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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터넷] 방송·통신컨버전스시대…콘텐츠전쟁
[IT·인터넷] 방송·통신컨버전스시대…콘텐츠전쟁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9.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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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산업 지각변동…CJ·오리온·KT·SK텔레콤 4강 구도로 갈 듯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놀라운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
유선과 무선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방송과 통신이 결합하고 있다.
휴대전화로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하거나(HSDPA), 움직이면서 TV를 보고(DMB), TV에 인터넷을 연결해 영화를 내려 받아 보기도 하고(IPTV 또는 TV포털), 무선인터넷이 유선인터넷만큼 빨라지기도 하고(와이브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LG텔레콤의 '기분존'). 이미 오래 된 이야기지만 헤드셋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도 있고(VoIP), 케이블 TV를 신청하면 초고속 인터넷이 덤으로 따라오기도 한다.
유선방송과 초고속 인터넷, 유선전화가 결합된 서비스도 나왔다(트리플플레이서비스). 방송은 이제 공중파와 케이블뿐만 아니라 유선과 무선인터넷이나 DMB로도 수신할 수 있다.
바야흐로 통신과 방송의 융합, 이른바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 시대가 바짝 다가왔다.
컨버전스는 융합이라는 뜻이고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서나'라는 뜻의 라틴어로 네트워크나 단말기의 종류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접속하고 동일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중파 TV와 유선방송, 그리고 위성 또는 지상파 DMB는 직접적으로 서로의 시장을 잠식한다.
유선방송 사업자들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잠식하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은 유선전화 시장을 잠식한다.
또한 이동통신 회사들의 무선 인터넷은 초고속 인터넷시장을 잠식한다.
초고속 인터넷회사들은 아예 방송국이 되려고 한다.
이동통신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방송뿐만 아니라 양방향 방송에 필요한 데이터 통신까지 장악하려고 한다.
한편 온라인 포털 사이트들은 툭하면 인수·합병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쯤 되면 어디까지가 방송이고 어디까지가 통신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워진다.
누가 메인 프레임이 되느냐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 인프라는 이미 충분히 갖춰졌는데 이 인프라에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가 이 경쟁의 성공 관건이다.
최근 아래 세 가지 사례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첫 번째 사례. 8월 30일 연예기획사 IHQ가 영화제작사 청어람을 인수했다.
IHQ는 SK텔레콤의 자회사고 청어람은 영화 '괴물'을 만든 회사다.
IHQ는 청어람의 지분 30%를 46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IHQ였지만 SK텔레콤이 IHQ의 지분을 34.9%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SK텔레콤이 청어람을 인수했다고 보는 게 맞다.
IHQ는 이밖에도 영화제작사 아이필름(45.0%)과 방송채널 사업자 YTN미디어(51.4%)를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밖에도 음반제작사 YBM서울음반과 드라마 제작회사 캐슬인더스카이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위성DMB 서비스 업체 TU미디어도 SK텔레콤의 자회사다.
신원수 SK텔레콤 콘텐츠사업 담당 상무는 "중요한 것은 인프라가 아니라 그 인프라에 무엇을 담아내느냐는 것"이라며 "새로운 콘텐츠를 누가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달라진 네트워크 환경에서 성공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사례. 마침 같은 날, 하나로텔레콤은 영화투자 및 제작·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유상증자에 참여, 이 회사의 지분 3.7%를 확보했다.
투자금액은 25억8천만원. 시네마서비스는 '왕의 남자'를 비롯해 '실미도'와 '가문의 영광' '공공의 적' '취화선' 등을 제작·배급한 회사다.
하나로텔레콤은 시네마서비스가 이미 개봉한 영화를 포함해 앞으로 5년 동안 개봉할 영화들을 하나TV에서 제공하기로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었다.
하나TV는 초고속 인터넷을 TV에 연결해 영화나 드라마, 교육, 스포츠 등을 자유롭게 골라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하나로텔레콤은 이미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인 월트디즈니텔레비젼을 비롯해, 소니픽처스, CJ엔터테인먼트, MBC, SBS, BBC월드와이드, EBS, 다음,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국내외 80여개 콘텐츠 회사와 계약을 체결, 2만6천여편의 콘텐츠를 하나TV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홍순만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은 "시네마서비스와의 콘텐츠 수급계약 체결로 하나TV뿐 아니라 향후 상용화 예정인 하나로텔레콤의 IPTV 서비스의 경쟁력까지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은 고질적인 수익성 악화를 하나TV와 IPTV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고 자연스럽게 마케팅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최근 하나로텔레콤의 주가가 크게 뛰어오른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 덕분이다.
세 번째 사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KT는 계열사인 KTF와 함께 280억원을 출자, 국내 1위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의 지분 51%를 사들인 바 있다.
KT는 위성방송중계회사 스카이라이프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올해 콘텐츠 확보를 위해 770억원을 쏟아 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회사인 KTH(옛 하이텔)는 온미디어의 케이블TV 채널인 OCN 등과 제휴해 극장용 장편영화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방송사업자들도 반격에 나서 분명한 것은 유선과 무선을 막론하고 이들 통신서비스 회사들이 콘텐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친 김에 콘텐츠 업계가 CJ와 오리온그룹의 2강 구도에 KT와 SK텔레콤이 가세하면서 4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고정민 연구원은 "모바일 시대의 파워가 유통에서 제작으로 옮겨가면서 유통에 기반을 가지고 있던 통신 기업들이 제작부문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방송 사업자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SBS는 자회사인 SBS인터내셔널을 내세워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은 물론이고 2010년 동계올림픽과 2016년 하계올림픽 등의 중계권을 사들였다.
SBS가 사들인 중계권은 지상파TV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위성TV, DMB, 인터넷중계, IPTV, 와이브로, HSDPA, 등의 모바일 서비스, 심지어 전광판 서비스까지 모두 망라한다.
통신과 방송 전반에 걸쳐 콘텐츠 확보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한동안 공중파 방송 사업자들이 이 전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차지할 것은 분명하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은 "킬러 콘텐츠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결국 공중파 방송 콘텐츠 밖에 없다"며 "뉴미디어가 확산될수록 방송 사업자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이 콘텐츠 생산자의 지위를 잃고 수많은 통신 수단 가운데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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