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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투자 유치기업 현황 처참할 지경 ③
[커버스토리] 투자 유치기업 현황 처참할 지경 ③
  • 황철 기자
  • 승인 2007.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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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고립된 경제자유구역] 외국기업 내쫓는 정부 열악한 인센티브제, 복잡한 행정 절차…정부·관계 기관은‘동상이몽’만 경제자유구역은 기업들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정됐다.
말 그대로 법적 제재나 조세 등의 예외를 인정해, 완벽한 경제 프리존(Free Zone)을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다.
대단위 국제 자본을 유치, 개방화·세계화 전략의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복안도 드러난다.
‘동북아 경제 허브 구축’ ‘기업하기 좋은 나라’ 등 현 정권의 핵심 정책 목적이 고스란히 집약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설립 4년을 맞은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현실은 여전히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복잡한 행정 절차, 각종 실정법 간 상충 문제 등 손 봐야할 맹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 부처, 해당 기관, 지자체 간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도 투자 활성화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무엇보다 경쟁국 대비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인센티브 제도는 국제 자본을 효율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떡잎부터 부실, 국제 자본도 외면 설립 초기, 경제자유구역에 거는 기대는 국경을 초월했다.
동북아시아 중심에 위치한 천혜의 지리적 조건, 공항·항만을 중심으로 한 최고 수준의 물류 네트워크, 무엇보다 GDP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에 투자한다는 점은 외국 자본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외국인 투자액 현황을 보면, 국제 자본의 관심도 하락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2002년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액은 40억3천만달러. 당시 10여년 먼저 출발한 상해포동신구의 연간 투자액(26.7억달러)보다 15억달러 정도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일년 뒤 경제자유구역이 본격 출발하면서부터 실적은 급락했다.
이듬해인 2003년 4천만달러로 바닥을 쳤고 2004년 4억2천만달러, 2005년 6억5천만달러, 지난해 2억4천만달러로 지지부진한 등락을 거듭했다.
투자 유치 기업 현황을 보면 더욱 처참한 광경이 펼쳐진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인 투자유치 건은 2002년 2건, 2003년 1건, 2004년 7건, 2005년 8건, 2006년 16건 등 총 34건에 그쳤다.
올해 신규 투자 3건을 합쳐서 37건에 불과하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애로지원센터 김녹영 대리는 “중국의 경제 및 제반 상황이 국내와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나라의 외자 유치 규모가 미미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투자 의향을 갖고 있는 국내외 기업들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의 실질적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대단위 투자와 장기적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의 입주가 미미하다보니, 투자 건수 대비 유치액 규모가 현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3대 경제자유구역 중 그나마 투자유치 실적이 낫다는 인천(IFEZ) 지역의 황량한 풍경은 이를 잘 대변한다.
인천 지역 핵심 트라이앵글(송도, 영종, 청라)에 입주한 외자 기업은 송도 지역에 입주한 단백질신약업체 셀트리온과 산업용 로봇조립 기업 규델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인천대교 건설(KODA)이나, 전산· 물류센터 등 인프라 건설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관심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 라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출발한다”면서 “기반 시설이 아직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외국 자본들이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법적 규제나 세제 혜택 등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핵심 사항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 유치 왜 안 되나 실제로 현재 사업 시행자가 개발계획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30여개 법률에 따라, 65개 사항을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한다.
부처간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아, 계획서 제출에서 승인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개월 이상을 소요하기도 한다.
법적처리기간인 6개월을 넘어서는 경우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렵게 계획 승인을 받았다 해도 착공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외자 기업이라고 환경영향평가, 도시계획 규제, 분양가 원가공개 등 각종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다.
실무 기관의 직원들이 규제 완화를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의 선결 과제로 지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한 관계자는 “인천 지역 자치단체장이나 국회 등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참여 정부의 기본적 정책 의지가 워낙 완고하다”면서 “실무를 주관하고 있는 본청 직원들의 과반수 이상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적용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 요구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개선 의지를 드러낸다.
외자 유치의 우회적 방법으로 국내 기업의 경제자유구역 투자를 실질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에게 입주의 길을 열어줄 경우,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외국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 나아가 경제자유구역에 진출하는 기업은 국내외 구분 없이 동일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출총제 적용 기업에 예외를 적용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까지 요구하고 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대리는 “국내 대기업도 진출하지 않는 지역에 외국인들이 선뜻 투자하기를 꺼려한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제거하면, 보다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계획대로 외국인 투자가 확산될 경우 국내 대기업의 투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라면, 굳이 복잡한 법 개정과 부대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인센티브 폭을 늘릴 이유조차 없다.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만큼 혜택을 주지 않을 뿐 이들의 진출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30% 이상 외국인 지분 참여 요건을 갖추면,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 취지 역시 기업의 규모를 조금이라도 늘리고, 외국인 투자 성과를 높이자는 의도”라며 “이러한 목적들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혜택의 폭을 넓히자는 것은 편협한 생각에서 나온 발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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