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창조 카리스마
김영한 지음, 리더스북 펴냄, 1만1천원
이른바 능력 있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오류는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남을 믿지 못해서, 남이 하면 자기가 하는 만큼보다 모자라서 일을 혼자 다 틀어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류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꼭 그 짝이었다. 디자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망치와 톱 구실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컴퓨터가 바로 애플이 만든 매킨토시다. 그런데 줄임말로 ‘맥’이라 불리는 컴퓨터를 만든 애플이 지금 컴퓨터 회사가 아닌 IT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 책은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쓰고 있다.
자신이 몰고 다니던 차를 팔아 구한 1,300달러로 창고에서 시작한 애플은 애플2를 상용화시키면서 말 그대로 떼돈을 번다. 당시 전문가나 기업용으로만 쓰던 컴퓨터를 일반인들도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었으니 왜 안 팔렸겠는가. 하지만 거대기업인 IBM은 곧 바로 현재 우리가 PC라고 부르는 컴퓨터를 시장에 내놓았고 이 PC는 애플2를 가볍게 제쳤다. 성능은 비슷했지만 PC는 MS-DOS를 채택해 기존의 응용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추가로 개발되었다. 스티브 잡스의 첫 실패는 IBM과 빌 게이츠가 이룩해 놓은 것이다.
스티브는 윈도우 기능을 탑재한 매킨토시를 내놓았지만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 또 고배를 마셔야 했고 자신이 영입한 경영인에게서 쫓겨나고 만다. ‘혁신의 저주’에 빠진 스티브를 ‘기술 만능’에서 구해준 것은 만화영화 ‘토이 스토리’였다. 기술이 ‘감성’을 만난 것이다.
스티브는 이후 물 만난 고기처럼 MP3시장에 눈을 돌려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를 열고 아이포드를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다. ‘기술보다 디자인이 먼저’라는 것을 깨달은 스티브 잡스가 앞으로 또 어떤 사고를 칠지 궁금하다.
이재현 기자 yjh9208@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