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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외국어’ 금융상품은 이자 더 주나
[커런트] ‘외국어’ 금융상품은 이자 더 주나
  • 장의식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승인 2007.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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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거꾸로 읽기] 상당히 헷갈리는 게 생기고 있다.
▲한국 리딩파워 3 스타 ▲프리미엄 노후 플래닝 서비스 ▲슈로더 글로벌 액티브 밸류 ▲이머징마켓 오퍼튜니티 ▲메릴린치 월드 골드 ▲피델리티 글로벌 ▲글로벌 바스켓 인덱스 ▲ IBK 코리보 ▲코스피 200 7-4호 ▲SG 링크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맥쿼리-IMM 글로벌 인프라 ▲BNPP 봉쥬르 ▲재팬 인덱스 ▲듀얼 재팬 인덱스 1호 ▲아이챔프(I-Champ) 07-1호 ▲Best Focus 파생1호….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답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금융상품’의 이름이다.
금융회사의 이름과, 펀드, 예금 등의 글자를 제외하고 나열해보니 이렇게 헷갈렸다.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다.
금융회사의 상호가 들어가야 금융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헷갈리는 것은 또 있다.
▲아이 앰 ▲마이웨이 ▲케이 머스 ▲비자 시그니처 퍼플 등이다.
최근에 보도된 신용카드의 이름이다.
‘카드’라는 말을 빼고 나면 역시 헷갈리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것은 또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총부채상환비율(DTI), 개인신용평가등급(CSS),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아동발달계좌(CDA), 올크레딧(All Credit) 서비스 ….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도 이렇다.
외국어 아닌 것은 도무지 찾기가 어려워졌다.
우리 금융산업의 ‘국제화’가 이런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홍역을 치르고 나서 저마다 국제화를 위해 주력한 덕분인지 우리말로 된 금융상품은 ‘천연기념물’이다.
그러나 이름만 외국어다.
이자를 더 준다는 상품은 ‘별로’다.
달라진 것도 없으면서 상품 이름만 그럴 듯한 ‘국제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 보도에 따르면, 정부도 외국어를 너무 쓴다고 했다.
“반미면 어떤가”라고 강조했던 노무현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외국어가 판을 치고 있다고 했다.
지적된 용어들은 ▲로드맵 ▲태스크포스 ▲클러스터 ▲리치 아웃 ▲세이프 팜 존 ▲한국형 뉴딜 ▲글로벌 스탠다드 ▲컨센서스 등등이었다.
‘영어 마을’이라는 것이 곳곳에 설립되는가 했더니 한술 더 뜨고 있다.
인천시는 ‘영어 자유도시’로 거듭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어 자유도시를 친절하게도 ‘프리 잉글리시 존’이라고 했다.
전남 여수시는 영어만 사용하는 ‘영어 존’을 만들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기도는 ‘별장형 주말농장’ 이름을 ‘클라인 가르텐(Klein Garten)’이라고 했다.
구운몽을 쓴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1637∼1692)이 말했다.
“송강의 관동별곡과 전후 미인가는 우리 동방의 이소(離騷)다.
그러나 그것을 중국 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다만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수하거나 혹은 한글로 적혀서 전해질 뿐이다.
어떤 사람이 7언시로 관동별곡을 번역했다.
잘 되지 않았다.
…당연한 이치다.
” 김만중이 또 말했다.
“…여러 나라의 말이 각기 다르듯, 인간이 각자 자기 말로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선율로 표현하면 천지신명을 움직일 수도 있다.
우리 시상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하등 한문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우리나라 시문 쓰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나라 말을 두고 남의 나라 말을 쓰는데 급급하다.
이는 의미는 비슷하다 해도 앵무새가 사람 말을 흉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 김만중의 지적처럼 모조리 ‘앵무새’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씁쓸하다.
장의식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기자 www.c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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