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값은 불과 한 달여만에 작게는 몇 천만원에서 많게는 몇 억원이 오르는 등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도, 정부가 대책을 발표해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다.
과거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 잠시 숨죽이던 분위기와는 판이하다.
정부 정책 불신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3일, 신도시 기반시설 부담금의 국가(지자체) 부담을 늘리고, 개발 밀도와 용적률을 높여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당장 시급한 수도권을 겨냥, 분양가 인하와 공급 물량 확대를 통해 최근 급등한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벌써부터 국가 부담의 세금 형평성 논란, 지방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등 온갖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현재의 부동산 과열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에 국한되고 있다.
오히려 지방 부동산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통계청과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8·31부동산종합대책’이 나온 지난해 8월 말과 비교한 올 10월 말 현재 전국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평균 7.9%로 분석됐다.
8·31대책 이후 14개월간 지역별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울이 13.6% 오른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대책의 ‘핵심’으로 겨냥했던 강남이 17.9% 급등하며 강북(7.3%)의 2.5배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도 평균 14.4% 상승한 가운데 ▲과천 30.1% ▲군포 2 6.0% ▲의왕 25.5% ▲안양 24.3% ▲고양 24.0% 등이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대전 아파트값이 8·31부동산대책 이전과 비교해 3.0% 떨어진 것을 비롯해 ▲부산 -1.2% ▲충남 -0.7% ▲제주 -0.2% 등 4개 시·도 아파트 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분양가를 낮추거나 무이자 대출, 심지어는 발코니 확장 공사를 무료로 해주는 상황에서도 계약자가 없는 상황이다.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 물량은 7만여 세대, 그러나 업계에서는 15만 세대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지방 부동산시장이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면서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미입주 세대는 약 10만여 세대로 추산된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이처럼 침체기에 빠지고, 정부 정책은 결과는 반대(?)이지만 수도권 억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에 진출한 업체들은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분양을 포기하는 업체도 많다.
반면 지방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로를 여는 업체도 많다.
과거에는 분양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한데 반해 최근에는 입주에도 많은 정성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커다란 변화는 건설업체들이 사전 서비스(Before Service)에 더욱 공을 들여 입주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인식 변화다.
과거에는 하자보수 등 사후 서비스(After Service)에만 관심을 기울였었다.
대우건설은 주부들로 구성된 ‘푸르지오 리더스 클럽’을 한층 강화해 운영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선보인 이들은 신규 아파트 단지에 10여명씩 파견돼 집안 구석구석에서 단지 편의시설까지 주부의 눈높이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삼성건설은 입주 60일 전 시공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입주자 초청행사를 더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입주가 시작되면 가정의 수호신을 뜻하는 ‘헤스티아 라운지’를 열어 이사 관련 불편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집먼지 진드기 방제, 주방·욕실·싱크대·새시 청소 등을 해준다.
한화건설은 ‘3단계 입주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부 품질 점검단(1단계), 생활지원센터(2단계), 해피콜 애프터 서비스(3단계) 등을 활용해 입주민을 돕고 있다.
중앙건설은 더 나아가 입주 지원 전문업체에 입주를 맡기고 있다.
중앙건설의 춘천 퇴계동 중앙하이츠빌 1단지 입주를 맡고 있는 입주 지원 전문업체인 ㈜태건큐앤씨 조주형 대표는 “분양도 중요하지만 입주도 매우 중요하다”며 “입주 개시 직후 빠르게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세무, 법무,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기존의 입주 편의 행정은 물론 거래 부진으로 기존에 거주하던 아파트가 처분되지 않아 고민하는 계약자에게는 매매를 알선해 주고 2~3년 전 투자 목적으로 분양받은 이들에게는 입주 시점에 맞춰 전·월세 세입자를 찾아주고 있다.
실제 이 업체는 지난 8월부터 투입돼 지난 1일부터 입주가 개시돼 2주일 만에 50% 이상 입주시켜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거세지면서 지방 부동산시장은 더욱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시장 변화와 고객의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침체기 지방 부동산시장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류양선 부동산분양신문 편집인 RINF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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