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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part1] 한국 경제 ‘재평가’ 시작됐다!
[커버스토리_part1] 한국 경제 ‘재평가’ 시작됐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1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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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보다 낙관론 우세… 종합주가지수 최대 1700p 넘을 듯

미국 경제의 불안과 환율 하락, 부동산 거품 등 지난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한 변수들은 올해도 여전하다.
그러나 막연한 장밋빛 전망 못지않게 근거 없는 비관론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때 경제성장률 전망을 놓고 비관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더니 연말연초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낙관론이 비관론을 누르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지난해 예상 경제성장률 5.0%보다 낮은 수준이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4.4%와 비슷한 수준이다.
민간소비는 4.2%에서 4.0%로, 설비투자도 7.4%에서 6.0%로 줄어들고 지난해 부진했던 건설투자만 -0.7%에서 1.6%로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ECONOMY21 주목할 부분은 수출이다. 한은은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2.9%에서 올해는 10.8%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10.8%면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성장성이 한풀 꺾였다고도 볼 수 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낙관론자들은 기업들 이익이 늘어나는데 주목하고 비관론자들은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줄어드는데 주목한다. 성장률 줄지만 수출은 잘 된다 낙관론자들이 기업 이익이 크게 늘어날 거라고 보는 이유는 첫째, 올해도 환율 하락이 계속되겠지만 속도와 폭이 지난해보다 완만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고, 둘째, 유가와 원자재 가격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는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회복도 기대된다. ⓒ한겨레 이종근

기업이익의 증가 속도가 경제성장률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침체 국면을 겪었지만 GDP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도 1985년까지 S&P500기업의 주가수익 비율이 10배 안팎에 머물다가 기업이익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면서 20배까지 늘어난 경험이 있다.


삼성증권 홍기석 연구원은 “상장기업들의 이익 구조가 건실해졌고 내수기업을 중심으로 과잉 경쟁이 축소되면서 경기 변동에 따른 기업이익의 변동 폭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성장률이 둔화하는데도 기업이익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기업이익은 이제 성장률보다는 환율과 유가에 더 많이 좌우된다.


ⓒECONOMY21 NH투자증권은 코스피 200종목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9.4% 늘어난 72조7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005년과 2006년에 각각 3.8%와 1.0%씩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올해 실적 개선의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게다가 72조7천억원이면 3년 전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증권사들 전망을 종합한 결과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이미 지난해 4분기에 18%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증가 추세는 올해 4분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이익 예상치의 변동성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도 이런 전망에 신빙성을 더한다.ⓒECONOMY21
하나증권은 특히 정보기술(IT)부문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업이익이 정체됐던 건 IT부문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용현 연구원은 “지난해 말이 IT 재고 주기의 저점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는 IT 부문이 이익 모멘텀의 주도권을 되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도 수출 기업들 채산성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조 연구원은 “엔화는 지난해 약세 분위기였지만 올해는 강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달러화 약세와 맞물려 원화 강세가 부담이 되겠지만 엔화 강세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조 연구원은 이런 전제 아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올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대세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그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인구 고령화로 40~50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에 대비해 주식 수요를 늘리고 있다.
둘째,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상대적으로 주식투자의 매력이 돋보이게 되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셋째, 세계 경제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2005년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적립식 투자가 확산되면서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는 2005년 초 8조6천억원에서 5배 이상 올라 지난해 말 45조원을 넘어섰다.
주목할 부분은 이런 변화가 일회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는 사실이다.
적립식 투자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린다

가계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성장여력이 크다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자산은 모두 6368조원, 이 가운데 금융자산은 1082조원으로 17.0% 정도다.
부동산자산이 83.0%에 이르는 것과 비교된다.
일본과 미국은 금융자산의 비율이 각각 25.0%와 62.0%에 이른다.

