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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문구점에 드리워진 세가지 공포
[스페셜리포트] 문구점에 드리워진 세가지 공포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6.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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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문구점]
‘꽈배기’‘쫀드기’‘쫀쫀이’등은 386세대가 학창시절 문구점 앞에서 즐겨 사먹던 불량식품 이름이다.
이들 제품은‘추억의 불량식품’이라는 애교스런 이름으로 되살아나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팔리곤 한다.
이런 불량제품이 거리를 지나치던 30~40대들에게 수십 년 전의 추억의 상품을 집어 들고 학창시절의 회상에 빠지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386세대 부모들이 보는 시점에서의 학교 앞 문구점은 더 이상 잔잔한 추억거리의 장소가 아니다.
칸칸이 쌓인 불량식품 박스와 뽑기 단지는 마치‘공포의 도가니’를 연상하게 한다.
문구점 앞에 진열된 상품들은 3가지 측면에서 동심을 멍들게 한다.
사행성 조장,정서적 유해, 인체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무시무시한 공포를 내포한 상품은 저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형태로 구성되어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시시각각 노리고 있다.
위협요소1. 사행성‘학교 앞 문구점은 도박사 양성소’ ‘바다’파문에 빠져 온 국민이 허우적거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도박나라로 빠져버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접근은 미약하다.
사실 사행성 도박을 조장하는 원천은 초등학교 앞 문구점이라고 해도 억지는 아니다.
특히 지방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는 정도가 심한 편.‘ 돈 놓고 돈 먹는’미니 파친코라는 기계가 버젓이 갖춰져 있다.
원래 파친코는 슬롯머신의 한 종류로 구술로 돌아가는 방식의 일본식 도박기계다.
각각 100원부터 1천원까지 베팅 금액도 다양하다.
방식은 실제 파친코와 똑같다.
파친코는 구술로 돌아가고 미니 파친코는 플라스틱 원통을 깨고 상품을 꺼낸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초등학생들이 이 같은 뽑기놀이에 열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들은 자신이 갖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상품이 뽑히길 기대한다.
‘제비뽑기’는 아이들에게 사행성을 조장해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종이판에 제비모양의 뽑기 종이 420개를 만들어 놓고 100원을내면 이 가운데 하나를 뽑는 방식이다.
당첨이 되면 경품은 상품권 3천원짜리와 5천원짜리 1장씩을 받게된다.
베팅확률로 치면 30~50배. 아이들에게 상품권은 현금 이상으로 유용하다.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방법은 휴대폰 결제와 은행 입금방식 그리고 상품권의 발행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 있다.
그중 부모 허락을 받지 않고 결제하기 가장 쉬운 건 두말 할 필요 없이 상품권이다.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하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아이템도 당연히 상품권으로 결제할수 있다.
그래서 장사가 잘 되는 문방구는 제비뽑기만으로도 한달 문구점 월세가 빠진다는 소문이 돈다.
뽑기 외에 사행성을 조장하는 오락기도 있다.
‘ 엑스맨을 잡아라’라는 게임이 대표적인예. 게임결과에 따라 조그만 크기의 상품권이 나오면 거기에 맞는 완구를 교환해준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엑스맨이란 상품권을 받아야 하는데 한 게임에 한 글자가 나오도록 설계돼 다 모으려면 게임을 여러 번 할 수밖에 없다.
또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유희왕 카드게임’이라는 것이 유행이다.
일본 만화‘유희왕’의 캐릭터를 본떠 만든 카드 게임으로 원작에서는 주인공이‘듀얼 몬스터즈’라는 카드게임을 통해 강해진다.
만화에서처럼 아이들은 40장이상의 카드를 확보하고 상대방과 포인트를 겨룬다.
그런데 이 게임은‘고스톱’보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에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까지도 즐긴다.
인기 있는 카드는 한 장에 1만원이상이되기도한다.
40장이상을 모으려고 50만원까지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유희왕 카드의 추첨식 판매 방식에 있다.
문구점에서 카드를 구입한 후 포장을 뜯어야만 어떤 카드인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구매를 멈출수가 없다.
ⓒ임영무 기자
위협요소1. 이보다 더 엽기적일 순 없다 문구점 앞 매대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자극하는 물건이 지천으로 깔렸다.
