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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주당들은 건대입구로 좋아한다
[맛집] 주당들은 건대입구로 좋아한다
  • 김미선 기자
  • 승인 2007.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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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꼬치-저렴한 꼬치, 술안주 제격…키조개 관자와 파인애플 소스 궁합 '찰떡' 1989년, ‘리복’ 광고를 기억하는가. 운동화를 신고 발레며 체조동작까지 구사하는 탤런트 이종원은 거의 기인에 가까웠다.
광고의 클라이막스는 이종원이 의자 꼭대기를 밟고 점프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착지하는 부분. 반응은 뜨거웠다.
광고가 나간 후 학생들이 하도 따라해 ‘학교 걸상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봉꼬치의 봉원진 사장은 과거 화제의 광고를 만든 ‘장본인’. 모 광고회사의 부국장까지 지낸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덥수룩한 수염, 중년의 나이에도 왠지 모를 ‘아우라’가 느껴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건대입구 근처 노륜산 시장에 위치한 ‘봉꼬치’는 봉 사장의 또 다른 인생을 보여준다.
언제부턴가 광고 일에 회의를 느껴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미식가의 취미를 살려 봉꼬치를 운영하게 됐다.
사실 봉꼬치가 탄생하기 전, 그는 실험삼아 길거리 노점 형식으로 꼬치를 팔았다.
미식가였던 그가 100군데가 넘는 곳의 꼬치를 맛보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은 40분을 기다려 먹을 정도로 ‘명물꼬치’가 됐다.
그를 계기로 1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꼬치는 물론 다양한 안주를 파는 지금의 ‘봉꼬치’를 만들었다.
가게는 제부와 동업 형식으로 운영하는데 예전처럼 꼬치는 기본, 직화구이 삼겹살도 판다.
손맛 좋은 제부의 솜씨를 활용해 ‘가이바시(키조개 관자)구이 샐러드’와 굴전, 김치말이 국수 등 다양한 안주거리도 추가했다.
1천원에서 1천500원하는 닭꼬치, 모래집, 닭발 등은 예전에 비해 500원 올랐거나 했지만 맛은 그대로다.
가격이 올랐다 해도 길거리에서 사먹는 가격이나 마찬가지인 꼬치를 술안주 삼을 수 있어 주당들에겐 대환영이다.
하지만 꼬치집이라 해서 꼬치를 먹어야 한다는 편견은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곳의 ‘가이바시(키조개 관자)구이 샐러드’는 꼭 추천하고 싶은 메뉴. 3가지를 동시에 맛보는데 오버스럽지 않으면서도 독특하다.
첫 번째 맛은 배, 미나리, 부추, 양파, 무순 등을 파인애플 소스로 무쳐낸 샐러드. 둘째는 벌건 양념에 구워낸 키조개 관자요, 셋째는 향긋하게 구워낸 버섯이다.
이 셋을 겹겹이 쌓아 올려 한입에 밀어 넣으면 ‘와우’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가 만든 광고 같은 ‘색다른 맛’이다.
‘초벌구이’ 해주는 삼겹살도 먹을 만하다.
3일 동안 숙성시킨 삼겹살을 양념, 구워서 내오는데 기름이 쏙 빠져 담백하고 혀에서 녹아내리는 맛이 일품이다.
탱탱한 면발이 시원한 국물과 하모니를 이루는 ‘김치말이 국수’를 곁들이면 더욱 굿. 가게는 화려한 그의 경력과는 달리 허름하다.
대신 아이디어 뱅크인 ‘그’다운 느낌으로 가득하다.
곳곳에 낙서와 그림들이 눈에 띄고 천장에는 독특한 소품들이 달려있다.
특히 벽에는 꼬치를 굽고 있는 남자가 그려져 있는데 단골손님이 봉 사장을 보고 그린 것이다.
봉 사장은 황진이의 어머니로 나왔던 ‘전미선’씨와도 친한 사이다.
영화 ‘연애’에서 만난 그녀의 남편, 촬영감독 박상훈씨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봉꼬치 달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워낙 그쪽에 발이 넓어 방송에 나갈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다 거절했다.
조용히 은둔하며 단골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꼬치를 굽는데 전념할 뿐이다.
김미선 기자 lifems@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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