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이 나라에는 이민 바람이 불었었다. 지금은 그 형식이 기러기 아빠 같은 꼴로 바뀌었지만 그 때는 특히 캐나다로 이민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밴쿠버니 토론토가 인구에 회자됐고 그 나라에만 가면 금세 천국에라도 드는 양 너도나도 떠들어댔었다. 내 후배 둘도 캐나다로 이민을 갔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 책의 지은이 성우제다. 나와 지은이는 같은 회사(시사저널)에서 일을 하기는 했지만 부서가 달라 썩 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이민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아이가 청각장애여서 불가피했다는 말도 들었을 때 나는 이 나라를 버리고 떠난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캐나다에서 4년을 살며 지은이가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의 장애는 먼 타국에서 우리가 보기에는 분에 넘치는 환대를 받았다. 아이의 귀는 이제 살아났다. 조국에서 홀대받던 장애를 앵글로 색슨족이 웃으며 고쳐준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는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은이는 담담하게 쓰고 있다. 액면 그대로 읽자면 안 가는 게 훨씬 나은 나라다. 돈만 넉넉하면 어느 나라가 천국이 되지 않을까. 뛰어난 기자였지만 지은이는 캐나다에서 가게를 하며 먹고 살고 있다. 어학연수? 오지 말라고 한다. 그 돈 있으면 차라리 세계여행 다니라고 말한다.
<칼의 노래>로 유명해진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 김훈(별명이 김국)과의 일화도 나온다. 김국은 내가 인사를 하면 뻔히 쳐다보는 걸로 답을 했었다. 지은이가 김국을 따라 러시아에서 돌아온 미당 서정주를 만나러 갔다.
김국의 첫 질문. “선생님, 러시아 여자와 살은 대보셨습니까?”이 질문은 그대로 기사화되어 나갔다고 한다.
지금 캐나다에서 사는 한국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캐나다에 가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안 보는 게 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