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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북 ‘핵 무장’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커버스토리] 북 ‘핵 무장’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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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한반도] 북핵 위기 美 책임론 확산 … 최악의 시나리오는 누가 쓸 것인가 한반도의 ‘안보’에 빨간불이 커졌다.
곳곳에 ‘전운(戰雲)’의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로 상황이 불안정하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가 ‘전쟁터’로 돌변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북한이 남한과 주변국을 ‘파멸’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대량 파괴무기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없으면 한국군 무용지물 북한의 군사력은 실제로 ‘위협적’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북한 상비군은 110만명. 특수부대 병력도 8만8천명에 달한다.
서울인구 10분의 1 수준이다.
전차(3천500여대)·야포(7천900여문)·방사포(2천500여문)·전투기(780여대) 등 보유 무기량도 만만찮다.
‘비대칭(非對稱) 무기’ 역시 다수 보유하고 있다.
비대칭무기는 적의 취약점을 공략, 효과를 극대화하는 무기를 뜻한다.
쉽게 말해 남한군(이하 군)에는 없으나 북한군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탄도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가 바로 비대칭무기다.
이들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다.
현재로선 군 단독으로 대응할 뾰족한 방도가 없을 정도다.
ⓒ 미국과학자협회(FAS)
북한의 ‘비대칭 무기’ 중 하나로 꼽히는 170mm 자주포(전투차량에 고정된 야전포·4천500여문)와 240mm 방사포(동시에 많은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장치·2천600여문)는 수도권을 일격에 ‘잿더미’로 만들 만한 화력을 가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성구 의원에 따르면 개성 인근에 배치된 자주포와 방사포 350여문이 동시에 서울을 정조준하면 서울 전체의 31.6%인 191.4㎢를 피폭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군의 대응책은 레이더(위성)와 U-2 정찰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자주포 및 방사포의 초탄(첫 번째 폭탄)이 발사되면 레이더 및 정찰기를 활용, 발사지점을 파악해 포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F-15K 전투기에 GPS 유도폭탄 등의 정밀무기를 탑재, 공격하는 방안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우선 대공 주력 전투기인 F-15K를 대 지상공격 임무에 투입할 여력이 남아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북한군이 초탄 발사 후 ‘갱도’로 들어가 숨어버리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북한 미국 군사력 비교
북한의 또 다른 비대칭무기인 스커드·노동미사일은 1~2시간 내에 남한 전력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라는 평가도 있다.
이는 수 백여 대의 이동형 발사대를 가지고 있어 발사지점의 파악이 어렵고 요격 또한 쉽지 않다.
군은 이를 막을 수 있는 무기체계를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스커드 미사일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은 주한미군만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핵심 비대칭무기로 꼽히는 생화학무기의 위력은 더욱 크다.
미국 의회 기술평가국의 자료에 따르면 맑은 날 밤 서울의 30㎢ 지역에 탄저균 10㎏을 살포하면 최고 9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두 종류의 생화학무기(생물무기·화학무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생물무기는 탄저균·천연두·콜레라 등 13여종의 균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학무기는 신경성·수포성·혈액성 등 10여종 이상의 유독성 작용제 2천500~5천 톤 분량을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은 비대칭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군은 비대칭무기가 전무한 상황이다.
생화학무기는 없고, 탄도미사일은 사거리 300km 이하만 보유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의 미사일 사거리는 북한의 주력 미사일인 스커드·노동미사일에 미치지 못한다.
스커드·노동미사일의 사거리는 각각 340~500km·1천300km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 보유국’에도 이름을 올렸다.
8번째 핵 보유국이다.
군에는 없는 비대칭무기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그것도 ‘최고’의 비대칭무기로 꼽히는 ‘핵’이다.
핵무기는 재래식 군사균형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대량살상무기다.
북한 핵의 위력은 TNT(핵폭탄의 폭발 에너지단위) 1킬로톤(1kt) 정도. 다이너마이트 100톤에 해당하는 폭발력이다.
혹여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를 통해 스커드 미사일을 비롯, 노동·대포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군사적 방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한반도 상황 ‘좌지우지’ 그렇다면 북 핵무기에 대한 대응책은 전혀 없는 것일까. 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비대칭 전력은 한미공조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한다.
탄탄한 한미공조로 북한 비대칭무기의 공격을 방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편으론 군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한미공조가 없다면 북의 비대칭무기 앞에서 군은 ‘그림자’ 일 뿐이라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군의 ‘대미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그동안 비용이 적게 드는 병력집약적 지상군 및 전술무기(이를테면 보통무기) 위주로 전력을 육성해 왔기 때문이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술집약적 정보전력과 전략무기(깊숙한 공격을 위한 무기)는 주한미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가령 주한미군의 전략무기 중 하나인 KH-12 등 첩보위성과 U-2 정찰기는 군의 작전 수행에 있어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자체적으로 U-2 정찰기를 4대 보유하고 있어 24시간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군은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군의 대미 정보의존도는 무려 95%선에 달한다.
반면 군의 정찰기인 RF-4(F-4팬텀 전투기 개조)의 역할은 사진을 찍은 뒤 필름을 현상해 분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강·백두 정찰기 역시 작은 기체의 ‘한계’라는 인해 정보수집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도 상상을 초월한다.
국방부의 9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전면전 발생 시 미군 증원 전력의 자산 및 군사적 가치가 총 2천700억달러(259조2천억원·환율 960원 기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미군 증원 전력을 제외한 주한미군의 가치는 1천억달러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군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대비책이 미국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실제 북 핵무장 대비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핵 균형론 · 핵 개발론 · 핵 재배치론은 미국에 의해 ‘쥐락펴락’되고 있는 상황이다.
