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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터넷] 주가는 올렸는데 팔 데가 없네?
[IT·인터넷] 주가는 올렸는데 팔 데가 없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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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TV 가능성 보고 주가 급등 … M&A 가능성은 크지 않아.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요즘 그나마 숨통이 트였을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치던 주가가 가까스로 반전에 성공, 가파르게 뛰어올라 거의 7천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5일 주가는 6천770원. 한때, 2천220원까지 떨어졌던 걸 생각하면 반년 만에 세 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올해 2월 50% 감자를 반영해도 4천440원에서 52.5%나 오른 셈이다.
가뜩이나 주식시장도 좋지 않았는데 말이다.
박병무 사장이 누군가. 손을 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리지 않은 곳이 없다던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불리던 인수·합병의 귀재 아니던가. 대학 입학 예비고사 전국수석, 서울대 법과대학 수석 입학에 이어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과 하버드 로스쿨 졸업 등 온갖 화려한 경력은 물론 대상의 라이신 사업부 매각이나 H&Q의 쌍용증권 인수 등 굵직굵직한 M&A 딜을 성사시켜 이름을 날렸다.
김&장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가 2000년 로커스홀딩스 사장으로 옮겨 싸이더스와 씨네마서비스, 예전미디어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줄줄이 인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성사시킨 가장 큰 딜은 2000년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인수. 뉴브리지는 2003년, 제일은행을 스탠더드챠터드에 팔아넘겨 1조1천51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고 그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뉴브리지캐피털코리아의 사장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그가 뉴브리지에 옮겨와 성사시킨 첫 번째 딜이 바로 하나로텔레콤 인수였다.
2003년 8월 하나로텔레콤은 부도 위기에 몰려 있었고 대주주였던 LG그룹은 발을 빼고 있었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뉴브리지가 하나로텔레콤에 구원의 손길을 뻗친 것이다.
국부 유출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뉴브리지는 그해 9월, AIG그룹과 컨소시엄을 맺고 하나로텔레콤에 11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딱 3년이 흘렀다.
그동안 하나로텔레콤의 경영실적은 참담할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2천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박병무 사장이 하나로텔레콤으로 옮겨온 게 올해 3월, 박 사장의 취임을 두고 뉴브리지가 지분 매각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지만 주가는 그 뒤로도 여전히 매입가격에도 미치지 못했다.
승승장구하던 뉴브리지와 박 사장의 자존심은 참담하게 구겨졌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50%의 감자를 단행, 누적적자를 정리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대외적으로는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을 위한 몸값 올리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도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기만 했다.
그러다가 바닥을 치고 올라선 게 8월 들어서 M&A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하나TV가 주목받기 시작하면부터다.
△ 하나로텔레콤 제공
하나TV는 하나로텔레콤의 부진한 실적을 만회할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TV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한 달에 7천원의 이용료를 내면 영화나 드라마, 교육, 스포츠 등의 콘텐츠 등을 무제한 볼 수 있는 서비스. 보여주는 대로 볼 수밖에 없는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과 달리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는 주문형 비디오인 셈이다.
하나로텔레콤에 따르면 7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하루 평균 1천500명이 가입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 가입자가 올해 말까지 25만명, 내년 말이면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초고속 인터넷 부문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하나TV가 가입자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 잡을 거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대를 반영한 듯 하나TV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최근 하나로텔레콤의 주가는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박병무 사장이 일찌감치 올해 3월 사장에 취임하면서 주력사업으로 내세웠던 게 TV포털, 바로 하나TV였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는 초고속 인터넷과 전화로 돈을 벌었지만 앞으로는 TV포털이 핵심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며 "단순한 통신회사가 아니라 세일즈&미디어컴퍼니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KT가 홈엔이라는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하고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썰렁하기만 했다.
CJ투자증권 진창환 연구원에 따르면 하나TV 관련 손실이 올해는 261억원, 내년에도 15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예상 당기순손실 529억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진 연구원은 "하나TV를 단기적인 손익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하나TV의 주된 목적이 가입자 유지와 장기적인 마케팅 비용 절감에 있기 때문이다.
서너 달 사이에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으로 바뀐 것이다.
3년 전 뉴브리지 컨소시엄의 매입가격은 감자를 반영해 1주에 6천400원. 최근에 와서야 이 매입가격을 겨우 조금 넘긴 상황이다.
그동안 툭하면 터져 나왔던 M&A 관련 루머가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뉴브리지가 들어오고 3년, 주가도 어느 정도 회복됐으니 더 늦기 전에 지분을 정리하고 빠져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하나로텔레콤을 누가 살 것이냐다.
유력한 인수후보는 SK텔레콤과 LG그룹이지만 둘 다 의지는 약해 보인다.
자금 여력도 많지 않고 인수해봐야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LG그룹은 계열사인 LG파워콤이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경쟁업체인 하나로텔레콤에 무리해서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하나로텔레콤의 매각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뉴브리지나 박 사장도 매각 계획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어렵사리 주가는 끌어올렸는데 막상 팔고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CJ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로텔레콤의 M&A는 잠시 잊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대주주의 매각 의지는 높지만 한동안 적당한 인수 주체가 나설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최대의 유선방송 사업자인 태광그룹이 하나로텔레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하나로텔레콤의 12개월 목표주가를 7천800원으로 잡았다.
앞으로도 한동안 주가가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실적은 여전히 좋지 않고 경쟁도 여전히 치열하지만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호적이다.
뉴브리지와 박 사장이 내놓을 다음 카드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 사장의 성공 신화는 하나로텔레콤에서도 계속될 것인가.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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