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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금융 재테크, 서민에겐 ‘그림의 떡’
[진단] 금융 재테크, 서민에겐 ‘그림의 떡’
  • 황철 기자
  • 승인 2006.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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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특판예금 가입 조건 까다로워…고액 자산가만‘환영’일색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금융권에서는 연일 쏟아지는 신종 정기·복합예금과 펀드·파생상품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고금리·고수익 구조를 앞세운 신상품들은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은행들은 특별판매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수시로 고금리 특판 예금을 내놓으며 자산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증권사 역시 각종 펀드와 파생상품에 프리미엄을 붙여 고객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금융사들이 고수익 상품들의 가입 조건을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맞춰놓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특판 예금의 최소 가입금액은 대부분 1천만원을 넘어선다.
수 년 간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ELD(주가지수 연동예금)나 복합예금상품 등도 5백~1천만원 이상이다.
수익은 부자, 부담은 서민? 최근에도 하나, 신한, 씨티 은행 등이 5%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특판예금을 속속 내놓았다.
씨티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최소 가입금액이 1천만원 이상이다.
하나은행은 ‘고단위플러스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를 최고 0.5%로 인상했다.
1년 만기 예금은 1천만원 이상 연 4.8%, 1억원 이상 5.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도 전결금리를 활용해 내달 10월 4일까지 1천만원 이상 정기예금의 경우 1년 만기 연 4.9%, 2년 만기 5.1%의 금리를 적용한다.
1억원 이상은 1년 만기 이자가 연 5.0%, 2년 만기는 5.2%에 달한다.
ELD와 정기예금을 섞어놓은 복합예금으로 눈을 돌리면,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된다.
복합예금의 혜택은 특판예금보다 탁월하다.
복합예금은 연 6.0%대의 확정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ELD의 수익성과 정기예금의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일석이조다.
그러나 여윳돈이 부족한 서민들에게는 모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복합예금 역시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에서부터 시작되고, 대부분 1천만원 이상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이 느끼게 될 심리적 위화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판과 복합예금의 과도한 출혈경쟁이 일반 서민 고객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를 수익의 기본으로 하고 있는 은행에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까닭이 없기 때문. 은행들이 특판 경쟁에서 빚어진 출혈을 대출금리의 코스트로 전가할 소지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결국 서민 상대로 모은 돈으로 고액 자산가에게 생색을 내고 있는 꼴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은행은 동일 여신건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나갈 수 있다.
은행들은 자금 운용이 어려워지거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업무원가 명목으로 대출금리를 높이기도 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특판예금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지만, 고액 자산가에 대한 금리 혜택은 일상화돼 있다”면서 “고금리에 따른 운용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는 여신금리, 수수료 등을 활용해 예금, 대출의 코스트를 맞추는 것이 관례”라고 전했다.
간접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면 은행의 속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은행들은 주가지수연동예금의 최소 가입 비용 역시 5백만원~ 1천만원 이상으로 못박고 있다.
증권사들이 일부 간투상품의 최소 가입금액을 10만원 선으로 내리거나 자격제한을 아예 없애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펀드의 판매와 운용까지 담당하는 증권사들은 대규모 펀드 조성을 위해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소액 자산가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판매보수액에 큰 차이가 없다면 디마케팅에 나가겠다는 자세다.
은행들의 이 같은 행태는 판매 보수를 높여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고객이 ELD상품의 가입 대가로 지급하는 펀드 보수율은 연 1.7%~2.1% 선이다.
이중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에 지급하는 판매 보수는 70% 정도다.
나머지는 펀드운용사가 운용 보수를 챙기게 된다.
펀드 판매만 담당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판매 보수가 수익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결국 최소 가입금액을 높일수록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가입 조건을 다양하게 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일률적으로 최소 가입비용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시중은행들이 부수적 업무인 펀드 판매에서까지 고객 차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소가입 3천만~1억원까지 은행보다 상황이 좀 낫긴 하지만, 증권사의 경우에도 고액 자산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긴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대로 일부 간접투자 상품들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을 10만원선으로 내리거나 자격제한을 아예 없애기도 했다.
그러나 3천만원~1억원을 넘어서는 신상품들까지 속속 등장, 서민들의 괴리감에 한몫 하고 있다.
증권업계에는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지수 연계펀드(ELF),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간접투자 상품들이 자산가들 앞에 놓여 있다.
최소 가입금액이 1천만원 이상인 것은 기본이고, 일임형 랩의 경우 3천만원에 이르는 상품도 등장했다.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끈 굿모닝신한증권의 명품랩은 임의식으로 투자할 경우 가입금액이 3천만원 이상이다.
삼성증권의 PB전용 상품은 1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에게만 가입을 허용하기도 한다.
삼성증권의 섹터 ETF는 최소가입금액이 1억원인 일임형 랩상품 ‘아너스’ 표준형에 가입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펀드나 파생상품의 경우 가입 조건이 지나치게 부유층에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좀더 다양한 조건의 상품을 만들어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를 해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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