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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한국 최대 물류기업이 넘어간다
[커런트] 한국 최대 물류기업이 넘어간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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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어디로 가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 유력 … CJ그룹 · STX · 동부그룹도 양보 못해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물류 시스템의 변화를 인소싱이라는 조금 새로운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도시바의 노트북이 고장 나서 AS센터에 전화를 하면 UPS 직원이 와서 노트북을 가져간다.
옛날 같으면 노트북을 도시바의 AS센터로 가져다 줬겠지만 이제는 UPS 안에 도시바 노트북 AS센터가 있다.
노트북을 수리하는 직원들은 도시바에서 교육을 받은 UPS의 직원들이다.
이제 노트북은 도시바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UPS는 도시바의 노트북을 수리해서 바로 고객들에게 돌려준다.
AS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소싱은 아웃소싱의 상대되는 개념으로 흔히 기업의 내부조직을 활용하는 경우를 의미했지만 여기서는 조금 다르다.
도시바의 업무를 바깥으로 떼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UPS의 직원들이 도시바의 안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젠 아웃소싱 아닌 인소싱이다 파파존스 피자도 마찬가지다.
파파존스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모두 UPS 직원들이다.
UPS는 토마토나 피자 소스, 양파 등의 재료를 운반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요에 맞춰 구매를 관리하고 가장 적절한 시점에 배달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짜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나이키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내면 UPS 직원이 창고에서 운동화를 꺼내 배달해준다.
캐나다에서 플로리다의 농장에 관상용 열대어를 주문해도 마찬가지다.
포드자동차의 사례는 더욱 놀랍다.
과거에는 공장에서 영업소까지 승용차를 배달하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더 큰 문제는 어느 차종의 재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배달되고 있는 차가 어디만큼 가 있는지,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UPS는 모든 자동차에 바코드를 부착했고 주문한 차의 이동경로를 영업소 딜러들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배송 시간도 40% 이상, 평균 10일이 줄어들었다.
UPS는 10억달러를 투자해서 세계 전역에 거미줄 같은 물류 시스템을 갖췄고 해마다 24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만약 도시바나 파파존스, 나이키나 플로리다의 열대어 농장이나 포드자동차가 UPS의 이 첨단 물류 시스템을 흉내 내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프리드먼은 인소싱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협력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인소싱을 활용하면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도 대기업과 동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남미나 아프리카에서도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이제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자재와 재고 관리부터 판매와 유통, 수금, 반품까지 모든 과정을 UPS 같은 물류 회사에 인소싱을 시키면 된다.
사무실이 꼭 대도시 한복판에 있지 않아도 세계를 무대로 뛰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게 됐다.
미국에 UPS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대한통운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다단계 마케팅 업체인 암웨이. 이 회사는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거의 만져보지도 않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공장에서 제품을 받아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은 물론 상품 분류와 재고 관리와 중장기 수급 계획까지 물류 전반을 대한통운이 인소싱하고 있다.
암웨이는 대한통운 전체 물류의 10%를 웃도는,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고객으로 부상했다.
암웨이는 지난해 4월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물류 시스템을 대한통운에 일괄 위탁하면서 세제 혜택을 포함해 비용을 20% 이상 줄인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대한통운은 특히 직매장으로 가는 일반 배송과 주문고객에게 가는 택배 배송을 일원화해 비용을 크게 줄였다.
95% 이상의 주문 물량이 주문 다음 날 바로 배송되는 것도 이런 시스템의 효율성 덕분이다.
일단 취급 물량이 많기 때문에 비용 절감의 폭도 크다는 설명이다.
정부에서도 이 같은 3자 물류의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간단히 설명하면 직접 물류를 담당하는 것을 자가물류, 계열사에 맡기는 것을 2자물류, 대한통운 같은 종합물류회사에 맡기는 것을 3자물류라고 한다.
정부는 물류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위해 개정 화물유통촉진법에서 매출액 또는 물류비의 일정 비율 이상을 종합물류업체에 맡길 경우 위탁물류비의 2%를 세액공제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류비용은 80조원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조금 넘는 정도다.
미국이 9.62%, 일본이 9.58%인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비용 절감의 여지가 크다는 이야기도 된다.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종합물류업 인증제가 시행될 내년에는 물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 현재 자가물류 비중이 74.3%, 제3자 물류 비중이 25.7% 수준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3자물류의 비율이 80%를 웃돈다.
3자물류 비중 미국의 3분의 1 수준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수출입업체 1천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자 물류업체에 물류를 아웃소싱한다는 업체가 전체 가운데 38.8%로 지난해 35.6%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3자물류를 맡을 만한 물류업체가 국내에 손에 꼽을 만큼 적다는 것이다.
