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경력 20년여 년으로 ‘먹고 남은 음식물’ 처리에 고민하다 ‘음식물 쓰레기 건조기’를 개발, 불과 3-4년 만에 연간 매출 1천억원을 내다보는 중견기업 CEO로 떠오른 이희자 (주)루펜리 대표는 “최선을 다했으나 안 됐다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일 뿐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03년 회사를 설립한 후 '100% 깨끗한 환경'이라는 뜻을 지닌 ‘루펜’(LOOFEN/100% Fresh Environment )이란 상표의 열풍 건조방식 음식물처리기를 시장에 출시해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루펜리의 매출은 2005년 2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00억원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올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곱절 증가한 1천억원인데 일본, 중동 등 해외시장 개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목표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입증하 듯 인터뷰를 하는 이 대표의 테이블에는 최근 아랍에미레이트 등 해외 바이어들과 찍은 사진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5월에 20만-30만원대 저가제품 출시 ‘환경을 고려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라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이 대표는 “그동안은 아파트를 새로 짖는 대형건설사에 수 천대의 건조기를 한꺼번에 납품하는 영업에 주력해 왔다”며 “다음 달부터는 대당 20만-30만원의 저가제품을 삼성전자, 홈플러스, 동양매직 등 전자제품 매장과 홈쇼핑 등의 판매망을 통해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펜리는 이를 위해 이달 초 두산그룹과 제휴, 천안에서 월 1만대 이상의 건조기를 생산키로 했다.
이 회사는 또 건조 처리된 음식물 찌꺼기를 가공해 ‘연료’로 사용하는 사업도 거의 실행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필립스를 비롯한 해외의 유력한 업체들에도 ‘루펜’ 브랜드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활발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사업가로서의 꿈이라면 전 세계 가정주부 모두가 루펜 브랜드 제품을 100%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환경문제에 관심이 높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주부들은 이미 루펜의 도움을 받고 있고, 그 대상은 올해부터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흔아홉에 사업가로 변신해 1954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올해로 만 53세인 이 대표가 음식물 쓰레기처리 기업인 루펜리를 설립한 것은 지난 2003년으로 지천명(50세)을 코앞에 둔 49세 때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남녀를 불문하고, 사업체 유무를 묻지 않고 안주하기 쉬운 나이에 가정주부에서 사업가로 일대 변신을 시도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 대표가 세상의 쓴 맛을, 삶의 밑바닥을 경험한 것과 ‘사업가로의 변신’은 무관하지 않다.
“IMF 경제위기 덕분(?)에 정말 인생의 밑바닥까지 경험해 봤어요. 잘 나가던 남편의 환경사업이 IMF 위기로 완전히 실패하면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시달리며, 돈이 없어 살 곳을 찾지 못해 번뇌하던 날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 이 대표는 “IMF 이후 거의 10년 정도 온갖 경험을 다했다”고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자녀(2남1녀) 급식비를 내지 못해 당했던 서러움 때문인지 그녀는 학교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힘들었지만 낙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완전히 바닥이니 오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요.” 루펜리의 직원들이 그를 불사조라고 부르는데는 아마도 이런 긍정적 사고방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직원은 “회사에 크고 작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 대표는 절대 피하는 경우가 없다”며 “여건이 여의치 않아도 당당하고 자신에 찬 태도로 상대방을 끝까지 설득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불사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한다.
남편 몰래 담보 대출을 받아 사무실을 내 이혼 위기까지 몰렸던 이 대표의 성공은 무엇보다 가정주부를 하며 피부로 느낀 점을 반영한 제품을 내놔 주부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덕택이다.
“아마 남자였다면 루펜과 같은 주부친화형 제품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부생활을 오래한 덕분에 복잡하지 않고, 쉽게 조작할 수 있고, 냄새나지 않고, 숟가락이 들어가도 부서지지 않는 건조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지난 1999년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법안이 통과됐다는 뉴스를 접하며 막연히 “남는 음식을 처리해주는 사업을 하면 비전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법안은 ‘2005년부터 는 음식물 쓰레기 직매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가 요즘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미래를 내다보면 분명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 대표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스쳤다.
평소 다시 태어나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시 태어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음식물 처리기는 쓰레기통” 물론 남편은 그녀가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반대했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자본, 기술, 인맥 어느 하나도 갖추어진 것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남편 몰래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자본금을 조달하고,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사무실부터 차리며 일단 일을 저지른 것이다.
나중에 남편이 이를 알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으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하지만 이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도장을 찍으라면 찍겠다고 버텼다.
이 대표는 조개껍질·포크 등 무엇이든 다 넣어도 고장 없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다집했다.
이 대표는 “남은 음식물을 건조해서 재활용하자는 데에 전 세계가 공감하고 있다”며 “ 깨끗한 세상의 시작이 루펜에서 시작되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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