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14 (화)
[스페셜리포트] 온라인에 들어선 거대한 학교
[스페셜리포트] 온라인에 들어선 거대한 학교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12.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교육 전성시대] 메가스터디 월 매출 100억원 돌파 … 연봉 30억 스타급 강사 강좌에 수만명 몰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너무 말이 느리고 지루해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자꾸 2배속 버튼을 누르고 싶어져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메가스터디 커뮤니티 게시판에 남긴 글 가운데 일부다.
수업시간에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책상에 엎드려 잔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2배속 버튼이 뭘까. 메가스터디는 국내 최대의 온라인 교육업체다.
고등학교 과정이 중심이었는데 최근 중학교 과정을 전문으로 하는 엠베스트라는 회사를 인수해 온라인 교육시장에서 명실공히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굳혔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메가스터디의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42.7% 늘어난 1014억원, 영업이익은 45.9% 늘어난 3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학교 수업은 아예 경쟁 안 된다.
실적의 규모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성장 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매출액이 1500억원, 영업이익이 500억원을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이렇게 놀라운 성장성을 보이는 기업은 많지 않다.
당연히 주가도 가파르게 뛰어올랐는데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충분히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학생들이 메가스터디에 열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강의가 알차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는 천문학적인 성과보수를 제시하면서 전국의 이름 있는 강사들을 모조리 끌어들였다.
실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학원 강사들의 지원도 줄을 잇고 있다.
이렇게 최고의 강사들을 끌어 모았으니 학교나 학원 수업과 비교하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곳의 강사들은 수강료 수입의 23%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인기 있는 강좌의 경우 수강생이 무려 2만5천여명, 수강료를 5만원씩만 잡아도 수강료 수입이 12억5천만원, 여기에서 23%를 성과보수로 받으면 2억8천만원이 된다.
이들은 많게는 30개 이상의 강좌를 동시에 개설하기 때문에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강사들도 수두룩하다.
‘손사탐’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손주은 메가스터디 사장도 이런 스타 강사 가운데 한명이다.
사탐은 사회탐구 영역의 줄임말이다.
그는 메가스터디의 상장으로 수백억원의 주식부자가 된 뒤에도 여전히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성과보수로만 달마다 1억원 가까이 벌어들인다.
영어를 맡고 있는 김기훈 강사의 경우 메가스터디 온라인 사업부문 매출의 20%를 혼자서 만들어낼 정도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강료 매출만 57억원, 교재판매 매출이 3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학원까지 포함하면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30억원 가까운 연봉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많은 연봉을 받는 만큼 최고의 강의를 합니다.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쉽고 재미있습니다.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고 무대 매너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열광하는 것도 당연하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강사들도 있습니다.
” 손은진 메가스터디 커뮤니케이션본부장의 이야기다.
메가스터디가 이렇게 이름 있는 강사들을 싹쓸이하면서 교육방송(EBS)은 강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메가스터디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석록, 박승동, 이근철씨 등은 모두 EBS 가정학습 강사 출신이다.
학원가에서는 EBS에서 지명도를 높인 뒤 메가스터디로 이적하는 방식이 몸값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이들의 오프라인 학원 강의를 그대로 녹화해서 내보낸다.
텅 빈 스튜디오에서 녹화하는 EBS 강좌와 달리 메가스터디의 강의에는 현장감과 생동감이 넘쳐난다.
강사들은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거나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메가스터디의 온라인 강의에는 강한 흡인력이 있다.
EBS가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급식이라면 메가스터디는 최고의 메뉴를 제공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든지 쉬었다가 다시 들을 수도 있고 잘 아는 부분은 건너 뛸 수 있다는 점도 온라인 강의의 매력이다.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은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맞춰놓고 강의를 듣는 경우도 많다.
“학교 수업에서도 이런 2배속 기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학생들은 아무래도 학교 수업과 온라인 강좌의 효율성을 비교하게 된다.
최고 강좌를 수만명이 함께 들어 학교 수업이 겨우 40명 정도, 학원 수업도 많아 봐야 3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이 온라인 강좌의 수강생은 보통 수천 수만명에 이른다.
학생들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여러 강좌를 비교하고 의견을 공유한다.
실력이 없는 강사의 강좌는 수강생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메가스터디는 단순히 강의를 녹화해서 내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수업 커리큘럼을 강사들과 함께 기획하고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해 수업에 반영하도록 한다.
비슷한 강좌를 늘어놓기 보다는 수준 높은 강좌만 선별해서 남겨놓겠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이른바 승자독식의 원칙인 셈이다.
“학교 수업은 아무런 선택권이 없습니다.
선생님을 잘못 만나면 그냥 1년 동안 시간을 허비하게 되죠. 그런데 여기에서는 가장 잘하는 강사를 학생들이 직접 고를 수가 있어요. 옛날 학원 같으면 이런 강좌를 들으려면 밤새 줄 서서 수강신청을 해야 했겠죠. 그런데 이제는 강남이나 강북이나 지방을 막론하고 누구나 최고의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된 겁니다.
” 이런 시스템은 오프라인 학원 같으면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웠을 새로운 강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는 대학별 논술 특강도 그런 사례다.
수강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이런 특화된 강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정 과목의 특정 단원에 취약한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따로 개설할 수도 있다.
손 본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메가스터디에 개설된 강좌는 모두 2천여건, 수강신청은 89만여건에 이른다.
올해에는 수강신청이 100만건을 거뜬히 넘어설 전망이다.
메가스터디는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단일 교육기관으로는 최대 규모다.
