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메릴린치 부자보고서] 아시아에 백만장자가 넘쳐나고 있다
[메릴린치 부자보고서] 아시아에 백만장자가 넘쳐나고 있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10.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만달러 이상 금융자산 부자 240만명 … 한국이 가장 보수적 투자 부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이 지역에 신흥 부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가 10월 10일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이 지역에 100만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자가 2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백만장자는 870만명, 이 가운데 27.1%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2004년 조사 때보다 7.3%나 늘어난 규모다.
세계 평균은 6.5%였다.
세계적으로 이들 백만장자들의 보유 자산은 33조3천억달러, 이 가운데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2.9%, 7조6천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2004년 조사 때보다 8.0% 불어났다.
세계 평균 8.5%에 조금 못 미쳤다.
해마다 발간되는 메릴린치의 <세계 부자보고서>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데 이와 별개로 <아시아태평양 부자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이 지역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홍콩, 인도, 싱가포르, 대만,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8개 나라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이 8만6천700명, 3천만달러 이상의 '최고부자'는 375명으로 집계됐다.
1천명 가운데 2명 정도가 백만장자라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는 평균 수준이고 아시아태평양지역 평균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다.
이들은 평균 350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부자 증가율에서 우리나라와 인도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백만장자는 2004년 7만1천명에서 지난해 8만7천명으로 21.3%나 불어났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인도도 7만명에서 8만3천명으로 19.3%나 불어났다.
이밖에도 증가율 세계 10위 가운데 5개 나라가 아시아태평양지역 나라들이다.
세계 부자 27.1%가 아시아에 거주. 메릴린치 글로벌프라이빗클라이언트(GPC) 한국본부의 장재호 본부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부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종합주가지수가 54.0%나 오른 덕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도(42.3%)나 일본(40.2%), 인도네시아(18.2%) 등이 우리나라의 뒤를 이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만 놓고 보면 일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일본의 백만장자는 모두 140만6천명, 이들의 금융자산은 3조5천억달러로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9.3%와 45.9%에 이른다.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2004년과 비교하면 4.7%(금융자산 기준) 늘어나는데 그쳤다.
2위인 중국 역시 백만장자가 모두 32만명, 금융자산이 1조6천억달러로 각각 13.5%와 20.9%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역시 증가율은 6.8%에 그쳤다.
우리나라와 인도,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이 모두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된다.
장 본부장은 "지난해 중국은 GDP 성장률은 높았지만 주식시장이 좋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성인인구 대비 이들 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싱가포르가 1.48%로 가장 높고 홍콩(1.30%)과 일본(1.29%)이 그 뒤를 잇고 있다.
100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백만장자라는 이야기다.
세계 평균은 0.22%, 아시아태평양지역 평균은 0.1%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인 0.22%, 중국은 0.03%, 인도는 0.01%로 나타났다.
한편 이 보고서는 3천만달러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순자산 보유자'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다.
쉽게 풀이하면 우리 돈으로 3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최고 부자' 정도의 개념인데 아시아태평양지역에만 1만5천600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과 비교하면 12.1%나 늘어났다.
세계 평균은 10.2%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자산 분포다.
세계적으로 '최고부자'의 비율은 1.0%, 이들이 전체 부자들의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4%에 이르는데 아시아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최고부자'의 비율은 0.7%, 이들의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24.4% 밖에 안 됐다.
500만달러 미만의 부자들의 비중이 91.2%로 세계 평균인 89.8%를 웃돈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의 집중이 덜 이뤄졌지만 금융시장이 발달할수록 편중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최고부자'의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이런 추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들의 평균 금융자산 규모를 보면 홍콩이 53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이 500만달러로 2위, 싱가포르가 470만달러로 3위를 차지했고 우리나라는 350만달러로 4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270만달러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일본의 경우는 부자들은 많지만 '최고부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나라마다 자산배분도 큰 차이를 보여 주목됐다.
인도는 주식투자 비중이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중국은 1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인도의 봄베이 지수가 42.3%나 오른 반면 중국의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이 지난해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부의 편중 갈수록 심화될 것" 한편 홍콩의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 비중이 30%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싱가포르는 헤지펀드나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 귀금속이나 미술품 등의 대체투자의 비중이 37%나 됐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현금과 예금의 비중이 10%와 11%로 매우 낮았다.
홍콩의 경우는 부동산 리츠의 수익률이 국채 수익률의 두 배를 웃돌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도 꽤나 돋보이는데 현금과 예금의 비중이 무려 35%, 채권의 비중이 25%나 됐다.
지난해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보였는데도 정작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외면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부동산 리츠나 대체투자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성별과 연령 비율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만과 일본은 부자들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40%와 30%나 됐지만 우리나라는 13%로 가장 낮았다.
중국에서는 4분의 3 이상이 55세 미만이었고 인도에서는 30세 이하의 부자들이 7%나 됐다.
그만큼 신흥부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절대다수가 55세 이상인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메릴린치는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을 성숙된 시장으로 분류하고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대만을 개발도상단계의 시장, 인도와 중국을 신흥시장으로 분류했다.
메릴린치는 특히 개발도상단계의 시장의 경우 자산관리기관들이 최근에서야 영업을 개시해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의 성장여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2010년까지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자들의 금융자산이 연간 6.7% 이상 성장해 10조6천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가 변수가 되겠지만 세계 평균 6.0%를 넘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장 본부장은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이 지리적 국경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자산관리 중심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