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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재테크] 돈의 블랙홀, 주택 마련과 자녀교육
[맞춤 재테크] 돈의 블랙홀, 주택 마련과 자녀교육
  • 신성진 에셋비 대표
  • 승인 2007.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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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내 집도, 명문대 입학도 아냐 … 인생 전반 아우르는 재무설계 세우자 “일단 집을 마련해야 합니다.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왠지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은 일단 사놓으면 계속 오르니까 무리를 해서라도 가장 먼저 아파트를 사야할 것 같습니다.
” “제가 일을 하고 돈을 모으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아이들 교육시키고 잘 살도록 해 주면 제가 할 일은 다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것은 다 포기하더라도 아이들 교육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서 내 집 마련과 자녀교육이라는 두 가지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기혼 부부 중 열에 아홉은 이 두 가지 문제가 균형 잡힌 재무설계를 방해하게 마련이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대박 이야기는 알음알음 알뜰히 해오던 투자와 저축의 의미를 잃게 만들고, 부모들의 행복지수는 자녀들의 대학 순위로 매겨지곤 한다.
이로 인한 불안심리와 사교육비 과다 지출로 이어져 온 가정을 힘들게 한다.
집값 오른다는 환상 버려라 “좁아도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내 집 한 칸 있으면 좋겠다.
” 오랜 기간 주택 마련은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소망이었다.
작은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고 나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의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여겨왔다.
특히 부동산 거품이 걷히지 않고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계속 가격이 올라 재테크 수단으로서도 그 만족감은 더욱 커져갔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급격한 아파트값 상승 경험은 강남 아줌마에서 버블세븐지역의 부녀회, 이제는 강남·북 할 것 없이 전국의 모든 사람들을 부동산 투자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는 실질적인 주택가격 상승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당시 10여 년 동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격 상승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입고 싶은 옷을 입지 않고 절약하는 것을 뭐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당하기 힘든 대출을 낀 채 집을 구입하고 이자가 조금만 올라도 그 부담 때문에 전전 긍긍하고, 행여나 아파트가격이 떨어져 자산가치가 하락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생활을 희생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수도 있지만 아파트 마련에 너무 많은 것들을 쏟아 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주택 마련에 집중하다 보니 부부의 노후준비나 자녀 교육자금 마련 등의 저축설계도 모두 집을 마련하고 난 후로 미뤄 놓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령화·저금리 시대에 이르면 심각한 재무적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가 물가 상승과 함께 상승하지 않을 때 현금자산이 없는 가정의 경우 잠재적인 파산 상태임을 명심해야 한다.
가정 경제의 지출 항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 매년 일반 물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교육비, 자녀교육 때문에 파출부와 일용직에 나서는 엄마들의 이야기, 자녀교육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서라도 강남으로, 분당으로 이사하는 이야기 등은 자녀교육이 가계의 수입을 빨아들이는 또 하나의 블랙홀임을 말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자녀교육은 이시대의 큰 우상이다.
경제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더 큰 것들을 요구한다.
얼마 전 자녀의 유학자금에 대한 고민 때문에 자살한 어머니의 사연, 자녀의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가 된 외로운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녀교육이 돈만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족관계의 해체를 요구하고, 가족들이 함께 누리면서 살아야 할 작은 행복들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이 시대의 큰 우상으로 역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관계 무너뜨리는 기러기 아빠 주택 마련이나 자녀교육에 올인 하거나, 이 두 가지 과제 때문에 인생의 다른 재무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가정들은 대부분 불안감이나 비교의식 또는 대박심리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분히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그려보고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체크하다보면 다른 중요한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먼저, 온 가족이 함께 왜 집을 마련해야 하고, 자녀 교육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되어야 하는지,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같이 정리해 보자. 집은 사놓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자산가치 버블에 대한 우려, 유동성 축소, 금리인상 움직임 등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 내지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자녀교육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목표를 설정하자.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는 지나친 사교육비 지출은 정작 대학 학자금 마련은 어렵게 하고 있다.
아이의 교육에 대한 목표를 점검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출과 투자의 균형을 잡아나가자. 노후 준비라는 목표는 주택 마련이나 자녀교육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집이 있지만 현금흐름이 없는 상황이나 노후를 자녀의 선의에 기대야하는 상황은 합리적인 재무설계라는 측면에서, 자녀를 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는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엄청난 교육비를 지출하면서 고생하고 있는데 정작 자녀들은 다른 삶을 원하고 있고, 안정된 주거환경에서 살게 하고픈 가장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자녀들은 친구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상황 같은 것이다.
행복을 위해서 돈을 모으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에 행복이 희생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택마련, 자녀교육이 나에게, 우리 집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닌지,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우상은 아닌지 진지하게 점검해 보도록 하자. 신성진 에셋비 대표 ceo@asset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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