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불안과 환율 하락, 부동산 거품 등 지난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한 변수들은 올해도 여전하다.
그러나 막연한 장밋빛 전망 못지않게 근거 없는 비관론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때 경제성장률 전망을 놓고 비관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더니 연말연초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낙관론이 비관론을 누르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지난해 예상 경제성장률 5.0%보다 낮은 수준이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4.4%와 비슷한 수준이다.
민간소비는 4.2%에서 4.0%로, 설비투자도 7.4%에서 6.0%로 줄어들고 지난해 부진했던 건설투자만 -0.7%에서 1.6%로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이익의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침체 국면을 겪었지만 GDP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도 1985년까지 S&P500기업의 주가수익 비율이 10배 안팎에 머물다가 기업이익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면서 20배까지 늘어난 경험이 있다.
삼성증권 홍기석 연구원은 “상장기업들의 이익 구조가 건실해졌고 내수기업을 중심으로 과잉 경쟁이 축소되면서 경기 변동에 따른 기업이익의 변동 폭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성장률이 둔화하는데도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기업이익은 이제 성장률보다는 환율과 유가에 더 많이 좌우된다.
하나증권은 특히 정보기술(IT)부문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업이익이 정체됐던 건 IT부문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용현 연구원은 “지난해 말이 IT 재고 주기의 저점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는 IT 부문이 이익 모멘텀의 주도권을 되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도 수출 기업들 채산성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엔화는 지난해 약세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강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약세와 맞물려 원화 강세가 부담이 되겠지만 엔화 강세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조 연구원은 이런 전제 아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올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그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인구 고령화로 40~50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에 대비해 주식 수요를 늘리고 있다.
둘째,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상대적으로 주식투자의 매력이 돋보이게 되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셋째, 세계 경제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2005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적립식 투자가 확산되면서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2005년 초 8조6천억원에서 5배 이상 올라 지난해 말 45조원을 넘어섰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변화가 일회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는 사실이다.
적립식 투자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린다
가계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성장여력이 크다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자산은 모두 6368조원, 이 가운데 금융자산은 1082조원으로 17.0% 정도다.
부동산자산이 83.0%에 이르는 것과 비교된다.
일본과 미국은 금융자산의 비율이 각각 25.0%와 62.0%에 이른다.
이런 저금리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연구원은 “유가가 안정되면서 낮은 인플레를 유도하고 있고 경기 둔화와 낮은 임금 상승률도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경제의 성장도 수출의 구조적인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홍콩을 포함할 경우 27.3%, 미국의 13.3%나 유럽의 18.5%보다 높다.
2005년의 경우 중국 수출이 24.4% 늘어났고 전체 수출을 12.0% 늘리는데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11.8% 늘어났고 전체 수출을 14.7%나 늘렸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가운데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이 52%를 넘어섰다.
미국 경제가 불안한데도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이어가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 경제는 올해도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고 인도는 지난해 8.3%에서 올해는 7.3%로 소폭 둔화, 다른 아시아신흥지역은 4.4%의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은 우리나라 주식이 아직도 매우 싸다는데 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의 나라 가운데 주가수익 비율(PER)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없다”고 지적한다.
주가수익 비율은 기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 주식시장, 세계에서 가장 싸다.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의 주가수익 비율은 14.7배, 중국과 인도는 각각 13.7배와 18.0배, 일본은 17.3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10.3배 밖에 안 된다.
말레이시아의 13.8배보다도 낮다.
과거처럼 높은 성장성은 보이지 못하더라도 기업이익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거라는 기대도 이런 배경에 근거한다.
삼성증권 정영완 연구원은 “본격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도래했다”고 선언한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5년(171개월)과 10년(117개월) 동안 1천포인트에서 머물다가 2천포인트 돌파 이후 13년(155개월) 동안 485%, 20년(243개월) 동안 1846%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정 연구원은 “선진시장들은 20~30년에 걸친 고성장의 결과 자연스럽게 저성장과 저금리 구조로 진화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1989년 1천포인트 돌파 이후 17년만에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내놓은 종합주가지수 목표주가는 1700이다.
교보증권은 최대 1780을 제시했고 가장 낮은 현대증권도 1580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장기랠리의 조건으로 첫째, 세계 경제의 연착륙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둘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과 내수 서비스의 성장잠재력이 확충될 것을 내걸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1분기에 상승했다가 2분기에 기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조정, 4분기부터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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