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애들 학용품 값이라도 벌어볼라고 위층 민영이네 가서 인형 조각 오리고 왔어요.” 아내의 답변에 김씨는 무안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했다.
“에이, 관둬라. 그거 해서 몇 푼이나 번다고…. 내가 아무리 못 벌어온다지만 왜 밖에 싸돌아다니면서 아등바등 돈 벌러 다니냐? 난 이해가 안 된다.
” 김씨는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김씨 부부의 경우는 박봉도 문제였지만 잦은 이직으로 인해 대출 이자가 점점 쌓여가는 생활고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아내가 인형 옷감을 오린다니 반감이 앞서버렸다.
묵인하고 있자니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 같아 심히 언짢았다.
김씨는 순간적으로 자존심이 상해 화를 내고 말았지만 오히려 많은 직장 남성들은 김씨와 반대로 전업주부의 외출을 묵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많은 경우 직장 남자들이 아내의 취업이나 부업 또는 창업을 권하거나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최근 가사 일에 전념하던 전업주부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일이 잦아졌다.
경기불황이 원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전업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취업 관련 행사들도 다양하다.
지난 9월 15일 올 하반기 전업 주부를 위한 ‘2006 인천 여성취업페스티벌’이 인천 중소기업제품종합전시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총 200여개 기업이 참여해 약 천 명의 여성인력 일자리가 제공됐다.
부산에서도 미취업 및 재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나 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2006 부산여성 취업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지난 9월 20일부터 사흘간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부산지역 400여 회사가 참가해 여성 및 전업주부 구직자 등을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실시했다.
전업주부 취업 ‘솟아날 구멍 있다’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일자리 알선, 직업훈련 안내 등의 고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동부는 9월부터 전업주부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기 위해 이마트 서수원점, 롯데마트 금천점 등 대형 할인매장 2곳에 ‘주부취업상담실’을 운영 중에 있다.
상담실은 ‘직업적성 진단서비스, 구직등록 및 일자리 알선, 직업훈련·자격 안내 및 상담, 취업상담 및 취업준비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동부는 올 하반기동안 ‘주부취업상담실’을 시범 운영한 후 성과를 보아가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부 구직자들을 위한 다양한 취업특강도 전개 되고 있다.
서울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는 주부 구직자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9월 28~29일 양일간 ‘대한민국 아줌마 파이팅’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 주부를 위한 취업특강을 진행한다.
이번 특강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여성 구직자들에게 필요한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전략 등 전반적인 취업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잡코리아 정유민 이사는 “일을 그만둔 지 오래 된 전업주부들의 경우 취업 관련 박람회나 특강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진로선택을 위한 취업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불황에 실업대란이라는 이중고 속에 전업주부의 취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여성취업 프로그램이 널려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재취업, 창업, 부업 등 주부의 상황에 맞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여성고용촉진훈련이나 여성인력개발센터, 서울시의 여성발전센터 등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취업교육도 받고 취업알선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백인화 인천서구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정보화생활지도사수료100% 취업! ” “불평과 화는 뿌리를 잘라내 잘게 다지고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 후 깨끗이 씻어 말리세요. 짜증은 껍질을 벗기고 송송 썰어 넓은 마음으로 절여둡니다. ” 인천서구여성인력개발센터백인화관장이소개하는사랑차조리법이다. 취업상담을 5년째 맡다보니 전업주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백 관장이다. “전업주부의 직업교육은 의식교육이라는 선행 프로그램으로 안정기간이 3~4개월 필요합니다. ” 단순히전문교육이후취업알선위주로돌아가는시스템으론제대로된전업주부취업을유도할수없다는 것이 백 관장의 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천서구여성인력개발센터는 전업주부를 위한 체계적인 의식교 육을 동시에 펼쳐왔다. 그 결과는 대만족. 매월 초 개설되는 정보화생활지도사 과정에서 배출된 전업주부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작년에 개설했던 제과제빵 과정에서는 15명 수강생 중 12명이 자격증을 땄다. 봉제기술을 배운팀은 센터내에사업단을 만들고 명함지갑등을 제작해 연간1천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낸다. 미용을 배운 사람은 센터 내에 미용실을 차리고 퍼머 값으로 만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센터 미용실에는 멀리 강화도에서도 찾아오는 단골이 생겼다. 백관장은“주부취업 교육은 굳이 일선에 나가 돈을 벌지않고 가정에서만 활용해도 수익을 내는 효과를 갖는다”며“전문화 교육과정을 마친 전업주부는 매사에 자신감을 갖게 되어 취업이 아닌 개인사업도 척척해낸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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