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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인터넷] 한나라당, 포털과 한판 붙었지만 …
[IT·인터넷] 한나라당, 포털과 한판 붙었지만 …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10.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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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친여 매체만 메인 화면에 노출”…“정파적 이해관계 없다” 한나라당이 포털 사이트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포털 뉴스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성향의 언론을 홀대하고 진보성향의 언론 기사를 더 빈번하게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앞세워 포털 뉴스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섰고 포털 사이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의도연구소는 9월 18일 "포털 뉴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장문의 보고서를 낸 데 이어 9월 28일에는 같은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의 이런 움직임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포털 뉴스가 여론 전쟁의 심각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언론 권력” 신경질 한나라당이 포털 뉴스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기사 제목 바꾸기. 대표적으로 지적된 사례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DJ 생가를 방문해 "DJ는 거인"이라고 말한 대목이 제목에서 "DJ 생가 초라"라고 바뀐 부분이다.
여의도연구소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자료를 인용, 네이버 뉴스의 경우 제목의 부분 수정이 64.5%, 전면 수정이 11.3%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기사의 출처가 이른바 친노, 친여 성향의 매체에 편중돼 있다는 것. 여의도연구소는 역시 민언련 자료를 인용,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 등이 메인 화면에 노출 되는 비율이 데일리안이나 업코리아 등 정부 비판적인 매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여의도연구소는 연합뉴스와 노컷뉴스, 프레시안, 오마이뉴스가 노출되는 비율이 50%가 넘는 반면 이른바 조중동의 기사는 10% 밖에 안 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5월 31일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사가 단 한 건도 오르지 않은 것도 포털 뉴스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른바 포털 저널리즘의 선정성과 의제의 왜곡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그 사례로 '메구미 부친 방한'과 '김대업 동생의 군 의문사위 채용' 같은 이슈들은 방송과 일간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뤘는데도 포털 뉴스에서는 무시됐다는 것.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노혜경 대표의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을 때도 이를 축소하려했다는 의혹도 있다는 것. 한편, 포털뉴스가 언론의 역할을 하면서도 신문법이나 언론중재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터넷신문법에는 취재·편집 인력이 3인 이상이고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이 30%가 넘어야 인터넷신문으로 인정받도록 돼 있다.
이 기준에 따라 포털 뉴스는 인터넷뉴스에 포함이 안 되고 언론중재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토론회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여의도연구소 나경태 연구원은 "포털 뉴스가 공정성 없는 뉴스를 자의적으로 선정하고 수정, 편집하거나 공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극적 기사를 전면 배치하는 등 문제가 많은데도 객관적 기준과 규정이 전무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나 연구원은 랭키닷컴 자료를 인용해 "언론사 사이트 가운데 방문자 수 1위의 '조선닷컴'의 기사가 네이버 메인 화면에서는 6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데일리안과 업코리아 등도 점유율도 4.54%나 되는데 네이버 등에서는 이들 언론의 기사를 메인 화면에 전혀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연대 김혜준 정책실장은 "포털 뉴스들이 기사 제목에 빈번히 손대는 것은 언제라도 정치적 자의가 개입될 위험이 내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정 기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게재됐는지 정보를 공개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은 물론 편집기준에 대한 자료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포털 뉴스의 자의적 뉴스 편집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승희 의원도 "포털 뉴스는 뉴스를 자체 생산하지 않지만 편집권 행사라는 언론행위를 통해 새로운 언론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신문법의 규제 대상에 포털 뉴스를 포함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희재 포털피해자모임 대표는 "포털이 언론으로서 책임을 다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뉴스편집 행위를 중단하고 2002년 이전처럼 언론사들의 송고 순서대로 보여주는 서비스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과 차명진 의원 등도 포털 뉴스의 편집 책임자 등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 조목조목 반박 가장 먼저 발끈하고 나선 것은 네이버(NHN)였다.
네이버는 즉각 성명을 내고 여의도연구소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DJ는 거인"이라는 제목을 "DJ 생가는 초라"라고 바꾼 사실이 없다는 것. 또한 기사의 내용과 의미가 왜곡되도록 제목을 바꾼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연합뉴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포털 뉴스의 특성상 통신사의 속보뉴스가 메인화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이를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와 묶어 50% 이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의 노출 비중이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것도 한나라당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메구미 부친 방한' 등의 비중 있는 기사를 네이버 뉴스가 메인 화면에 올리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이 기사가 '분야별 주요 뉴스'에 오른 캡처 화면을 근거자료로 제시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슈를 선정할 때 정파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언론사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이슈를 선택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과 포털 뉴스의 1차 전면전은 일단 포털 뉴스의 판정승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포털 뉴스의 언론 권력화라는 문제 제기에는 성공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들지 못했고 일부 근거 자료는 오히려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법안 발의와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 등이 남아있지만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네이버는 일찌감치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뉴스 서비스의 개편에 돌입했다.
페이지뷰가 일부 줄어들 것을 감수하면서 언론사별 뉴스 코너를 신설하고 사용자들이 뉴스를 검색했을 때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바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이른바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네이버가 이런 파격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은 굳이 한나라당이 아니라도 포털 뉴스의 언론권력화를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해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언론사들과의 관계도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어렵게 얻은 권력을 송두리째 빼앗기기 전에 적당히 나눠주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조금 억지를 부리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의 주장은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
포털 뉴스의 선정성이나 의제의 독점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던 문제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좀 더 심각한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 등이 앞장서서 변신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런 사회적 비판을 무마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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