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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발명은 머리 아닌 손과 발로 하는 것
[CEO탐구] 발명은 머리 아닌 손과 발로 하는 것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6.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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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변무원 젠트로 사장] 특허 150개 보유한 괴짜 CEO…고추엑기스 추출음료 '젠트로' 출시 백발의 신사. 변무원 사장과 대화를 나눠보면 초등학교 시절 배운 과학수업시간이 떠오른다.
우선 변 사장은 호기심이 강한 인물, 궁금증이 생기면 당장 실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런 탓에 손해도 적잖다.
그는 얼마 전 얼굴에 부스럼이 잔뜩 생겨 한참 고생을 했다.
주위에서 몸에 좋다고 권해준 정체 모를 약을 단지 호기심에 복용했다가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발명은 책상에서 눈이나 머리로 하는 것은 아니라 손과 발로 하는 것입니다” 이리 재고 저리 재다보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가방끈이 길면 오히려 마이너스 “무식한 사람이 개발을 잘 합니다.
머리 좋은 사람은 문헌과 전력부터 찾기 때문에 늦어지거나 타이밍을 놓치게 됩니다.
” 발명에 있어서만큼은 가방끈이 길면 따지는 시간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변 사장은 코스닥 기업 CEO 중 고졸 출신 4.8%에 포함된다.
“솔직히 학벌 콤플렉스는 존재합니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요. 저 때만 해도 고졸이 많았으니까 문제가 없었겠지만 요즘은 어디 그렇습니까?” 변 사장의 경우를 보자면 굳이 대학을 나와야 되나 하는 의문이 든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그는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사에 얼마나 호기심을 갖고 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 사장에게 있어서는 문제가 기술이 되고 필요가 발명이 된다.
“지식이나 노력보다 호기심 어린 태도가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는 많은 기회가 있지만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죠.” 변 사장의 호기심은 결국 그에 많은 타이틀을 안겨줬다.
특허청 선정 ‘제4대 발명대왕상’, 금오공과대학 명예 공학박사 수여, 정부인증 신기술 3건 보유, 은탑산업훈장 수여 등이 그것이다.
이제 좌충우돌 그의 인생역정을 들어보자. 변 사장은 초등학교 1년 때 왼손 중지 끝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는 꿈이 일찌감치 좌절된 것이다.
그는 강원도 원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서울로 상경했다.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장 대신 측지기사 1급 자격증과 지적기사 1급 자격증을 땄다.
남광토건 직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81년 갑자기 이라크로 떠났다.
태어난 지 채 1년도 안 된 아들을 아내에게 맡기고 훌쩍 떠나야 했던 이유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고 변화를 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라크 측에서 우리 회사 측에 전산시스템을 요구했어요. 수기로 작성하던 문서를 다른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전산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당시엔 컴퓨터라는 자체가 흔치 않았습니다.
당연히 프로그램 개발자가 이라크 현지에서 일하려면 다른 직원 월급의 3배를 주고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고요. 그래서 제가 무작정 해보겠다고 나섰죠.” 결국 그는 낮에는 영어 공부, 밤에는 프로그래밍언어 공부에 매달린 끝에 6개월 만에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앞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렸더군요. 머리 나쁜 사람이 잔머리를 많이 굴려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하하”
△ 변사장은 수시로 직원들을 불러모아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들기 위한 브레인 스토밍 시간을 갖는다
돼지우리에서의 첫 창업 89년, 그가 창업을 한 계기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당시 주요 고객사 소장을 만나러 갔어요. 소장은 아파트 주차장 공사를 빨리 끝내지 못해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일주일 후면 입주가 시작되는데 콘크리트로 물받이 벽을 만들면 굳는 데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 변 사장은 콘크리트보다 튼튼하고 빨리 굳는 폴리에틸렌(PE)을 떠올렸다.
소장에게 폴리에틸렌을 소개하고 제품을 만들어 볼 테니 나중에 구매나 확실히 해달라고 약속을 받았다.
결국 그는 물막이 공사를 기한 내에 무사히 끝냈다.
약속대로 소장은 모든 제품을 구매했다.
여기서 그는 한발 더나갔다.