웹사이트 분석기관인 랭키닷컴의 트래픽 점유율 순위로는 EBSi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놀라운 성장성이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발견은 정말 놀랍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7%씩 성장해 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21조9천억원.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중고등학생의 수는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고 시장은 한동안 성장할 전망이다.
학습지 죽고 온라인 시장 뜬다 사교육 시장은 크게 유아나 초등학생 중심의 학습지 시장과 중고등학생 중심의 입시 및 보습학원 시장, 그리고 온라인 교육 시장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학습지 시장과 학원 시장은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다.
사교육 시장은 한동안 꾸준히 성장하겠지만 그 중심이 바뀐다는 이야기다.
신영증권 오정일 연구원은 통계청 등의 자료를 인용, 학습지 시장과 학원 시장이 2008년까지 각각 연평균 3.5%와 4.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성숙기 또는 포화상태에 이른 학습지 시장은 출산율 감소와 맞물려 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시 및 보습학원 수나 수강생 수도 2003년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 시장이 전체 사교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5% 밖에 안 된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전체 일반계 고등학생 가운데 한번이라도 유료로 강좌를 수강한 학생의 비율은 12.3%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이야기도 된다.
EBS의 회원이 73.4%에 이른다는 것과 비교하면 지금보다 6배 가까이 성장할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대우증권 송흥익 연구원은 이런 변화를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차원에서 이해한다.
교육이 사업으로 바뀌고 있으며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대형화와 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송 연구원은 특히 온라인 교육 시장이 성장하면서 교육산업이 유통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교육산업과 유통산업의 비슷한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메가스터디 같은 훌륭한 유통망을 갖춘 기업들이 다양한 업체들과 제휴해서 우수한 제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점, 둘째, 2000년 이후 대형 마트의 성장 과정과 비슷한 형태로 시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메가스터디는 여러 오프라인 학원들과 제휴를 맺어 이 학원의 강의 내용을 온라인이라는 유통망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형 마트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누가 가장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유통채널을 구축하느냐, 그리고 우수한 콘텐츠를 독점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송 연구원은 “이제 교육산업에서도 대형 마트처럼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읽고 빠르게 반응하는 업체가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동네 학원을 다녀야 했지만 이제 누구나 온라인으로 최고의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경쟁력 없는 동네 학원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동네 구멍가게의 운명을 떠올리면 쉽다.
“교육이 유통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메가스터디와 이마트의 매출액 증가율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마트의 1999년 매출액 증가율은 31.2%, 2000년에는 78.3%, 2001년에는 45.4%를 기록했다.
2002년 29.6%에 이어 2003년부터는 10% 중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2003년 125.5%에 이어 2004년에 9.3%로 주춤했다가 지난해에는 41.2%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편, 오프라인 교육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메가스터디와 비교하면 웅진씽크빅이나 대교 같은 전통적인 교육업체들은 이미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그나마 자칫 잘못하면 온라인에 밀려 시장의 일부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누가 이마트가 되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학습지 시장에서 재미를 봤던 웅진씽크빅은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장난감을 빌려주는 토이 렌탈 사업을 벌인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고시학원을 잇따라 인수해 성인 교육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캐스트라는 온라인 교육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깨치기’라는 브랜드로 유아교육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 최대의 교육업체인 대교도 성장성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중학교 교과과정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교육업체 파르마에듀를 밀고 있고 전집류 판매나 학원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다.
1300억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으로 소규모 교육업체에 대한 인수합병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부와락’이라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도 시작했다.
이밖에도 YBM시사닷컴은 오프라인 성인직무교육 사업에 뛰어들었고 온라인 교육업체 엘림에듀는 오프라인 학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대성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제휴를 맺고 온라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능률교육도 영어교육 사이트 이티하우스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 윤효진 연구원은 “향후 교육시장은 자본과 브랜드력이 충분한 교육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이 가속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 통합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특정 연령의 특정 교과과정에 만족했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연령과 모든 교과과정을 포괄하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공짜로 직원들 직무교육 시키세요” 최근 코스닥시장에 등록해 돌풍을 불러일으킨 크레듀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메가스터디가 고등학교 과정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교육 업체라면 크레듀는 기업 대상의 온라인 직무교육 업체다. 굳이 비교하자면 메가스터디는 B2C, 크레듀는 B2B 업체인 셈이다. 이 분야에서 크레듀는 압도적인 1위 업체다. 크레듀의 교과과정은 매출 비중 기준으로 일반직무교육이 72.1%, 금융이 11.5%, 온오프라인 연계교육이 9.8%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인력개발원 사이버교육팀에서 분사해 설립된 이 회사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매출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7%, 삼성전기가 2% 등 전체 매출의 39%가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이 교육과정이 고용보험 환급지원을 받는다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 환급이란 노동부가 고용보험기금을 풀어 피고용인(직원) 교육 경비의 80~100%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집행된 고용보험 기금 규모는 3조원, 이 가운데 8.2%가 이 제도를 통해 기업에 환급됐다. 크레듀는 이 시장에서 56.0%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보험 대상 사업장은 납부한 보험료 가운데 직업능력개선보험료만큼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이 보험료 8095억원 가운데 실제로 피고용인 교육에 지원된 금액은 2561억원, 31.6% 밖에 안 된다. 지금보다 세 배 가까이 성장 여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온라인 시장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44% 수준이다. 이 같은 온라인 직무교육을 이러닝이라고 부른다. 이러닝백서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이 전체 훈련 인원의 88%를 차지하고 있고 대기업의 49%가 이러닝을 이용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고용보험 지원 이러닝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장 전망이 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