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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미국 경제 ‘골디락스’ 끝나나 걱정
[진단] 미국 경제 ‘골디락스’ 끝나나 걱정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1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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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성장하면서 물가도 잡는데 … 주택 경기 회복이 관건 소녀는 큰 그릇의 스프를 맛보았어요. “이 스프는 너무 뜨거워.” 그녀가 말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중간 그릇의 스프를 맛보았어요. “이 스프는 너무 차가워.” 그녀가 말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작은 그릇의 스프를 맛보았어요. “이 스프가 딱이야.” 그녀가 말했어요. 골디락스는 스프가 너무 맛있어서 다 먹어버렸지요. 미국 경제를 놓고 골디락스 논쟁이 한창이다.
골디락스는 원래 금발머리란 뜻인데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라는 영국 전래동화의 줄거리를 따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라는 의미로 흔히 쓰인다.
경제로 치면 완만한 성장과 물가 안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최근 논쟁의 핵심은 미국 경제의 골디락스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 가능하느냐는 데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내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골디락스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오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경제는 미국 경제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성장축 다변화로 인해 안정적인 골디락스 흐름을 나타내면서 우리 증시도 새로운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경제는 1990년 중반 이래 골디락스 상태를 지속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주택 경기가 둔화되면서부터다.
주택경기가 둔화되면 소비심리도 얼어붙고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0월 주택거래 평균가격은 22만1천달러,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3.5%나 떨어졌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8년 이래 최대 하락폭이었다.
13년 만에 주택 재고 최고 주택가격은 지난 8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주택 재고는 385만 가구, 1993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택경기의 조정 양상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며 “한동안 집값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택 판매실적이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주택경기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까지 나서서 “주택경기는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며 “주택 재고가 줄어들고 주택 판매도 곧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발표된 주택 판매 지표는 주택시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예상을 밑돈 국내총생산(GDP)이 이런 믿음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BS그리니치의 데이비드 아더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의 부진이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로드리고 나토 IMF 총재는 “미국의 주택경기 둔화와 석유 공급의 차단이 내년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주택경기 하락 폭이 너무 클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주택시장의 불황은 그 자체로도 미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최근 조사보고서에서 미국 주택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경제가 지난 3년간의 골디락스 시대를 마감하고,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경우 FRB의 통화정책도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주택경기 냉각이 예상보다 빠르거나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경기 급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또 “미국 경기의 둔화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거친 연착륙(hard softlanding)’이라는 용어도 최근 유행이다.
연착륙은 연착륙인데 충격이 좀 있을 거라는 의미에서다.
골디락스가 전기 대비 2% 중반의 성장률에 1~2% 초반의 물가목표를 의미한다면 거친 연착륙은 1~2% 초반의 성장률에 2% 이상의 물가목표를 의미한다.
고용둔화 지속 ‘거친 연착륙’으로 갈 수도 CJ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보다는 거친 연착륙 기조로 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증가가 2년 만에 가장 낮게 나타났고 상품생산도 2003년 6월 이후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단위노동비용 상승세와 함께 노동생산성이 하락기조에 접어든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박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의 특징을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물가가 안정을 찾으면서 FRB의 통화정책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둘째, 제조업 경기는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산업별로 차별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셋째, 주택 경기의 하향 추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저점이 다가오고 있다.
넷째, 소비활동이 뚜렷한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경기의 하향 조정은 막겠지만 경기의 상향 모멘텀도 부재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2% 초중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CNN머니는 “주택경기 둔화에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까지 겹쳐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골디락스의 가능성 또는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대체로 완만한 경기 성장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지만 최근 주가 상승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골디락스를 위협하는 요소로 첫째, 유가 급등과 둘째, 부동산시장 둔화, 셋째,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원은 “여러 가지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국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은 불필요하며 그보다는 미국경제의 연착륙과 저성장 시대 진입에 대한 준비가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나 기업들로서는 미국의 이런 성장기조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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