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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연봉 7000달러에 가전제품은 한국산
[기획취재] 연봉 7000달러에 가전제품은 한국산
  • 황철 기자
  • 승인 2006.1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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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중산층 ③ 인도 - 上 중산층의 축은 IT산업 종사자 … 유럽 · 미국 같은 라이프스타일 꿈꾼다 인도에서 처음 받는 느낌은 혼돈이다.
도로는 값비싼 수입차와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들이 위태롭게 뒤엉켜 있고, 거리에는 화려한 전통의상을 차려 입은 도시민과 한 푼을 구걸하는 빈민들이 대비를 이룬다.
뉴델리 인근에 접어들어서도 ‘이곳이 과연 인도의 수도인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풍경이 계속된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세련된 인테리어의 외국계 기업들이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돈되지 않은 거리에는 보행자와 주인 없는 개들이 공생하고, 차들로 빼곡한 도로 한편에는 우마들의 행진도 제법 발견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인도의 실상은 세계 최대 규모의 빈민층을 거느린 후진국일 뿐이었다.
이런 인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인도의 혼돈과 혼란은 세계적 자본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이 되고 있다.
이들이 갖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은 무수한 외국 기업을 유혹하고, 채 분출되지 못한 소비 욕구는 거대한 잠재시장을 이루고 있다.
자본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미완의 땅이라는 점이 인도를 기회의 터전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델리, 뭄바이, 뱅갈로르, 꼴까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소비붐은 인도의 미래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도시발 변화의 바람 뉴델리는 인도의 수도답게 변화의 바람을 가장 먼저 느끼게 하는 곳이다.
여전히 샤리와 같은 전통의상이 델리 시내를 누비고 있지만, 청바지와 민소매를 입은 신세대 여성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젊은 남성들 역시 말끔한 수입 의류와 운동화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 오후 한 때 한가로이 연애를 즐기고있는 델리 남녀의 모습은 인도의 변화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드델리와 뉴델리의 연결통로이자 소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꺼놋 플레이스(Connaught Place)에는 극장, 식당, 쇼핑 매장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맥도널드와 KFC에는 종일 손님이 들끓어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맥도널드 세트 메뉴의 가격은 대부분 99루피, 우리 돈으로 2100원 정도다.
인도 소비계층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하위 중산층(상위 25% 선)의 월 수입이 15만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물론 70%에 이르는 빈곤층은 근처에도 갈 수 없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젊은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즐거워 보인다.
주변에 있는 나이키, 베네통 등 의류 매장과 삼성, LG, 노키아 등 휴대폰 및 가전제품 매장에도 활기가 감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중산층의 소비패턴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뉴델리의 최대 쇼핑몰인 안살플라자의 모습은 인도에 일고 있는 소비 붐을 더욱 잘 드러내 보인다.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매장에는 대학생과 여성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화장품 숍이나 의류상점에는 인도 신세대 여성들이 외국인들과 어우러져 있다.
IT 강국답게 컴퓨터와 전자제품 매장에는 20~30대 젊은 남성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수없이 진열된 외국 기업 제품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돈 많은 장년층 남성 위주의 소비문화가 남녀를 막론한 젊은 계층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시장의 급팽창은 인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김찬완 한국외국어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소비시장 규모는 250조원에 달하고, 연평균 5% 정도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도의 경제성장이 투자보다는 내수 소비 주도로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의 민간소비는 GDP의 60% 이상으로 인도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3억 중산층을 잡아라 이러한 거대 소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체는 3억명에 육박하는 인도 중산층들이다.
인도 국가응용경제연구위원회(NCAER)는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층을 전체 인구의 25%~30%인 2억 7600만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림잡아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6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들의 연간 가계 소득 수준은 9만루피~100만루피(2000달러~2만1800달러)로, 매년 빠른 속도로 소득을 늘려가고 있다.