대한통운과 한진, 현대택배 정도가 고작이다.
전국적인 물류망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을 망라한 해외 물류 시스템까지 갖춘 곳은 대한통운이 유일하다.
GM대우의 인천항KD센터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KD센터는 자동차 부품을 포장해 수출하는 업무를 맡는 곳이다.
그동안은 부품들이 GM대우로 옮겨갔다가 다시 부두로 나오는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지만 이제는 곧바로 이 KD센터로 직행하게 된다.
대한통운은 연간 250억원의 물류비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8059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504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LG다우폴리카보네이트는 2001년 창업 때부터 아예 물류창고를 짓지 않고 대한통운과 3자물류 계약을 체결한 경우다.
대한펄프도 2002년부터 대한통운과 3자물류 계약을 맺고 원자재 구입과 창고관리, 배송 등의 물류 업무 전반을 위탁하고 있다.
대한펄프는 날마다 차량 210대분의 원료와 제품을 수송해 왔는데 대한통운과 손을 잡으면서 연간 40억원 이상을 절감한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프리드먼이 말한 인소싱은 여기서 좀 더 나간 4자 물류의 개념이 될 것이다.
3자물류를 넘어 공급사슬 전반을 총괄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테면 물류업체가 노트북 수리를 맡거나 단순히 제품의 운반에 그치지 않고 생산과 자재, 구매 관리까지 포괄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다.
그 과정에서 정보기술 산업과의 연관도 필수적이다.
앤더슨컨설팅은 4자 물류를 포괄적인 공급체인 솔루션으로 정의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재벌 대기업의 2자물류를 꼽았다.
효율성도 떨어지고 비용도 더 드는데 계열사라는 이유로 편법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2자물류가 3자물류로 전환되지 못하면 종합물류 업체들은 홈쇼핑 업체들 물량에 만족할 수밖에 없고 국내 물류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는 요원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대한통운은 41개 지사와 1만여 개의 택배 취급점을 두고 있다.
해외에도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12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 보유 차량만 1만6,500대에 이른다.
국내 물류업체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직영 비율이 80%에 이르는 것도 다른 물류회사들과의 차이다.
대한통운의 이런 조직 구조는 과거 두 차례 물류 대란 때 빛을 발한 바 있다.
창사 이래 45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대한통운은 지난해 1조1,717억원의 매출에 478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국내 물류회사 가운데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는 대한통운이 유일하다.
수도권 터미널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한통운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모기업인 동아건설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 도중 파산하면서 떠안은 우발채무 2억6,700만달러. 다행히 올해 말이면 리비아 정부로부터 최종 공사완공증명서를 발급받아 부채를 털어내고 법정관리에서도 벗어나게 될 전망이다.
이런 알짜배기 회사가 매물로 나왔으니 물류에 관심있는 회사라면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는 것도 당연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TX, CJ그룹 등이 의욕을 보이고 있고 골드만삭스 계열의 트라이엄프인베스트먼트도 공격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동부그룹과 동원그룹, 군인공제회 등도 인수전에 가세할 전망이다.
이미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4.78%와 13.47%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스텍창투를 통해 노 대통령이 최측근 안희정씨에게 1억9천만원의 정치자금도 제공했다.
이 원장이 노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였음을 시사하는 사례다.
금호아시아나, STX 등 너도나도 눈독 11월 3일 기준으로 대한통운의 시가총액은 1조1,751억원. 지분 51%를 확보하려면 넉넉히 6천억원 정도면 충분하지만 보유자산과 브랜드파워, 성장 잠재력 등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결국 넉넉히 2조원은 준비돼야 욕심을 내볼만 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대한통운을 인수해 종합물류그룹으로 거듭날 계획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STX그룹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려놓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금력에서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에서나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섣불리 예단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존의 항공사업과 해운, 고속버스사업에 대한통운의 육상물류와 택배, 항만하역사업 등을 더해 명실공히 국내 최대 종합물류그룹으로 거듭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에 사운을 걸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편, CJ그룹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CJ는 최근 삼성물산의 택배회사였던 HTH를 인수한데 이어 CJ홈쇼핑과 택배사업을 연계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STX도 의욕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대한통운의 지분 14.78%를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 8천억원 정도만 들여도 대한통운을 인수할 수 있다는 계산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최근 택배 사업에 진출한 동부그룹이나 식자재 물류에 욕심을 내고 있는 동원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대한통운의 지분 인수가 3자배정 신주발행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는 무관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법원은 최근 국제상사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모두 무시한 바 있다.
결국 모든 인수후보들이 원점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에도 역시 자금력이 풍부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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