그런데개중에는 섬뜩할 만큼 엽기적인 제품이 눈에 띈다.
얼마 전 서울 구로구 모 초등학교 문구점에선 수리검이라는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렸다.
동네 초등학교 5학년 형이 수리검에 끈을 달고 원하는 과녁에 멋지게 명중시키는 장면을 본 저학년 남자아이들은 너도 나도 옆구리에 수리검 한 자루를 꿰차야했다.
그런데 수리검은 다른 장난감처럼 끝이 무디거나 부드러운 고무재질이 아닌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에 칼끝이 매우 날카롭게 생겼다.
칼자루 끝은 끈을 묶을 수 있도록 원모양으로 이뤄져 있다.
아이들이수리검을 돌리다 자칫 실수만 해도큰부상을입힐수있을만큼흉물스럽다.
수리검의 가격은 부모에게 칼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될 만큼 싸다.
단돈천원. 개구쟁이 사내아이들이 즐겨 찾는 장난감은 주로 친구를 놀려주는데 써먹는다.
과거엔 뱀 모양의 장난감이나 지네 또는 거미모양의 장난감이면 장난꾸러기들에게 충분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정도의 장난엔 아무도 놀라지않는다.
최근엔 속이 보이지 않는 통 속에 눈알이나 귀, 코, 태아 모양의 고무제품이 들어있는 혐오 장난감이 잘 팔린다.
강서구 발산동에 사는 황영은씨는 아이들의 하교 길에서 우연히 아이들 손에 장난감 수갑이 들려져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들은 서로 수갑을 채워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김씨는“아이들에게 수갑이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학교 앞문구점에서 천원에 샀다”는말을 직접들었다며“예전에 수갑이라면 경찰관들이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을 잡아갈 때나 쓰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학교 앞 문구점에서 버젓이 팔리고있다니 기가막힐 일”이라고혀를 찼다.
그는 요즈음 각종 흉악한 일이 많이 벌어져 뉴스 보기도 꺼려지는데 아이들이 범죄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질까 걱정이든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 K 초등학교 근처문구점 앞에는 노란색의 크레인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다.
당연히 게임기를 자주 쓰는대상은 주로 초등학생들. 그런데 게임기 속의 상품은 낯선 브랜드의 양주 한 병을 비롯해 성인들만의 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문구점 앞 미니오락기 중 초등학생이 관심을 보이는 게임은 주로 격투기 게임이다.
초등학생들은‘태권 택’‘메탈 슬러그’라는총격전과‘유희왕’‘킹오브’라는 격투기 오락에 푹 빠져있다.
이들 게임은 대부분 어린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는 폭력성 게임이다.
‘ 진정한 싸움의 기술’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주는‘철권’이라는 격투게임은 상대방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간에 가리지 않는다.
뼈를 부러뜨리고 피가 튀겨야 이기는 폭력적인 장면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초 경상북도는 관할 내 문구점에서 파는 어린이용 수입 화장품의 경우 19개제품 가운데 10개 제품이 통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바 있다.
8개 업체 가운데 6개 업체가 통관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전국의 시중에 판매되는 어린이 화장품의상당수가 품질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문구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연합
위협요소 3. 건강전 세계 불량식품 총집합 얼굴에 바르는 어린이용 수입화장품은 약과인 편. 아이들의 군것질 거리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하굣길에 아이들이 즐기는 군것질거리는 한마디로 최악이다.
문구점에서 팔리고 있는 사탕종류는 20여 가지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는 수입 업체의 표기가 없고 성분 표시가 영어로만 되어 있는 사탕이 많이 눈에 띤다.
모두 멕시코나 콜롬비아 등 남미에서 들여온제품이다.
유통 기한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수입업체 표기도 없다.
문구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군것질거리는 한마디로 전 세계의 불량식품을 총집합시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라고. 초콜릿은 인도네시아 산이고 껌은 중국산이다.
최근엔 동남아, 아프리카 등에서도 어린이 기호식품이 쏟아져들어오고있다.
이런제품들은비록정상적으로 국내에 수입된다 해도 워낙 유통경로가 복잡한 탓에 유통기한을 훌쩍 넘기게된다.
