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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통사 본사에‘괴물’이나타난다면?
[이슈] 이통사 본사에‘괴물’이나타난다면?
  • 황철 기자
  • 승인 2006.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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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중계기 대부분 미설치…재난 발생하면 문제 심각해질 듯 휴대전화는 최근 흥행 대박을 터트리고 있는 영화 ‘괴물’에서 이야기 전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매개체다.
비운의 주인공인 여고생 현서가 갖고 있는 고물 ‘휴대폰’ 한 대가 관객을 웃기기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괴물에 납치(?)된 후 죽은 줄 알았던 현서에게서 휴대폰 연락이 오면서, 주인공들의 박진감 넘치는 구출 작전이 시작된다.
현서의 은신처였던 한강 내 후미진 하수구는 미미한 통화 감도지만, 다행히 발신이 가능한 지역이어서 가족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러면 국내 통신 산업의 전초기지격인 이동통신사 사옥에 ‘괴물’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전제 자체가 허황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역설적이게도 국내 이동통신사 사옥 곳곳에 통신 사각지대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KT를 포함한 국내 이동통신사 사옥에서는 대부분 경쟁사 중계기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사옥 내부에는 경쟁사 단말기의 통신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고, 그나마 감도가 뜨는 곳에서도 통화품질이 현격히 떨어지기 일쑤다.
모 이동통신사 직원은 “회사 경영의 심장부에 타사의 중계기가 설치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느냐”며 “타사의 경우에도 모두 비슷한 상황이며, 기자실이나 외부 인사들의 접견실 등이 위치한 곳을 제외하고는 송수신이 어려운 곳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타 이통사 단말기를 보유한 사람들은 사옥 주변의 기지국이나, 중계기에 의존해 통화를 시도해야 한다.
주변지역의 송수신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지상층의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지하 주차장은 아예 먹통인 곳도 존재한다.
지하 주차장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멀쩡한 휴대폰을 갖고도 구호를 요청할 수조차 없는 구조다.
이동통신사들의 왜곡된 경쟁의식이 화재 등 갖가지 위험에서도 신속한 대처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고, 도심 지역에서 통화불능 지역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휴대폰은 이미 단순한 통화 기능을 넘어, 신속성에 기초한 편의와 위기상황 대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쟁사 중계기를 굳이 설치할 의무는 없지만, 이통사 간 과도한 경쟁의식과 자존심 대결이 고객들의 통신권을 암묵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지하 주차장 등에서 화재 등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SK텔레콤 본사(서울시 종로구 위치)에서는 지하 주차장초입에만 들어가도 경쟁사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다.
통화성공률 99%대에 이르는 지역이지만, 국내 최대 이통사이자 최고의 통화품질로 정평이 나있는 SK텔레콤 사옥에서는 헛된 말일 뿐이다.
KT, KTF, LG텔레콤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본사가 위치한 건물에 타 기관들이 함께 입주해 있어 SK텔레콤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사용 층에서 경쟁사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본사에서 타사 제품을 사용하는 직원이 전무한 데 굳이 중계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통사들 모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상황이 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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