ⓒ임영무 기자산업은행은 개인의 금융자산 비중이 2004년 17%에서 2010년이면 21.8%, 2020년이면 30.2%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부동산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83.0%에서 78.2%로 69.8%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자산 중에서도 현금 비중이 줄어들고 주식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주식만큼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지난해 3조3천억원에서 올해는 12조4천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2005년에는 주식투자를 병행하는 변액보험이 8조4천억원어치나 팔리기도 했다. 주식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장기금리의 안정도 주식시장에는 호재다. 미국의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985년 이후 14%에서 4.5%까지 줄어들면서 주식시장이 장기 호황을 이어갔다. 우리나라도 1997년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17.5%에서 4.8%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 500~1145포인트의 박스권을 돌파한 것도 이런 유동성 효과 덕분이다. ⓒECONOMY21

이런 저금리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연구원은 “유가가 안정되면서 낮은 인플레를 유도하고 있고 경기 둔화와 낮은 임금 상승률도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경제의 성장도 수출의 구조적인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홍콩을 포함할 경우 27.3%, 미국의 13.3%나 유럽의 18.5%보다 높다.
2005년의 경우 중국 수출이 24.4% 늘어났고 전체 수출을 12.0% 늘리는데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11.8% 늘어났고 전체 수출을 14.7%나 늘렸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가운데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이 52%를 넘어섰다.
미국 경제가 불안한데도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이어가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 경제는 올해도 1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전망이고 인도는 지난해 8.3%에서 올해는 7.3%로 소폭 둔화, 다른 아시아신흥지역은 4.4%의 양호한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은 우리나라 주식이 아직도 매우 싸다는데 있다.
NH투자증권 임정석 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의 나라 가운데 주가수익 비율(PER)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없다”고 지적한다.
주가수익 비율은 기업이익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 주식시장, 세계에서 가장 싸다.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의 주가수익 비율은 14.7배, 중국과 인도는 각각 13.7배와 18.0배, 일본은 17.3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10.3배 밖에 안 된다.
말레이시아의 13.8배보다도 낮다.
과거처럼 높은 성장성은 보이지 못하더라도 기업이익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거라는 기대도 이런 배경에 근거한다.


삼성증권 정영완 연구원은 “본격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도래했다”고 선언한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5년(171개월)과 10년(117개월) 동안 1천포인트에서 머물다가 2천포인트 돌파 이후 13년(155개월) 동안 485%, 20년(243개월) 동안 1846%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정 연구원은 “선진시장들은 20~30년에 걸친 고성장의 결과 자연스럽게 저성장과 저금리 구조로 진화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1989년 1천포인트 돌파 이후 17년만에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내놓은 종합주가지수 목표주가는 1700이다.
교보증권은 최대 1780을 제시했고 가장 낮은 현대증권도 1580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장기랠리의 조건으로 첫째, 세계 경제의 연착륙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둘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과 내수 서비스의 성장잠재력이 확충될 것을 내걸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1분기에 상승했다가 2분기에 기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조정, 4분기부터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기업들도 신바람… 빈익빈 부익부 심화주목할 부분은 기업들 가운데서도 철저하게 뜨는 기업만 뜬다는 것이다. 올해 가장 신바람 나는 기업들은 아마도 조선과 항공운송 업종일 것이다. 조선업종은 올해도 고가 수주가 계속되고 항공운송업종은 원가 하락에 따른 혜택을 볼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최고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 내수 관련, 제약이나 인터넷, 교육업종의 영업이익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제약업종의 경우 처방의약품 시장에서 고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한미FTA 체결과 함께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서 상위 제약회사들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업종에서는 온라인 광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광고가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0.7%에서 올해는 13.1%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인터넷 업종의 영업이익이 올해 49.3%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업종 역시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역시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9.2%의 성장이 기대된다. 미디어산업의 이슈는 IPTV의 도입이다. 신규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영업이익이 21.1%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메모리 산업 역시 올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D램 시장 규모는 역사상 최고치인 1995년 408억달러에 조금 부족한 386억달러 규모, NAND플래시 시장은 지난해 추정치대비 19.4% 늘어난 159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분기마다 평균 2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업종도 내수경기 회복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익개선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종 역시 폭발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보험업종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경쟁이 한계에 이르면서 가격 인상이 시작된 덕분이다. 건설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2년 만에 반등해 5.0%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영업이익도 8%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확대로 선회함에 따라 주택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은행과 철강업종은 올해도 실적 부진이 계속될 것 같다. 자동차업종도 당분간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성장시장에서도 마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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