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캠벨 지음, 나무와 숲 펴냄, 1만5천원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고 나왔을 때 교단과 사람들은 경악했다.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이 움직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시절,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그 때문에 졸지에 우주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쫓겨난 지구를 교단은 물론 그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페르니쿠스의 말 한 마디에 교단은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동안 태양과 달이 지구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져야 했는데 지구는 평평하지도 않았고 우주의 중심도 아니었으니까.
아이작 뉴턴이 집 앞의 사과나무를 베었다가 나중에 자신이 했노라고 이실직고했다는 이야기도 허구라는 것이 후에 밝혀졌다.
뉴턴의 정직성을 알리는 이 대표적인 위인전이 거짓을 실었다는 사실은 꽤 뒤늦게 알려져 많은 부모들을 난감하게 했다.
아이들에게 알려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이 책은 거짓말쟁이의 역사에 관한 그림 찾기다.
다윈의 진화론과 거짓말쟁이로서의 자연이라는 테마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살아남기 위해 자연의 구성원들은 서로 거짓으로 무장하고 그 거짓은 때로 우리에게 경이로 비춰진다.
호랑나비가 그렇고 카멜레온도, 치타도 그렇다.
이들의 거짓은 선악을 떠나 있다.
다만 살아남기 위하여 거짓으로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조지 부시는 이라크에 대량살상 무기가 있다면서 바그다드를 침공했고 이 거짓말을 많은 미국 국민들은 그대로 믿었다.
부시 입장에서는 석유를 비롯한 여러 국익을 위해 쳐들어간 셈이지만 그가 진실만 믿었던 인간이었다면 아직 찾지 못한 미국의 국익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정치가들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선거철이 되면 투표를 한다.
뻔한 거짓말이지만 그들이 진실만 말한다면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제목이 주는 것처럼 재미있을 줄 알았다가 집어든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책. 기자가 쓴 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루하다.
이재현 기자 yjh9208@economy21.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