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후 2년차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운동선수들에게는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처음과 달리 2년째 되는 해에는 견제도 많아지고 스스로도 처음의 긴장감을 잃어버려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2년차 징크스는 창업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창업 2년차에 영업 위기를 겪는 점주들이 많다.
이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롱런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판가름 난다.
유행 아이템 주기는 1년
유행에 민감한 아이템은 말 그대로 ‘유행’에 따라 고객 선호도가 수시로 바뀌는 아이템이다.
‘00 열풍’에 휩싸여 섣불리 창업 아이템을 선택했다면 유행이 끝난 시점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음 열풍이 불었을 때 순식간에 선호도가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불닭, 찜닭 등 한 때 창업시장을 주름잡았던 아이템도 지금은 대표 브랜드 한두 곳만 명맥을 유지할 뿐, 유행에 힘입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아류 브랜드들은 모두 몰락한 지 오래다.
이들 유행 아이템의 수명은 길어야 1년 정도. 소위 ‘막차’를 탄 가맹점주라면 그 주기는 더욱 짧다.
철저한 운영 마인드 없이 아이템에만 기대 창업했다면 창업 2년차에 접어들면서 고전을 할 수 있다.
창업 아이템으로 인한 2년차 징크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행’아이템과 ‘유망’아이템을 선별할 줄 알아야 한다.
한 때 유행에 휩싸여 떴다 가라앉을 업종인지, 유행을 넘어서 트렌드로 자리 잡을 업종인지를 판가름해야 한다.
‘블루오션’이라는 말에만 끌려 다이어트 카페처럼 시장이 전혀 형성되지 않는 생소한 아이템을 고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치킨, 아이스크림처럼 해당 업종의 시장은 넓지만 2~3년 주기로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아이템이나 삼겹살 등에서 유행하는 ‘가격 파괴형’ 브랜드도 창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강성진(40)씨는 저가형 테이크아웃 치킨이 한참 유행할 때 서울 망원동에 ‘아로하치킨’(www.arohachicken.co.kr)을 창업했다.
아로하치킨은 6900원짜리 프라이드치킨을 테이크아웃과 홀에서 동시 판매하는 아이템이다.
아로하치킨의 프라이드치킨은 일반 저가형 치킨과 달리 한방재료로 장시간동안 염지해 진한 맛을 내기 때문에 안주 메뉴로도 적당하다.
강씨는 이런 강점을 파악해 혹여 저가형 치킨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더라도 홀 영업을 강화하면 매출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
초기에는 유행을 타고 테이크아웃 치킨 판매 매출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저가형 치킨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자 창업 시 우려했던 매출 부진이 나타났다.
매출 폭에 한계를 느낀 강씨는 전격적으로 홀 영업을 강화, 이전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선호도 변화에 따라 단순 저가형 치킨전문점을 창업한 점주들이 손쓸 도리 없이 무너지거나 뒤늦게 매장 영업을 도입하는 것과 달리 그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바로 영업 무게중심을 옮겨 위험 부담을 최소로 줄였다.
현재 망원점의 홀 판매 비중은 60%선. 홀 판매는 마진율도 60%로 높아 수익도 좋다.
강씨는 마늘간장소스 치킨을 새로 접목하고 다양한 안주메뉴를 추가하는 등 본격적인 매장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1년 영업하면 요령 생긴다
우리나라는 계절적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계절별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구분되고, 기온 변동 등이 구매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한 곳에서 최소한 4계절을 다 겪어봐야 영업 예측이 가능해지고 나름대로 운영 노하우도 쌓을 수 있다.
점주들도 창업 후 초기 1년간은 긴장을 풀지 않고 매장 운영에 열심을 다한다.
본사의 메뉴 레시피도 그대로 따르고, 물류 관리도 철저히 한다.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해 경영지도 또한 잘 이뤄진다.
그러나 어느 정도 매장 운영이 익숙해지면 ‘요령’을 피우는 점주가 생겨난다.
특히 마진과 직결돼 있는 물류 부분에서 주로 문제가 생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질이 낮은 식자재를 구입해 쓰거나, 메뉴 레시피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메뉴의 품질이 떨어지면 고객 역시 떨어져나가기 마련이다.
