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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악수의 연속이냐, 제2 도약이냐
[진단] 악수의 연속이냐, 제2 도약이냐
  • 황철 기자
  • 승인 2006.11.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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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증권 김정태호 출범 놓고 벌써부터 잡음…낙하산 인사, 토사구팽 논란도 대한투자증권(대투)이 새 선장을 맞는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대투증권 신임 사장으로 공식 선임됐다.
김 사장은 그동안 하나은행과 지주사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다.
또 한 번 주요 계열사 수장으로 등용됐다.
이와 함께 조왕하 대투 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격 발령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형상이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증권사 경영진에 정통 은행 맨 출신이 진출한 것에 대해 잡음이 새어나온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드디어 점령군 입장에 서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피인수 금융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소위 낙하산 인사가 진행됐다는 얘기다.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은행과 증권사의 영업 환경이 서로 상이하다는 게 주 이유. 안정성에 기반을 둔 은행 경영 방식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증권사 운영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석연찮은 사장 인선 김정태 사장은 금융권 진출 초부터 줄곧 은행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영업 맨으로 통한다.
81년 서울은행에 입행, 은행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신한은행을 거쳐 92년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나은행에서는 가계영업점 총괄본부장, 영남사업본부·가계고객사업본부 부행장 등을 거치며 영업통으로 성장해 왔다.
지난해 하나금융지주 출범부터는 지주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진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아 왔다.
그러나 김정태호에 대한 금융권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대투증권 최고위 경영진 모두가 사실상 은행원 출신으로 채워진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투증권 경영진에 하나은행 출신이 등용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하나금융그룹은 대투증권을 인수하면서 신준상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을 대투증권 부사장에 임명했다.
신 부사장은 91년부터 하나은행에서 근무했고, 대투증권 인수 당시 특별프로젝트 TFT 본부장을 맡으며 M&A를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하나지주가 결국 점령군 같은 행보를 시작했다는 비난 섞인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M&A 후 피인수 계열사에 임원을 내려 보내는 건 시간상 문제일 뿐, 더 이상 생소한 현상이 아니다”면서 “이번 인사는 사실상 하나지주가 계열사 경영을 장악하겠다는 선언적 성격이 짙다”고 전했다.
조왕하 전 대투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부회장 자리로 옮긴 것은 이러한 논란을 더욱 부추긴다.
그의 승진 인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것. 조 전 사장은 지난해 6월 대투 사장에 오른 후 1년 6개월 만에 경영권을 내놓게 됐다.
3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조왕하 체제 출범 후 대투가 보여준 저조한 성과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조 사장이 깊이 관여한 외환은행·LG카드 인수 실패의 책임론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 전 사장 취임 후부터 대투증권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지만, 타 증권사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안정적 경영에 초점을 맞추면서, 증권사들의 공격적 행보에 발맞추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최근 증권업계에 신상품 경쟁이 가열되고 있지만, 특별히 자랑할 만한 상품 하나 없는 실정이다.
전통적 경쟁구도를 형성해온 한국투자증권이 동원증권에 인수된 후, 파격적 경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린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조 전 사장 개인적으로도, 2년 전 강정원 현 국민은행장과 행장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며 금융권 명망가로 이름을 올리던 때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모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투나 한투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새 주인을 맞았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딴판이다”면서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고경영자로서 조 전 사장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투, 위기 탈출 해법은? 그러나 이러한 실적 저조의 원인을 조 전 사장에게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대투증권 위기의 가장 큰 이유로 대주주의 경영간섭을 꼽고 있다.
대주주 하나은행의 경영 방식으로는 증권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은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은행업과 달리 투자의 과감성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투증권의 실적 저조는 인수 초기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유계정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라며 “증권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기본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김정태 신임 사장에 대한 불신까지 싹트게 하고 있다.
김 사장 역시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은행의 영업 방식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향후 펀드 판매 등 영업력 신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감한 투자보다는 은행 등과의 시너지를 통해 안정적 수익 확보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정태 신임 사장 역시 펀드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경영상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크게 위축돼 있는 대투증권의 영업력에 신선한 바람이 불 수 있지만, 과거 최대 투신사의 위상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대투증권 내부에서는 이번 김정태 사장 등극으로 은근히 증권사의 위상 강화를 기대하기도 한다.
어차피 조왕하 사장 역시 외부인사였던 만큼 기왕이면 지주사의 신망이 두둑한 김정태 사장의 영입을 반기는 분위기. 대투증권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하나지주 부사장을 역임하며, 은행과 증권사의 복합 점포화 등을 이끌어 왔다”면서 “이의 연장선에서 하나은행과 결합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지주사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김 사장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후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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