‘맨홀이 철제니까 무겁고 녹이 잘 스는 단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도 오래 걸린다.
경제적이며 가볍고 녹슬지 않는 폴리에틸렌 맨홀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1,000만원으로 사업자금을 삼았어요. 고향의 돼지우리를 뜯어내고 공장을 차렸지요.” 사업 초기에는 순조로웠다.
제품도 제법 호응이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부터 반품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폴리에틸렌 맨홀이 약해 쉽게 파손된다는 이유에서다.
“눈물이 났습니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죠. 고객을 찾아가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한 후 제품에 앵글과 볼트를 추가해 강도를 높였습니다.
” 이후 변 사장의 맨홀 거푸집은 신자재로 선정됐고 그의 사업은 아무런 걸림돌 없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했다.
맨홀 거푸집이 젠트로가 업계 1위로 등극하는 효자 아이템이 된 셈이다.
호기심 있는 한 발명은 계속된다 변 사장에게 목돈이 되어준 두 번째 발명품은 물탱크 정수장에서 고안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발명품은 중학교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물의 자정작용’을 십분 활용하는 간단한 것이었다.
“수돗물을 소독하려면 염소를 넣습니다.
그런데 충분한 양의 염소를 넣어도 소독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정수탱크의 길이가 워낙 짧아 염소가 충분히 섞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그가 발명한 장치는 물이 정수탱크를 통과할 때 돌아가게 패널막을 설치하고 낙차가 발생하도록 구멍을 꿇어놓은 것이었다.
이 제품 역시 효과는 100점 만점. 염소 소독의 단점으로 고민에 빠진 수자원공사는 변 사장의 제품을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변 사장이 개발한 것 중에는 신기하게 대머리에서 머리가 자라게 하는 제품도 있다.
목초액을 이용한 것이다.
“목초액이 무엇이든 살균하는 능력이 있더군요. 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타르나 불순물이 많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 좋은 것만 빼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순수한 목초액을 얻었습니다.
” 강력한 살균력으로 웬만한 피부병에는 그가 만든 목초액은 만병통치였다.
심지어는 대머리에 목초액을 바르면 머리카락도 자라나는 것이었다.
“어떤 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모공이 막히고 결국 머리카락이 가늘어져서 대머리도 생긴다고 생각을 했어요.” 최근 변 사장이 야심차게 밀고 있는 발명품은 고추 엑기스 원액으로 만든 숙취 해소음료 ‘젠트로’다.
이 음료는 순수 국산 고추에서 추출한 엑기스 100%를 사용했다.
고추에 알코올 분해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성분이 있어 숙취 해소에는 그만이라는 것이 변 사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비만 방지 효과까지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고추엑기스 숙취 해소음료는 변 사장이 지난해 아이디어를 냈다.
“작년 9월쯤 알고지내는 대학교수의 상갓집에 문상을 갔어요. 그런데 친구가 소주에 오이나 양파를 넣지 말고 청양고추를 넣어 마셔보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호기심에 해보니까 정말 다음 날 머리가 안 아팠습니다.
” 다음 날 이후 변 사장은 즉시 직원들과 실험에 들어갔다.
연구실에 장비를 갖추고 다량의 고추 엑기스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우선 고추를 녹즙기에 갈아 넣어 짜서 엑기스를 만든 다음 이를 살짝 끓여 원액만 따로 분리했다.
또 이 원액을 다시 끓여 증기를 받아 원액을 추출했다.
변 사장은 고추액을 증류한 이 원액을 본인이 술 마시기 전후에 마셨다.
실험에 동참한 직원들도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이 음료를 계 속 더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실험차 이 음료를 20일 정도 아침저녁으로 마시던 변 사장은 어느 날 자신이 입던 바지가 헐렁헐렁해진 사실을 발견했다.
뱃살도 빠진 것이다.
고추엑기스 추출음료가 지방을 분해하는데도 효과가 높았던 것. “군산대 교수진의 연구 결과 고추는 열량을 내면서 지방을 태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혔습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기능성 음료 제조의 경험이 많은 고려홍삼공사에 OEM을 주어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품이 초기화 단계라 전화로만 주문을 받아 택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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