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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절대 강자의 여유
[커버스토리]절대 강자의 여유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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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속 날카로운 ‘발톱’ 숨긴 … 그들은 절대강자 낮은 점유율에도 여유롭던 구글 ‘용틀임’ … 포털업계 판도 변화 ‘주목’ 절대강자 소니·애플 여유 부리다 낭패 … 혁신 꾀하는 인텔전략 ‘긍정적’ 경제정글의 절대강자는 늘 여유롭다.
안절부절하는 법이 결코 없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어도 괜찮다고 여긴다.
단번에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지나친 여유는 커다란 ‘화’를 자초하기 십상이다.
경제정글에서 ‘과한’ 여유를 만끽하다 왕위를 빼앗긴 절대강자도 비일비재하다.
한 때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하다 속절없이 추락한 ‘소니’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적당하면 ‘흥’을, 넘치면 ‘화’를 부르는 절대강자들의 여유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섭씨 31도. 폭염이 사파리를 휘감는다.
‘밀림의 축소판’ 사파리 식구들도 더운 기색이 역력하다.
다들 꼬리를 축 내린 채 더위를 피하느라 바쁘다.
그 가운데 사파리의 제왕(帝王) ‘아이디’(2000년생)가 있다.
멋들어진 갈기와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기골이 장대한 풍채까지 …. 얼핏 봐도 ‘위풍당당’한 제왕의 기운이 물씬 흐른다.
너무 흡사한 밀림과 경제정글 아이디가 용상에 오른 것은 2004년의 일이다.
한살 많은 여비(99년생)를 단숨에 제압하고 왕위에 등극했다.
순식(90년생·사망), 여비에 이은 ‘사자 나라’ 3대 제왕이다.
아이디는 제왕답게 항상 여유롭다.
커다란 바위 위에서 좀처럼 몸을 일으키는 법이 없다.
최고의 ‘미색’(美色)을 뽐내는 암사자가 다가와도 큰 차이가 없다.
아이디는 절대 암사자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지 않는다.
눈앞에서 갖은 교태로 유혹해도 간단한 미소로 화답할 뿐이다.
‘발정’난 암사자가 다가와 ‘유혹의 눈길’을 보내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의 이런 태도는 다른 수사자들과 상당히 다르다.
아이디에 밀려 2인자로 전락한 여비만 해도 발정 난 암사자를 차지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여기엔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암사자는 한 달에 5~7일 동안 발정한다.
그 기간 암사자들은 수사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갖은 교태를 부리는데, 이들에게 최고의 신랑감은 역시 아이디다.
가장 훌륭한 유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아이디는 직접 발 벗고 나서 암사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
미색을 갖춘 암사자를 심사숙고해 간택하면 그만이다.
아이디가 시시때때로 여유를 피울 수 있는 것도 자신이 절대강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만 유별난 게 아니다.
밀림의 절대강자들은 대개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최고의 본능이라는 ‘종족 번식욕구’ 앞에서도 기다리고 참는데 익숙하다.
어차피 자신의 유전자가 전달될 것이므로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경제정글의 절대강자도 같은 습성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안절부절 하는 법이 없다.
기다리고 관망하는데 능숙하다.
설사 시장에 뒤늦게 진입하더라도 한 번에 판을 뒤엎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래서 이들을 보면 강자의 여유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제너럴 모터스(GM)의 70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자동차업계 1위 자리를 꿰찬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의 움직임은 절대강자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관련 기사 일본 도요타, 중국시장서 유유자적). 중국이 세계 자동차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할 무렵. 웬일인지 도요타는 중국 진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 대륙이 2010년경이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음에도 도요타의 전략은 수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후발주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절대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연신 호들갑을 떨었다.
우려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듯 했다.
도요타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2005년 4.7%, 2006년 5.2% 등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렀고, 2005년엔 중국 로컬기업 체리 모터스(시장점유율 6.1%)에게 추월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그럼에도 도요타는 요지부동이었다.
