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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터넷] 마지막 블루오션, IPTV를 잡아라
[IT·인터넷] 마지막 블루오션, IPTV를 잡아라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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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시대 개막 … 영화 한 편 가격으로 2만5천 편까지 마음대로 “오늘은 무슨 영화 하나” 하고 신문의 TV 프로그램 안내를 뒤적이던 시대는 갔다.
TV 앞에 앉아 지겨운 광고를 마냥 참고 견뎌야 하는 시대도 갔다.
시간 맞춰 녹화해 놓고 비디오테이프를 돌려 보던 시대도 갔다.
이제는 영화든 드라마든 시간에 관계없이 아무 때나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IPTV 덕분이다.
IPTV는 ‘인터넷 프로토콜 TV’의 줄임말이다.
이제 TV에도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된다.
셋톱박스와 리모콘으로 방송을 마음대로 골라서 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방송국에서 보내는 방송을 그대로 보거나 채널을 돌리거나 마음에 안 들면 TV를 끄는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보고 싶은 방송을 보고 싶을 때 불러내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를 신청하면 20Mbps의 초고속 인터넷 망을 끌어다 TV에 연결해주고 셋톱박스와 리모콘을 준다.
요금은 한 달에 1만1천800원, 여기에 셋톱박스 임대료가 7천원이다.
최신 영화를 비롯해 2만5천여 편의 방송 콘텐츠를 마음껏 보는 데 드는 비용으로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하나TV와 메가패스TV 정면 대결 하나TV의 경우 3년 이상 약정을 하면 셋톱박스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4년 약정의 경우 요금도 9천원까지 떨어진다.
하나로텔레콤의 초고속 인터넷 하나포스 이용자라면 더 싼 가격을 적용 받는다.
기존의 초고속 인터넷 요금에 7천~8천원만 더 내면 된다.
그야말로 개봉관에서 영화 한편 보는 비용이다.
9월 12일 기준으로 하나TV의 가입자는 5만명이다.
TV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TV를 켜고 외부입력을 선택하면 하나TV에 접속해 카테고리 목록을 볼 수 있다.
'한국영화'나 '해외영화' 'TV드라마' '연예영화' '디즈니' '유아' 등의 채널이 뜨는데 리모컨의 화살표를 움직여 세부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리모컨이 PC의 마우스나 키보드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하나TV가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쪽은 KT다.
KT는 일찌감치 2004년 6월부터 홈엔이라는 이름으로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계속해왔지만 가입자가 1만명에도 못 미쳤다.
그러다가 최근 하나TV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덩달아 최근 신규 가입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KT의 메가패스TV나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는 IPTV의 준비단계인 TV포털이다.
IPTV가 본격적인 실시간 방송이라면 TV포털은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에 가깝다.
방송법 규제 덕분에 KT나 하나로텔레콤 같은 통신 사업자들이 직접 실시간 방송에 손을 댈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KT나 하나로텔레콤은 제도만 보완되면 곧바로 IPTV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메가패스TV의 월 이용료는 1만1천원으로 하나TV보다 약간 싸다.
역시 3년 약정을 하면 9천350원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하나TV가 셋톱박스를 임대해주는 것과 달리 메가패스TV는 구입을 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셋톱박스의 가격은 10만원, 3년 분할 납부를 선택할 경우 2천780원이다.
전송방식에도 약간 차이와 각각 장단점이 있다.
메가패스TV는 스트리밍 방식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바로 재생이 가능하다.
다만 회선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뚝뚝 끊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면 하나TV는 파일을 셋톱박스에 내려 받아 재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재생이 시작되기까지 2~3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하나TV는 시네마서비스와 제휴해 앞으로 5년 동안 이 회사가 만드는 영화를 하나TV에서 제공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밖에도 하나TV는 월트디즈니를 비롯해 CJ엔터테인먼트, MBC, SBS,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국내외 50여 콘텐츠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메가패스TV도 뒤늦게 싸이더스FNH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콘텐츠 확보 경쟁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메가패스TV는 최근 교육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지만 상대적으로 하나TV에 뒤진다는 평가가 많다.
하나TV의 콘텐츠가 2만5천여 편에 이르는 반면, 메가패스TV는 1만1천여 편에 그치고 있다.
KT는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편, 케이블TV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옥상에 설치하곤 했던 공중파 안테나가 사라진 것처럼 머지않아 케이블TV나 접시 안테나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케이블TV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 될 전망이다.
일단 화질이나 속도, 안정성에서는 디지털 케이블TV가 훨씬 앞서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IPTV가 더 밝다.
LG경제연구원 이영수 연구원은 "초기 가입자 확보가 성패를 좌우할 텐데 풍부한 자금력과 마케팅 역량을 확보한 통신 사업자들이 당연히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20만원 안팎의 셋톱박스를 보급하는 일도 관건이다.
출혈을 감수하고라도 누가 빠른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이 뿌리느냐의 싸움인데 통신 사업자들은 이미 이런 경험이 충분하다.
이 연구원은 공중파 방송사가 IPTV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이미 4개 방송사가 시범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고 스카이라이프 같은 곳에도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라는 차원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그동안 통신사업자의 방송사업 진출에 반대 입장이었으나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포화상태 통신시장의 마지막 블루오션 공중파 방송사들은 그동안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플랫폼이 초고속 인터넷으로 옮겨올 경우 자칫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IPTV의 전망에 통신과 방송 사업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터넷이 통신과 방송까지 모두 집어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충분히 그럴듯하게 들리는 상황이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의 성공에 사활을 건 느낌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따르면 2010년 하나TV가 하나로텔레콤의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는 9.3%밖에 안 되지만 이익에 기여하는 정도는 88.3%나 된다.
유선통신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새로운 이익을 낼 수 있는, 그야말로 유일한 블루오션인 셈이다.
이미 시장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한 KT는 상대적으로 메가패스TV의 비중이 약하다.
역시 압도적인 업계 1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매출 기여도가 2.4%, 이익기여도가 8.7%밖에 안 될 전망이다.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하나로텔레콤만큼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KT 역시 IPTV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은 만만치 않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통신업계 뜨거운 감자

하나로텔레콤 M&A설, 모락모락

하나로텔레콤의 M&A설은 증권가 루머의 단골 메뉴였다.
누구나 욕심을 내지만 선뜻 집어삼키기는 어려운,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 뜨거운 감자의 매력이 갈수록 요즘 들어 더욱 돋보인다.
유가증권시장본부는 9월 8일 SK텔레콤에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합병하겠다는 루머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SK텔레콤의 공식 입장은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었지만 과거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인수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아직 행동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정도로 읽혔다.
주당 8천원에 인수하기로 이야기가 오갔다는 루머도 있고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AIG·뉴브리지컨소시엄이 손을 털고 빠져나올 준비가 끝났다는 루머도 있었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SK텔레콤이 유선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특히 최근 IPTV의 성공을 눈 여겨 보면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는 관측도 많다.
경쟁회사인 KTF에게는 KT라는 강력한 유선 사업자가 계열사로 있고 LG텔레콤 역시 최근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LG파워콤이 있다.
이들이 이동통신과 IPTV, 초고속 인터넷, 시내전화 등을 묶는 결합상품을 내놓으면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이나 하나로텔레콤이나 대외적으로는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이 둘의 결합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너지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대를 반영한 듯 하나로텔레콤의 주가는 올해 4월 2천610원에서 9월 15일에는 6천830원까지 세 배 가까이 뛰어오르기도 했다.
IPTV 사업이 법적 규제에서 풀리기 전에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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