‘핵 균형론’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남측도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핵을 개발해 북한과 정면으로 맞서자는 주장이다.
△북한 핵실험 장소로 유력하게 꼽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위성사진.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에서 ‘명분’도 ‘실리’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핵 개발계획’은 박정희 정부 때부터 미국에 의해 원천봉쇄 돼 있는 상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핵무기개발’ 좌절 사례를 살펴보자. 박 전 대통령은 사실 ‘핵무기개발’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68년 박 전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핵무기개발을 포함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최형섭 당시 과학기술처장관도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거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핵 개발’을 추진했던 정황은 다소 구체적이다.
말로만 '핵개발론'을 주창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70년대 초 청와대 직속으로 무기개발위원회를 설치, 핵과 재래식 무기개발을 꾀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미 국회 극비 보고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무기개발위원회는 핵개발계획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72년 10월부터 추진된 중화학공업발전캠페인도 사실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핵 개발’ 꿈은 미국의 숱한 압력에 부딪쳤다.
다음은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가 전하는 일화 한 토막이다.
“… 미국은 박정희 정권의 핵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경제적 수단, 안보적 수단을 총동원했다.
해외차관을 보류시키는 것은 물론 수조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도 끊었다.
심지어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특사(필립 하비브)를 서울에 파견, 한국이 핵무장 프로그램을 계속 강행할 경우 미국은 안보공약을 철회할 것이라면서 경고했다.
△북핵 위기 내용
박 전 대통령도 미국의 위협수준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했고 핵 재처리시설을 포기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했다.
…” 국방 NGO ‘자주국방네트워크’ 김훈배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사례로 미뤄 짐작했을 때 혹여 한반도 비핵화선언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남한의 핵무장을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북 비대칭무기 대응방안인 ‘핵우산론’도 미국과 연관돼 있다.
‘핵우산론’은 핵무기가 없는 나라가 핵무기를 가진 동맹국의 핵전력을 빌려 안전을 꾀하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보호를 받자는 것이다.
이는 지난 77년 제10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당시 브라운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이 계속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게 될 것’임을 비공식 약속한 뒤 이듬해 열린 11차 SCM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SCM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핵우산 제공 문제를 심층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핵우산론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전술 핵무기로는 200kt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있다.
200kt급 핵탄두는 지난 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핵폭탄 보다 10배 이상 파괴력이 세다.
ⓒ한겨레 김종수
이른바 나가사키 핵폭탄의 파괴력은 22kt였다.
단거리 공중발사 미사일(AGM-69), 공중발사 크루즈 미사일(AGM-86), 폭격기가 공중에서 쏘는 핵 미사일 SRAM(AGM-69 단거리 공중발사 미사일) 등도 미국의 주요 전술 핵무기 중 하나다.
‘핵재배치론’도 마찬가지다.
‘핵재배치론’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국내에 다시 배치하자는 주장이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14명의 국방장관과 박세직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등 군 원로 17명은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핵실험 규탄 및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등 국가안보 전략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1991년에 채택한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로 7천만 민족의 생명을 인질로 국제사회 전체를 적으로 삼겠다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한 간의 군사적 균형이 결정적으로 붕괴됐다”며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도록 미국과 즉각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아예 남한 본토에 장착하자는 주장이다.
이 같은 군의 ‘대미의존도’ 심화현상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미국의 핵우산에 들어간다고 한반도의 안보불안이 해소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 ‘선제 핵 불사용’을 밝힌 상황에서 미국의 핵전력을 전면 도입할 경우 북한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역시 한반도 긴장해소에 ‘득’ 보다는 ‘실’이 많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PSI는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 및 관련물질의 확산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때문에 PSI는 역내외 차단이 필수적이다.
혹여 우리 정부가 PSI에 전면 참여하면 가령 북한의 의심선박을 군이 나포해 검색을 실시해야 한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최근 “군이 PSI에 참여하면 군사충돌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면서 “PSI 해당 지역과 형태 등에 따라 북한의 반응이 달라져서 나올 것”이라고 우려감을 내비친 까닭이다.
실제 PSI에 불참하던 정부가 지난해 말 참관자(옵서버) 형식으로 PSI에 협조키로 하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월9일 담화에서 PSI를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이라며 우리 정부의 선택을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처럼 군의 ‘대미종속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군 전력은 물론 북핵 위기 대응방안도 미국에 의해 좌우되는 형국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핵 위기를 초래하는데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가 한몫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북 핵실험 관련, 국제사회에선 북 책임론만큼이나 미국 책임론도 강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핵실험은 20여년에 걸친 미국 대북 외교의 실패가 집약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도 “직접적인 대화 창구를 외면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군 기형적 성장 ‘대미종속형’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지난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병법 중 ‘성을 포위해 물길, 물자 등을 끊고 고립시키면 결국 성문을 열고 나온다’는 전법이 있다.
바로 이것이 미국의 대북 봉쇄전략이다.
북한을 고립시켜 목을 서서히 조이면서 내부의 돌발 상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북한이 순순히 백기투항하고 정권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 북한의 돌발행동, 즉 ‘핵실험’의 책임이 미국에게도 분명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사회 일각에선 미국의 우산 밑으로 몸을 숙여야 핵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 지른’ 사람에게 ‘불 꺼 달라’면서 아우성대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핵전문가 김태우 박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채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분명 큰 잘못”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미국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입장은 못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북한의 10·9 핵실험을 기점으로 군의 대미 의존도 현상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지금은 북한이 왜 핵실험을 했는지, 미국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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