이처럼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에 외제품이 설치는 것은 판매 마진이 좋고 국산보다값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500원 하는 국산 과자 한 봉지 값이면 외국산 과자4~5봉지는 거뜬히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제품에서는 대장균과 식중독균, 사용 금지된 합성보존료 등이 검출되고 식품용기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검출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서울시내 초등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어린이 기호식품 79종을 조사한 결과 캔디류의 PVC용기9종 중 2종에서 식품의 기구·용기 제조시 사용이 금지되어있는 내분비계 장애물질 DEHP가 검출되었다고 밝힌바 있다.
또 건포류 12종 중 3종에서 대장균이 검출되고 이중 1종에서는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도 검출되었으며 건포류에서 사용할 수없는 합성보존료(데히드로초산)가 검출된제품도 1종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들이 즐겨먹는 문어다리, 오징어다리 등의 경우 9종 가운데 8종에서 세균(미생물)이 검출됐다.
문구점에서 파는 디지몬 로봇에서는 카드뮴 등 중금속이 검출되었다, 기타 중국산수입 장난감에서는 미량만 있어도 인체에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환경호르몬물질(내분비계 장애물질·DEHP)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소보원 관계자는“이런 환경호르몬물질은 플라스틱 장난감의 유연성을높이기 위해 가소제를 과다하게 사용하기때문에 잔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환경속에 배출된 화학물질이 몸 안에 들어가 호르몬처럼 작용하면서 생식기능 저하, 기형,성장장애, 암등을 유발하는것으로추정된다”고 밝혔다.
문구 포스시스템 도입 절실 초등학교 근처 문구점에서 무분별하게유통되는 공포의 제품들이 줄지 않는 근본 원인은 뭘까? 문구점 자체가 유통관리 대상에서 빠져 당국의 관심으로부터도 멀어져있고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문구점을 통해 판매되는 수입품은 대부분 선박을 통해 들어오면서 상당한 수입기간이 걸린다.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사를 거칠 때 까지는 유효 기간 내에 포함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 유통 과정이다.
통관검사 후 중간도매상을 몇 단계 거쳐 문구점에 진열 되기까지 최소6개월은 기본이다.
ⓒ임영무 기자
1차 도매상들은 구입한 식품을 물류 창고에 쌓아 놓는다.
그 후 서울의 경우 청량리시장과 창신동, 화곡4동 등에 분포되어 있는 대형 문구 도매시장이라는 2차 도매상손에 넘어간다.
3차 도매상은 소위‘루트카’라고 불리는 중간 상인들로 주로 트럭에 물건을 싣고 다니며 문구점 등에 판다.
2002년부터 미니 오락기의 경우 3대 이상을 운영하려면 음비법(음반 및 비디오에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기초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2대 이하는 게임장이 아닌일반 업소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2대 이하는 싱글로케이션 제도(Single Location)라는 법으로 보장된 셈이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 대부분 2대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다.
법규를 자세히 보면 건물 내에 설치해야 하며 화면이 길가 쪽을 바라보게 설치하면 위법이라는 규정도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업소는거의없다.
주택가 깊숙한쪽에 자리잡은 문구점은 2대 이상 설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단속할 수 있는 주체가 없는것도 문제다.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있기 때문에 학교장이 나설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학교장이나 교사들이 문구점까지 감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문구점 자체가 자유업인 점도 논란거리다.
경찰도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으로 단속할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바다이야기’단속도 벅차다는 엄살뿐이다.
서울 마포구 소재의 K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정인락 교사는“선생님이 학교 안의 교육자라면 문구점 주인은 학교 밖의 선생님과 마찬가지다.
그런만큼 동심이 멍들지않게 양심을 가지고 영업을 해주면 좋겠다”고당부했다.
문구 프랜차이즈 사업에 오랫동안 종사해 온윤차장(다음문구창업카페지기)은 문구점 유통이 아무리 무법천지라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문구 도매점이 포스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정부에서 동기부여를 하면 자연스레 문구점의 제품 유통도 그 시스템을 따르게 될 것이고 유통기한 문제나 불법수입제품 단속도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것”이라고 제안했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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