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의 시대
조지 소로스 지음, 네모북스 펴냄, 1만3천원
그것이 지식이든 돈이든 가진 게 많아지면 권력이 된다.
도올 김용옥은 KBS에서 논어 강의를 하다 말고 자신의 문화권력을 이유로 일본으로 도망을 쳤다. 자신을 비난하는 학자들이 그의 문화권력을 문제 삼자 시청자들을 뒤로 하고 방송을 내팽개친 것이다. 조지 소로스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인 환 투기꾼이라는 악명이 따라다니는 그는 재산이 80억달러나 된다. 세계적인 금융가로서 알려지기보다는 영국 중앙은행을 붕괴시킨 사람, 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를 불러온 사람으로 더 잘 알려진 그가 책을 냈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세계적인 거물답게 두 명의 비서를 데리고 나타났고 기자들의 질문에 여유 있게 대답했다. 그는 금융시장에는 도덕적인 고려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도덕적으로)완벽한 시장은 없으므로 필요 없다는 말이다. 자신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을 피하려는 듯한 발언이다. 헝가리계 유태인으로서 런던정경대학교에서 철학자 칼 포퍼를 만난 소로스는 포퍼의 ‘열린사회’ 에 관한 철학에 심취했고 열린사회를 위해 전 세계에서 재단을 운용하고 있다. 열린사회란 민주주의보다 상위 개념.
이 책은 열린사회에 대한 소로스의 철학과 현실을 다루고 있다. 닫힌 사회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서 그가 말하는 열린사회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의 미국 사회, 특히 부시가 통치하는 미국을 상당히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부시가 열린사회의 핵심인 비판정신을 수용하지 않았고 이는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는 부시 낙선운동을 펼치기도 했고 그를 비난하는 미국 내 목소리도 컸지만 소로스는 열린사회라는 그의 철학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가로서 일반인들에게 ‘돈만 아는 수전노’로 보였던 조지 소로스의 철학을 볼 수 있는 책이지만 좀 어렵고 지루한 게 단점이다. 조지 부시는 안 읽을 것 같다.
이재현 기자 yjh9208@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