1년간 잘해왔다는 자만심에 요령을 피우다가는 한 달 만에 고객을 잃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본사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각 본사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담긴 메뉴를 개발해 물류 장악력을 높이기도 한다.
‘왕대감 참숯화로 왕갈비’(www.wangdaegam.com)는 얼마 전 12cm짜리 대왕갈비 메뉴를 개발해 물류 경쟁력을 높였다.
일반 돼지갈비 길이는 4~5cm 정도, 사입업자가 취급하는 돼지갈비 역시 그 정도 크기다.
8cm 이상의 돼지갈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물류 육가공 공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본사 담당자의 말이다.
왕대감 삼산점 유진위 점장은 “왕대감 돼지갈비는 살을 다듬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자형으로 포를 떠 만든다.
직속 육가공 공장을 보유하고 막강한 물류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12cm 대형 갈비가 나오는 돼지를 다룰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반 업자들은 공급할 수 없는 물류란 말이다.
그는 “본사에서 양념까지 된 채로 배송해주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터 닦아놓으면 경쟁자가 꼬여
1년 정도 좋은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면 그 주변으로 비슷한 업종의 점포가 속속 들어서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초기 점포의 운영을 바탕으로 수요층과 시장성을 확인하면 많은 후발주자들이 뛰어들기 때문이다.
비슷한 업종 점포가 증가하며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가 바로 오픈 1년 후다.
이 때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시장만 키워놓고 정작 자신은 도태되는 결과가 생길수도 있다.
시장을 초기에 선점한 것은 분명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지만, 자기 점포만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지니지 못한다면 경쟁점포가 생겼을 때 금방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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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33)씨가 서울 이수역 인근에 퓨전 포장마차 ‘피쉬앤그릴’(www.richfood.net)을 창업한 것은 지난해 9월, 퓨전 포장마차형의 선술집이 막 생겨날 즈음이다.
호프집 일색이던 상권에 안주 메뉴에 경쟁력이 있는 선술집의 등장은 금방 입소문을 탔고, 환승역 인근의 배후 고객들을 흡수하며 영업도 순항을 이뤘다.
이수역점의 평균 일매출은 130만 원. 오픈 이후 매달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오픈 2년째 접어드는 현재 인근에서 영업하고 있는 퓨전 선술집은 10여개 이상. 장사가 잘 되자 오픈 3개월 후부터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10여개로 늘어났다.
박씨는 경쟁점포가 5개가 넘어가면서부터 스스로 신메뉴 개발을 하며 적극적으로 응수, 영업권을 튼튼히 지키고 있다.
퓨전 선술집은 안주 메뉴를 따지는 여성 고객들이 많은 만큼 여성 고객 구미에 맞는 안주메뉴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점포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틀에 박힌 안주가 아니라 해산물 등 최근 트렌드에 맞는 메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다른 선술집과 차별화를 이뤘다.
실제로 현재 이수역점에는 여성고객 비율이 70%에 이른다.
매출의 80% 이상을 25~35세 고객들이 올리고 있다는 것을 파악, 점주 나이또래의 젊은층 고객에게 친근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주효했다.
박씨는 “경쟁을 하다 보니 메뉴 질이나 서비스도 더 신경 쓰게 되고, 선술집이 많아져 고객을 불러 모으는 ‘집객효과’ 덕도 보고 있다”며 “경쟁 점포 증가를 위기로 볼 것이 아니라 점포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강병오 (주)FC창업코리아(www.changupkorea.co.kr) 대표
1. 기본에 충실한 것이 비법이다. 자만하지 말고 초심을 유지하라. 2. 브랜드가 망해도 장사가 잘 되는 가맹점은 있다. 자신만의 마케팅, 운영 노하우를 확실히 쌓아 역량을 길러라. 3. 운영 요령은 배우되, ‘요령’은 피우지 말아라. 4. 매월 경영평가를 통해 영업 상황을 체크하고 매출 폭이나 고객 반응에 변화가 있을 때 바로바로 대처하도록 한다. 5. 1년간의 운영으로 자기 점포만의 차별화 요소를 확실하게 이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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