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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원(HR)]기업들, 혁명적 권한위임 가속
[인적자원(HR)]기업들, 혁명적 권한위임 가속
  • 김원기 기자
  • 승인 2007.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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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활용도 제고와 인재육성 포석 … 조직 활성화에 기여 인적자원(HR)을 중시하는 인재 경영시대를 맞아 주요 공·사기업들이 혁신적인 권한 위임을 통해 HR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며 인재도 육성하는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이런 혁신 전략은 ‘고객중심’ 전략과 궤를 같이 하며, 조직 효율화와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HR관리에서 철저한 직무분석을 전제로 한 권한 위임은 인력 활용도 제고와 인재 육성, 조직 활성화와 성과 제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상층부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하부로 이양하는 것은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경영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일선기관장의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해 일선기관장의 ‘책임 경영시대’를 연 산업안전공단과 CEO 결재서류를 217개에서 6개로 줄인 신용보증기금, 2단계 권한위임을 추진하는 한국전력의 혁신전략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SK그룹, 메디슨 등도 권한위임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안전공단, 일선기관장 ‘책임경영시대’ 열어 산업안전공단의 박길상 이사장은 “공단은 고객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기존 업무를 모두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하고,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 혁신을 내실 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공단의 존재 가치를 고객에게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공단은 ‘기업형 경영마인드’를 접목한 조직 및 혁신 인사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연공과 서열문화를 타파하고, 직급과 직렬에 관계없이 업무 성과와 역량에 따라 인재를 발탁하는 인사를 성공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경영혁신은 일선 조직과 정원의 운영권을 일선기관장에게 과감하게 위임함으로써 일선조직 책임자의 책임경영시대를 연 점이다.
일선기관장에게 이사장이 가지고 있던 일선 기관의 부서(팀) 설치와 팀장 임명권 등 일체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철밥통, 무사안일, 연공 우선으로 인식되던 공공기관으로는 획기적인 변화이자, 공공부문에 기업형 경영마인드를 접목시킨 첫 번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업무처리의 신속성과 책임행정 실현을 위해 팀장 업무처리 위임전결권을 종전 33%에서 60%로 하향 위임하는 한편 팀원에게도 10% 이상의 결정권을 부여했다.
코딧신보, CEO 결재권 217개에서 6개로 경영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김규복 코딧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경영 혁신에는 끝이 있을 수 없다”며 혁명적인 권한 위임을 뼈대로 한 혁신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딧신보는 올 들어 전 직원의 절반 정도를 인사이동 시키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김 이사장이 직접 결재하던 서류를 217개에서 6개로 대폭 줄였다.
전 임원과 간부직원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장의 권한을 대폭적으로 하부에 내려 보낸 것이다.
김 이사장은 예산, 인사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결재권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임원진이 알아서 처리하고 있다.
코딧신보는 또 보다 유연한 임금피크제도 준비하고 있어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인사경영 혁신의 리더 기관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불필요한 일 버리기 운동’을 추진해 301개에 달하던 업무계획이 261개로, 91개였던 문서와 일보작성 업무가 16개로 크게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도 2단계 권한이양 추진 중 한편, 한국전력도 권한 위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권한과 책임 위임을 골자로 한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한 한전은 이 제도의 부족한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데 경영혁신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본사와 사업부간 권한 분배의 적정성을 철저히 검토하고 업무별 권한 위임 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전제로 제2단계 권한 이양을 추진 중이다.
본사 조직을 핵심역량 위주로 개편해 경량화하고 유사업무의 통폐합을 통한 경영 효율성 제고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공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글로벌 전력산업계의 최고영예인 ‘에디슨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한국전력은 한 차원 높은 경영혁신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SK, 메디슨 등도 권한 하부 이양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3월 말경 미국 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초청 연설(SK의 성장과 미래)에서 권한 이양의 필요성을 역설한데서 엿보이듯 사기업의 권한 하부 이양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연설에서 “회장 취임 이후 복잡해진 경영환경 속에서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의사결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에게 의사결정 권한 이양,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 개혁을 그 예로 들었다.
SK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추가적이고 세부적인 권한 이양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초음파진단기 생산업체에서 CT나 MRI 등을 생산하는 종합의료기업체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메디슨도 권한 이양을 뼈대로 한 경영관리 시스템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재범 신임 대표는 지난 4월 하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그룹 재직시절에 경험한 권한 이양과 같은 시스템을 메디슨에 정착시키겠다”며 “이렇게 하면 3~4년 내에 의료기 분야에서 도시바를 제치고 세계 4위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대우전자의 해외영업 전문가로 잔뼈가 굵어 TV사업본부장, 대우일렉트로닉스 해외사업본부장 및 대우전자 사장을 역임한 바 있고, ㈜백색가전의 CEO를 거쳤다.
최 대표는 “권한 위임과 같은 대기업의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주인의식을 갖고 마음껏 뛰는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물론 CEO로서 일일이 간섭하고 지도하는 게 아니라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대표의 이런 경영방침에 따라 이 기업의 권한 하부 위임은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입사원에 의사결정 권한 부여도 한국P&G의 경우 ‘과감한 권한 이양이야말로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란 인식을 갖고 권한 위임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일례로 이 회사는 20대 후반 신입직원에게 홍보부문의 의사결정권을 맡길 정도다.
권한 이양의 긍정적 효과를 잘 알고 있는 이 기업은 이를 기업 성장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국 P&G 직원들은 입사하자마자, 국내 회사 중견 기업들의 고참급 직원들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을 성과에 따라 구분하고, 최하 등급을 받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각종 교육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이 일 년에 받는 사내 교육훈련 시간은 200시간에 달한다.
한국 P&G가 과감한 권한 이양을 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교육훈련을 통해 인재를 효율적으로 자체 양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권한 이양이 인력과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재육성의 수단(툴)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권한을 넘겨받는 임직원의 능력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며 “권한 이양의 효를 지속적으로 검증해 피드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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