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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경제성장의 불씨가 꺼져 간다
[커런트] 경제성장의 불씨가 꺼져 간다
  • 김원기 기자
  • 승인 2007.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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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들여다보기] 제조업 생산능력 소폭 증가 … 설비투자 확대로 성장잠재력 늘려야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올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4%중반을 비교적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당국자들이 말하는 잠재성장률(潛在成長率)이란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였을 경우에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서, 이 수준의 성장을 이룬다는 것은 경제가 양호한 궤도를 달리고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경제여건이 불안하다 당국자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여러 부문에서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청년실업을 비롯한 고용부문에 여전히 빨간불이 켜져 있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伏兵)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의 부동자금은 마땅히 투자할만한 곳을 찾지 못해 수도권 주변의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 다닌다.
기업들은 인건비와 물가가 비싸고 규제가 심한 국내보다는 중국,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을 먼저 고려하는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미래 산업일꾼 부족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경제의 성장잠재력 배양보다 복지지출 확대에 신경을 더 쓰고 있다.
가계, 기업, 정부 등 이른바 경제 3주체의 어느 부문에도 차세대에 대한 ‘희망’이 좀체로 보이지 않는다.
거대한 중국의 맹추격을 받는 우리 경제는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 일본과 중국의 한 가운데에서 더욱 납작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부와 경제연구소가 잇따라 내놓는 자료를 보면 걱정이 더 커진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여주는 잠재성장력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구체적인 수치가 드러나고 있어 그 체감도가 예전같지 않다.
잠재성장력이 약화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갈 성장동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며 “제조업체의 생산능력 증가율이 바닥권을 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통계청의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제조업체의 생산능력 증가율은 지난 1/4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3년 4/4분기(1.3%)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로는 처음으로 1%대로 급락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기업의 잠재적인 공급 능력, 미래의 성장 원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산은경제연구소도 최근 ‘설비투자 동향’자료를 통해 우리 경제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2.1%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80~89년의 연평균 11.4%, 90~96년의 11.1% 증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증가세이다.
설비투자가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준 ‘성장 기여율’도 지난 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4.2%. 그 이전인 1990~1996년의 연평균 18.7%보다 4%포인트 이상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70~80년대 우리 경제를 이끈 원동력은 뭐니 뭐니해도 제조업이었다.
그런 '일꾼'이 요즘들어 무기력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런 증가율을 지난해 연간 증가율 8.4%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직전분기인 지난해 4/4분기에 비해서도 0.8%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이 이같이 후진한 것은 것은 2003년 1/4분기이후 처음이어서 더 큰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제조업에 고용된 인력수도 지난 95년에는 23.7%에 달했으나 2000년에는 19%대, 2003년 18%대로 떨어진 후 지속적인 감소세가 우려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3대 생산 요소인 자본·노동·토지의 적정 배분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의 경우 주식시장과 은행을 비롯한 간접 금융시장을 통해 가계부문에서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외환위기 이후 흐름이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부적절한 지원 분배가 문제 인력자원은 이공계 기피 풍조, 과도한 진학률 등에 따라 청년층의 실업률은 7%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토지의 경우 기업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공장, 택지 등 개발용도의 토지는 전체국토의 5.6%로 영국(13.0%), 일본(7.0%)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경제학회는 “오늘날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잠재성장률 하락인데 이는 노령화·저출산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기업투자의 저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성장잠재력의 약화 요인으로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행태와 정부규제에 따른 기업의 설비투자 둔화, 국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취약에 따른 해외 소비지출의 큰 폭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아시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실물부문과 금융부문 간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자칫하면 금융부문 때문에 경제의 효율성이나 성장 잠재력이 제약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생산요소 전반에 자원배분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우리 경제는 무엇보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찾아야 한다”며 “기존 산업에 대한 설비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학회는 “정부주도 성장 이후 새로운 성장모형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규제 완화, 균형발전전략 재검토, 기업투자율 제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 한·중·일FTA체결 등을 통한 시장개방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덧붙였다.
홍동완 루키아 대표는 “우리 경제는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설비투자 증가를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근원적 처방을 해야한다”며 “무엇보다 기업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마인드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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