또 연간 1천만명이 빈곤층을 탈피해 중산층의 반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 기업의 샐러리맨과 IT, 미디어 등 신흥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자동차, 휴대폰, 냉장고, 컬러TV 등 고가제품에 대한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소유 대수가 2000년보다 400만대 이상 늘고, 180만명이었던 이동통신 가입자가 올해 말 8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은 인도 소비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K. T 라빈드란(K. T. Ravindran) SPA(School of Planning and Architecture, 뉴델리) 대학 교수는 “1%의 상류층이 이끌어 가던 인도 경제가 점점 30%에 달하는 중산층들의 주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 “이들은 경제·문화의 주체로서 인도 사회의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매년 중산층의 소득 수준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하위층에서 신규 중산층으로 합류하는 인구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중산층 확대와 소득 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외국 진출 기업과 IT 산업의 지속 성장이다.
특히 델리와 뭄바이 등 대도시 주변에 계획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위성도시들은 중산층의 소득 증가와 소비지출 확대를 동시에 유도한다.
델리 주변의 하리아나 주 구루가온(Gurgaon)시와 우타프라데쉬 주의 노이다(Noida)시는 대표적인 계획도시다.
이 지역에는 수십 개의 외국계 기업들이 조성한 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또 초고층 아파트, 쇼핑몰, 골프장 등을 갖춰 인도 신흥 부유층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인도 경제 성장의 발판인 투자와 소비를 동시에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집적 단지 등을 건설해 국가 핵심 산업인 IT의 신규 거점으로 만든다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인도 고성장의 견인차였던 IT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IT산업의 지속적 팽창은 소비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IT산업은 넘쳐나는 고학력 인력을 흡수해 고소득 중산층으로 탈바꿈시킨다.
IT 성장이 잠재적 소비계층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산층 제조기, IT 실제로 인도의 IT 종사자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5배 가까이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인도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연 1천달러 수준. 이에 반해 IT엔지니어는 5천~ 7천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일반 샐러리맨들이 십여 년에 걸쳐 이룰 수 있는 부를 이들은 3, 4년 안에 쌓을 수 있다.
인도 대학생들에게 IT엔지니어가 선망의 직업이 되고 있는 이유다.
현재 인도의 IT산업 종사자는 130만명 정도로 매년 2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정무진 한인교류회 상임이사는 “델리, 뭄바이 인근의 계획도시들을 중심으로 제2의 뱅갈로르로 통하는 IT산업 거점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IT 직종은 가장 높은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고 있어, 젊은 고소득 계층을 형성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가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이다.
2005년 기준 인도 인구는 약 11억 1천만명. 이중 절반은 25세 미만의 청년들이다.
UN은 15세~64세 사이의 인도의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2025년을 기점으로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매년 20만명씩 늘어나는 공학 전공자를 비롯한 고급인력들은 젊은 인도 사회에 더욱 생기를 불어 넣는다.
이들은 영어, 수학, 통계학 등에 능통해 IT, 금융, 컨설팅 등 인도 경제를 이끌어온 업종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신흥 중산층으로서 새로운 소비 패턴을 지향한다.
인도의 젊은 소비자들은 서구 사회를 동경하며 안락한 환경과 다양한 문화적 활동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맞춰 물밀 듯 밀려든 외국 기업들은 각종 홍보물과 마케팅을 통해 이들의 소비욕구에 불을 지피고 있다.
뭄바이에서 만난 인도 영화배우 리쉬 프라사드(Rishi Prasad)씨는 “인도의 중산층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이 매우 강하다”면서 “이들은 인도 사회의 소위 1%의 생활을 꿈꾸며, 왕성한 소비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성공기 인도 소비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약진은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약 180개사에 달한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계열사와 협력업체가 120개사 정도고 무역, 은행, 개인사업 등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가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동종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인도 진출 성공 요인은 치밀한 시장 분석과 공격적인 투자에 있다.
올해 100만대 생산을 돌파한 현대자동차의 상트로(아토즈의 인도 내 차명)의 마케팅 전략은 좋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상트로는 기존 차량들보다 차체가 높아 머리에 터번을 쓰는 시크교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 브랜드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평가 역시 좋은 편이다.
우수한 품질과 탁월한 가격 경쟁력은 국내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힌다.
바라나시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야두 씨(델리대학교 3년)씨는 “전자제품을 많이 구입하는 편인데 한국 제품의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면서 “인도의 중산층 가정에서는 한두 개 이상의 한국 제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델리=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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