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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피플] 아나운서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이코노 피플] 아나운서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7.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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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MBC 아나운서

“아나운서도 어차피 직장인입니다.
5년 전까지는 월급도 상대적으로 높고 좋은 직업이었는데 이젠 아니에요. 열심히 재테크를 해야만 먹고 살수 있어요. 그런데 제겐 재테크 운도 없어요. 주식이나 비교적 안전하다는 주식형 펀드도 꼭 실패를 하더군요. 어찌 보면 세상사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닙니까?”

최근 MBC 이재용 아나운서가 ‘재수 없는 내가 그래도 피터지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토로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최근 몇몇 유명인이 대필 의혹으로 말썽이 많은데 이건 순전히 제 얘깁니다.
틈날 때마다 이면지에 직접 썼습니다.


이재용 아나운서는 자신이 방송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그동안 살아오며 느낀 점을 이 책을 통해 진솔하게 적어봤다고 밝혔다.
“저는 남들보다 고생을 덜했지만 아나운서들 세계에서만 따져보자면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아온 셈이죠.” 이 아나운서는 어렸을 적부터 꿈이 아나운서였다.


“어렸을 적 TV를 보면 변웅전 아나운서나 차인태 아나운서가 우상이었죠. 당시엔 그분들이 방송도 제작하고 프로그램 연출도 다 하는 줄 알았어요.”

그는 동국대 입학 후 곧바로 학교 방송국에 들어갔다.
학과수업보다도 방송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남보다 학교에 일찍 등교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송반 활동에 올인 했다.
졸업 후 MBC와 인연은 엉뚱한데서 맺어졌다.
학사장교로 중위 복무 중일 당시였다.
그가 설마하고 MBC에 아나운서 부문 원서를 냈는데 덜컥 합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합격 통보를 받고 며칠 후에 160만원짜리 등록금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황당했죠.”

합격 사실을 가족에 모두 알리고 한바탕 축하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원서 낸 곳이 MBC가 아니라 ‘MBC아카데미 1기 아나운서 과정’이라는 것 알게 된 것이다.
이미 활시위는 당겨진 상황. 어차피 친지에게 아나운서로 합격했다고 소문난 마당에 수습하는 길은 실제 입사하는 것뿐이라고 그는 맘먹었다.


“아나운서 과정을 수료하자 교수님이 대구 MBC 아나운서 자리를 추천했어요. 추천자 4명중 2명이 뽑히고 2명은 떨어져야 하는 상황인데 제가 떨어졌습니다.
” 그는 당시 크게 절망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MBC 본사 공채에 도전했다.
치열한 3번의 시험을 치르고 면접만 앞둔 상황이었다.


“면접 전날 꿈을 꿨는데 그 무렵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면접 관련 질문을 하시더군요.” 기가 막힌 것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할머니가 물어본 질문이 그대로 면접에 나왔다는 것이다.
꿈도 좋았고 운도 따랐다.


“면접 대기 중 앞에 면접 본 사람이 ‘김일성에 대해 물어볼게 뭐람’ 하고 투덜거리더군요. 미남이었는데 지금 기억에 SBS 유정현 아나운서였던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그는 당시 MBC에서 기획특집으로 하던 ‘6.25와 김일성’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기억을 떠올렸다.
또 군에서 정훈장교로 근무한 것도 ‘김일성’ 질문이 있었던 면접에서 큰 이점이 됐다.


그는 “노력의 결과라고 보기보다는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통했다고 봅니다.
간절히 원하고 미친 듯이 한다면 근처라도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번 처음으로 책을 쓰면서 사람들이 아등바등 사는 모습이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바라던 아나운서가 됐으면 그만인데 욕심이 생겨 스스로를 힘들게 했다는 고백이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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