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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위태로운 안정, 후폭풍이 두렵다 Ⅱ
[커버스토리] 위태로운 안정, 후폭풍이 두렵다 Ⅱ
  • 황철 기자
  • 승인 2006.10.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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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한반도] 위기상황 탈출 vs 불확실성 우려…낙관론·비관론 팽팽 지난 주 금융시장에 핵폭풍이 몰아쳤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과 함께 주가, 환율 등 주요 금융지표들이 요동친 것이다.
핵실험 발표 당일 극단적인 패닉상태에 접어들었던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 증시의 면역력을 내세우며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핵 실험에 따른 불확실성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분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추가 핵실험이라는 위험이 상존하고 있고, 미국과 UN의 대북 제재 수위가 대단위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도 핵무기를 사이에 둔 북미 간 줄다리기, 중국·일본 등과의 역학 관계가 또 다른 변수를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북핵, 금융시장 강타 지난 9일 북한은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충격적 발표를 내놓았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직전 거래일 대비 32.60포인트가 폭락, 1,319.40에 마감됐다.
코스닥지수 역시 무려 48.22포인트(8.21%) 내린 539.10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닥지수가 540선을 밑돈 것은 지난 7월19일 539.81 이후 처음이다.
핵실험 당일 코스닥시장에서 사이드카(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된 것만 봐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주가 폭락으로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시가총액 약 21조 5천억원 가량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보다 14.8원이나 오른 963.9원에 마감해 지난 8월28일 964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04년 12월 이래 22개월만에 처음으로 15원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1,2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있으며, 대규모 외국자본 이탈을 점치기도 했다.
환율 역시 대북 제재 등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일부에서는 환율이 1천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북핵 충격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주가는 하루 만에 상승 반등했고, 환율은 약세로 돌아섰다.
주가, 환율은 12일 현재까지 사흘 동안 이러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북핵 실험 당일, 증시 폭락을 주도했던 개인투자자들의 투매가 진정되고, 환율 폭등의 주범인 역외세력들도 달러 매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만 하면, 북핵 리스크에 대한 불안심리가 진정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금융 전문가들은 북핵 리스크에 대한 그간의 학습효과가 이번 충격을 단기에 그치게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93년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후, 13년간 주기적으로 반복된 핵 관련 사건들이 금융시장에 면역력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학습효과로 ‘급속 안정’ 실제로 우리 증시는 그동안에도 수 차례의 북핵 위기를 겪으면서, 막강한 저항력을 키워왔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북핵 리스크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모두 14번 정도였다.
이중 일주일 동안 주가가 내린 적은 단 한 번, 2002년 12월 북한 핵 봉인 제거를 발표했을 때다.
당시 주식시장은 한 달 만에 80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580포인트를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그러나 나머지 경우들은 모두 4일 이내 지수를 회복했고, 하루 만에 복귀한 사례도 6번에 달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던 지난해 2월에는 북핵 사태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당시 주식시장은 핵보유 선언과 상관없이 상승세를 지속해, 한 달 만에 50포인트 가량 뛰어올라 지수 1천 포인트를 돌파하는 위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90년대 북한의 NPT, IAEA 탈퇴와 같은 굵직한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국내 증시가 북핵 리스크에 대한 내성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93년 3월 NPT 탈퇴에 이어 이듬해 IAEA 탈퇴를 선언하는 등 꾸준히 국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주식시장은 수주 만에 반등세를 회복했다.
한화증권 리서치 센터는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의 원자로 봉인 제거와 NPT 탈퇴 선언이 2개월 간격으로 진행된 2003년 초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2주 만에 영향이 소멸됐다”며 “북한이 전쟁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있다는 믿음과 전쟁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분석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 역시 군사적 대응용이 아닌 단순 협상 카드로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금융시장 안정을 이끌고 있다.
핵실험 진위 여부를 놓고도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극단적인 군사 대응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소재용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핵 실험을 계기로 북-미가 강경 노선을 당분간 고수할 것으로 보여 리스크 수위는 과거보다 한 단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으로 보이나, 보다 긴 관점에서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국제사회의 개입으로 리스크가 다소나마 경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중간선거까지는 두고 봐야
△(자료 증권선물거래소)
그러나 이번 핵실험 사태가 사실상 전쟁까지 염두에 둔 초강수인 만큼 과거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시각도 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핵실험 강행으로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 북핵 위기에 따른 충격이 일시적이었던 것은 ‘핵 보유’라는 최후의 보루를 남겨둠으로써 전쟁 가능성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으로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고, 국제 사회의 대응 역시 수위를 예단하기 어렵게 됐다.
그만큼 컨트리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핵 사태의 부정적 파장을 속단할 수는 없지만, 추가 핵실험과 대북 제재 등 변동성 확대에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임영무 기자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경우 군사적 제재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낙관론만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다”며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의 고조가 제2, 제3의 주가 파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사건 하루 만에 주가가 상승 반전한 것부터가 경제 외적 변수에 민감한 국내 금융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핵실험 자체의 성공 여부부터, 국제사회의 대응 수위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고조케 하는 요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투자심리의 변동성을 확산해, 잠재적 요인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일례로 지난 11일 일본의 2차 핵실험 보도로 금융시장이 또 한번 혼란에 빠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사건은 수 시간 만에 오보로 밝혀졌지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며 혼조세를 보이다 약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극도의 불안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콜금리 인하로 돌아서나 북한 핵실험 강행은 그동안 상승세를 보여 왔던 금리 기조도 돌려놓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인 연 4.5%로 동결키로 했다.
올 들어서만 세 차례 인상되며 상승세를 지속한 콜금리가, 두 달 연속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북핵 정국과 함께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편승해 하향 조정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북핵 불확실성과 경기 저하로 콜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번 금통위는 콜금리 인상 기조에서 동결·인하로 돌아섰다는 것을 확인한 회의였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핵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실물 경제가 위협받게 되면, 1~2개월 내 콜금리 인하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역시 콜금리가 상당기간 동결되거나, 인하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총재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도와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 태도가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최근 상황과 가까운 장래 여건이 어떻게 바뀌느냐를 보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세계경제 성장률이 몇 달 전보다 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점도 앞으로 경제를 전망한다든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혀, 콜금리 인상 가능성을 어둡게 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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