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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분석] 2억원 이상 수입차 누가 탈까?
[마켓분석] 2억원 이상 수입차 누가 탈까?
  • 진희정 기자
  • 승인 2006.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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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업계 VVIP 노린 최고급차, 조용한 인기 영국의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가 한국에 상륙했다.
이 브랜드의 국내 딜러인 벤틀리모터스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콘티넨탈 GTC를 공개하는 등 한국시장에 판매할 모델을 선보이고 별도의 전시회까지 열었다.
쿠페인 GT는 2억9천500만원, 세단형인GTC는 3억2천620만원이다.
벤틀리의 등장으로 한국수입차협회에 등록된 브랜드들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2억원 이상의 수입차는 모두 13종으로 늘어났다.
2억 넘는 수입차 몇 대나 팔렸나 가장 비싼 차인 팬텀 EWB는 7억8천만원으로 2대가 등록됐으며, 역시 7억원대인 62(7억2천만원)도 2대가 고객에게 인도됐다.
또한 6억원대인 롤스로이스 팬텀(6억8천만원)은 4대가, 마이바흐 57은(6억원)은 3대가 각각 등록됐다.
벤틀리의 경우 연간 판매 목표를 100대로 정해 놓고 있다.
벤츠 S600이 8개월 동안 150대가 판매됐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2억원이 넘는 비싼 가격, 넓은 차체와 최고급 편의장치 등으로 무장한 최고급차들이 한국에 속속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1%, 최고의 부자들, VVIP들만 겨냥하는 이 차들의 등록 대수는 연간 500대를 넘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얼마 안 되는 숫자라 별 거 아닌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8월까지의 매출액으로 따지면 벤츠 S600 차종 하나만으로 무려 400억원 가까이에 달한다.
2천만원짜리 국산차를 무려 2천대 판매한 액수다.
볼륨은 적지만 매출액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며 마진율 역시 높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은 앞 다퉈 ‘최고급’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명 ‘울트라 럭셔리’로 불리는 이 차들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한 몫 한다.
최고급차를 파는 만큼 자신들의 브랜드 역시 최고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입차 업체들은 엔트리급 차를 판매하면서도 가장 좋은 브랜드라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과 일본 못지않게 최고급차가 잘 팔린다.
인구 대비 판매 대수를 따지면 오히려 더 잘 나간다고 봐야 한다.
돈이 있으면 남들과 똑같은 브랜드나 차를 타지 않고 조용히 자기를 과시하려는 욕심이 작용하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최고급차가 잘 팔리는 시장으로 유명하다”며 “현지 법인 입장에서는 제일 비싼 차가 잘 나간다는 사실로 인해 본사로부터 관심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들은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차를 소개하지 않고 자신만 타고 다니며 은근히 과시하는 특성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최고급 차를 판매하는 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전시장의 경우 롤스로이스는 청담동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업사원은 2명이다.
쇼룸에서는 팬텀 1대를 전시하고 있고, 고객 시승차로 다른 1대를 사용한다.
그러나 일반인이나 잠재고객 등 누구나 쉽게 들어가는 일반 수입차 전시장과 달리 내방고객이 거의 없는 게 색다르다.
영업사원들과 미리 약속해 차를 보기 위해, 또는 상담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별도 매장 없거나 전담직원이 상담 반면 마이바흐는 별도의 매장이 없다.
대상 고객이 딜러에 구매를 문의하면 영업사원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마이바흐 전담직원에게 연락한다.
이후 전담직원이 고객에게 차를 보여주거나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새로 론칭한 벤틀리는 아예 청담동에 고급스런 별도 매장을 꾸며놓고 2억원대가 넘는 차들을 전시해 VVIP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으며, 포르쉐 역시 대치동에 별도 매장이 있다.
이 밖에 2억원대 차를 판매하고 있는 BMW, 벤츠, 아우디 등은 일반 매장에서 특별 고객들을 위해 상담한다.
때로는 전시장이 아닌 고객들이 지정하는 장소에 카탈로그를 들고 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고객의 연령층은 롤스로이스와 BMW, 아우디의 경우 40대 초반~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벤츠와 마이바흐는 50대 후반~60대가 각각 주로 구매한다.
개성 있는 디자인의 중년층과 중후한 디자인으로 장년층의 마음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층은 차이가 있으나 직업군은 브랜드들이 서로 비슷하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나 고소득 샐러리맨, 자영업자 등이 많이 구매하는 일반 수입차와 달리 이들 최고급차는 중견기업 대표들이 많이 찾는다.
62의 경우 국내 출시 이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가 코엑스에서 사고가 난 사건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기도 했다.
최고급차만 판매하는 한 수입차 영업사원은 “롤스로이스 등 고급 대형차는 돈만 많다고 살 수 있는 차는 아니고, 고가의 대형차인 만큼 주위 시선이 가장 부담스런 것 같다”며 “수입차 판매 초기인 1987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어쨌든 계속 되는 불경기와 취업률 상승에도 대한민국 1% 부자들의 소비문화는 크게 바뀐 게 없는 듯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의 소비를 막거나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아파트 전세 값을 웃도는 차가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현실이 씁쓸하다.
진희정 기자 jhj155@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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