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4:14 (금)
[경제 들여다보기] ‘체감경기’ 정말 좋아지나?
[경제 들여다보기] ‘체감경기’ 정말 좋아지나?
  • 김원기 기자
  • 승인 2007.05.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조기 호전론 주장 '자신감' … 민간, 실질 구매력 하락 ‘시기상조’ 요즘 일반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한마디로 좋지 않다.
경기 민감업종이라 할 수 있는 택시업계의 운전기사들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은 경기가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앞으로 경기가 국민이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분명 나아질 것이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른바 ‘체감경기의 조기 큰 폭 호전론’이다.
과연 그럴 것인지가 자못 궁금하다.
정부의 논리와 일반인들의 체감경기가 ‘불황’인 이유를 살펴본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최근 KBS1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체감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체감경기 훨씬 나아진다 조 차관보는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대로 경제가 4.5% 성장하면 실질소득 기준 성장률도 이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며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체감 경기 측면에서는 작년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조 차관보는 특히 “3/4분기나 4/4분기 정도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조 차관보의 이런 발언은 지난해 경제성장률(GDP·국내총생산 기준) 이 5.0%였으나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그 반 토막인 2.3%에 그쳤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당초 전망대로 4.5% 수준에 근접할 것이란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따라서 올 실질 소득이 이와 유사하게 늘어나면 그 증가율은 지난해(2.3%)보다 거의 배나 증가하는 셈이다.
실질 소득이란 통상 실질 GNI(국민총소득)를 말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실질 GDI(국내총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간 실질소득은 제외하고 우리 국민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실질소득은 더하여 산출한다.
실질소득은 한 마디로 국민이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국민의 실질적인 구매력(호주머니 사정)과 직결된다.
만일 조 차관보 말대로 올 실질 소득 증가율이 올 경제성장률(4.5%내외·전망치)에 유사한 증가세를 보인다면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분명 좋아질 수밖에 없다.
체감경기 호전론의 근거는? 조 차관보는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대해 “지난 1/4분기 GDP 증가율(한국은행 속보치)이 정부가 예측한 3.9%보다 다소 높은 4%였고, 최근 소비 심리지표, 소비 및 투자 등 내수 지표도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당초 정부가 예상한 대로 상반기 성장률은 낮고 하반기 성장률은 높은 ‘상저하고’(上底下高)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올해는 아시아 금융위기 발발 10주년이 되는 해로 한국도 지난 97~98년 동안 4만개의 기업이 부도가 났으며 100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며 “그로부터 10년 후인 올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게 된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재경부 당국자들의 이런 자신감은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지난 달 25일 내놓은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근거하고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올해 1/4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전분기보다 0.9%,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4.0%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1.3% 늘어 2005년 2/4분기 1.9% 증가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도 4.0%에 달해 지난 2005년 4/4분기의 5.2% 이후 가장 높았다.
수출도 2.8% 증가해 전분기의 마이너스 증가(-0.5%)에서 벗어났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성장률을 떠받친 셈이다.
특히 GDP와 GNI 산출의 기초가 되는 GDI간 성장률(전년동기 대비 기준)간 격차는 지난해 연평균 2.9%포인트에서 올 1/4분기에는 1.7%포인트로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격차 축소를 주목하면서 ‘체감경기 조기 호전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제연구소 관계자들도 “GDP와 GDI 성장률 격차가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교역조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올 하반기 체감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 당국자들의 전망과 달리 체감경기가 조기에 크게 호전되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체감경기 큰 폭 개선은 ‘시기상조’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 1/4분기 실질무역손실은 18조8267억원으로 분기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5년 1/4분기 이후 2년 연속 10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유가, 비철금속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수입 단가는 오른데 비해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주력 품목 가격은 하락해 수출 단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매 분기마다 10조원 이상의 실질소득이 나라 밖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은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 하락을 의미한다.
즉, 국민의 체감경기가 좋아지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GDI에 근거해 산출되는 GNI 성장률이 설사 GDP 성장률에 근접해도 여전히 GDP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다 올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낮고 일자리 창출 능력도 떨어져 소비가 크게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주요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올 신규 일자리 창출은 정부 목표치인 30만개에서 2만~4만개 정도 미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부담 증가 등도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조기에 체감경기가 훨씬 나아질 것이란 정부 판단에 회의적인 견해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1/4분기 GD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4% 증가했으나 직전분기에 비해서는 0.7% 감소(계절조정치 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전분기 대비 증가율을 주지표로 삼고, 전년동기 대비 지표를 보조지표로 삼는다는 점에서도 정부의 '체감경기 조기 큰 폭 호전론'은 아직 시기상조란 지적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성장의 과실이 가계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에게 분배되지 않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비철금속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의 수출단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GDI가 직전분기보다 감소했다는 것은 가계와 기업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이는 민간소비와 투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수출을 해도 국민 손에 주어지는 돈은 그리 많지 않게 된다.
내수의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GDI가 지난 1/4분기에 전분기보다 크게 감소한 것에 우려의 시각이 쌓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