각종 도구들을 싣고 이사 가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천막이나 나무 플레임 등의 자재만 있으면 게르를 만드는 데에는 2~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평균 시속 80㎞도 내지 못하는 느림보 행군이 꽤 고단했던지, 온몸이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아파온다.
해가 뜨자 하루의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푸른 하늘과 초원, 한가로이 노니는 말들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을 즈음 야생화들을 만났다.
푸른 초원 위에 마치 수채화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노랗고 하얀 꽃들은 초록에 지친 눈에 큰 선물이 됐다.
초원 곳곳에서 마주친 이름 모를 나무도 반갑다.
후드득. 갑자기 빗방울이 차창에 떨어졌다.
주변은 온통 푸른 하늘인데 달리는 자동차 위만 먹구름이다.
몽골의 여름은 대체로 건조한 편이지만 기후 변화가 심해서 이렇게 마른 하늘에서 비가 쏟아질 때도 자주 있다고 한다.
이날은 오후 9시가 돼서야 목적지인 졸로틴 계곡에 도착했다.
아침에 출발한 지 12시간 만이다.
이곳은 지진이 나서 생긴 깊은 계곡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아직도 지진의 여파가 남아 땅이 계속해서 갈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날은 비가 와서인지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갔다.
새벽녘이 되자 풀 위에는 서리까지 내렸다.
다음 날 아침 졸로틴 계곡에서 약 50km 떨어진 사간 호수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몽골의 잘생긴 말들을 만났다.
여정을 함께 했던 몽골인 운전기사 어떠커 바이에르(54)씨는 “몽골 사람에게 말이란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말과 관련된 곡이 많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몽골에서는 말을 타지 못하면 사람대접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유라시아 대륙 휩쓴 몽골의 준마 사간 호숫가에서는 몽골 말을 탈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승마 체험은 1시간에 4천원 정도로 저렴하다.
몽골 말은 키가 조랑말보다는 크고 서양 말보다 40㎝ 이상 작아 초보자가 승마를 처음 배우기에 적합하다.
승마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몽골 말은 달릴 때 서양 말보다 위아래의 움직임이 적어 먼 거리를 달리는 데 적합하며 마상에서의 공격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칭기즈칸의 몽골 기병은 바로 이 말을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었다.
이제는 관광객을 태우고 느릿느릿 사막을 걷고 있는 말의 슬픈 듯한 눈망울에서 과거의 영광에 대한 씁쓸한 회상이 겹쳐 보였다.
사간 호수에서 몽골의 전통음식인 허르헉(양고기 찜)이 나왔다.
허르헉은 양고기를 큼직하게 잘라 감자, 당근 등의 야채와 함께 양철통에 넣은 후 불에 달군 돌을 통에 넣어 뚜껑을 닫은 후 1시간 정도 익혀 먹는 요리이다.
독특한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양고기 특유의 진한 맛에 거부감이 없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매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시 300km를 더 달려 밤 10시가 넘어서야 토손생글에 도착했다.
며칠 동안 초원을 달리다보니, 우리나라로 치면 면 소재지 규모 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이 마을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다음 날은 텔르멘 호수와 감누므룩 마을 근처, 히르가스 호수를 지나 울란곰에 이르는 600여 km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무려 15시간을 쉼 없이 달렸다.
이곳 초원은 낙타와 독수리들의 천국이었다.
여정이 끝나고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교통전쟁과 폭염으로 문명에 대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드넓은 초원과 너무 선선해서 춥기까지 했던 몽골의 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익숙한 도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초원을 달렸던 지난 날들이 모두 긴 꿈이었던 것처럼 아스라하다.
바이르테(Bayartai), 몽골. 진희정 기자 jhj155@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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