중국시장에 전력투구하면 충분히 판을 뒤엎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종종 내비칠 뿐이었다.
미국·유럽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에 등극한 2007년, 꿈쩍도 않던 도요타가 ‘용틀임’을 시작했다.
중국 대륙 공략을 본격 선언한 것이다.
△중국시장 판매현황(출처: 현대자동차) ⓒECONOMY21 표
도요타의 위세는 벌써부터 중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놓을 태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도요타의 지난 5월 중국 시장 판매량은 87% 급증한 3만3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5월까지의 누적판매량도 17만6천대로 76% 급상승했다.
침묵하던 절대강자 도요타의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한번 선점당한 시장을 빼앗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곱절의 노력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시장을 애써 외면한 도요타로선 절대강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피운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은 제2의 도요타인가
ⓒ이코노미21 표
세계 인터넷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구글도 도요타와 비슷한 사례다(관련 기사 구글의 여유). 세계 인터넷시장의 64.9%를 점유하고 있는 인터넷업계의 절대강자 구글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한국이다.
웹 검색업체인 ‘웹사이드스토리’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인터넷 검색이용자 중 구글을 찾는 비율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세계 인터넷 시장 점유율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해외 유력언론 AP통신은 구글이 한국시장에서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한국시장 특유의 상황이 구글을 부진의 늪으로 빠뜨렸다.
한국 포털업체들은 사람이 생산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 의존한다.
한국어 웹 정보량이 영어의 그것보다 훨씬 적은데서 비롯된 기이한 현상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구글의 검색시스템을 외면하고 있다.
” 이런 문제점을 구글이 모를 리는 없을 터. 하지만 구글은 2000년 한국 입성 이후 7년간 단 한번도 ‘사람 냄새나는 검색시스템’을 만드는데 골몰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의 전략과 콘셉트를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점유율이 오르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투였다.
그런 구글이 최근 “한국의 유저(user)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시장을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다 최근 ‘고속질주’를 시작한 도요타와 똑같은 행보다.
그렇다면 구글 역시 도요타가 그랬듯 국내 포털시장의 판을 뒤바꿔놓을 수 있지 주목된다.
‘여유’를 끝내고 ‘용틀임’을 시작한 구글. 이들은 과연 도요타 처럼 국내 포털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도요타, 구글의 사례에서 보듯 경제정글의 절대강자가 부진하다고 해서 우쭐해서는 결코 안 된다.
겉으로 내세우는 전략보다는 이들의 속내와 행간을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참혹한 패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도요타의 고속질주를 예견한 북경현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조언했다.
“경제정글의 절대강자들은 나름의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시장을 관망하는 시간도 제법 장기적이다.
절대강자와 맞서기 위해선 치밀한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혁신 실패해 절대강자 내준 소니 그렇다고 절대강자의 여유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지나친 여유는 ‘화’(禍)를 부르기 십상이다.
영원한 절대강자는 없기 때문이다.
‘사자나라’의 2대 제왕 여비가 꼭 그런 경우다.
여비는 1대 제왕 순식이로부터 자연스럽게 왕위를 계승받았다.
그래서 투쟁의식이 전혀 없었다.
암사자들에게 관심을 쏟을 뿐 수사자들의 관리에 소홀했다.
‘지나치게’ 여유를 만끽한 셈이다.
현 제왕 아이디가 단번에 여비의 세상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디도 자칫 긴장의 끈을 놨다간 왕위를 빼앗길 수 있다.
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수사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생 애니카는 벌써부터 4대 ‘제왕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제정글에서도 여유를 부리다가 벼랑 끝에 내몰린 절대강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80~90년대 세계 전자업계를 평정했던 소니는 혁신을 게을리 한 끝에 왕위를 빼앗겼다.
한 때 컴퓨터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애플도 MP3 아이팟으로 부활하지 전까지 갖은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국내 경제정글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는 부지기수다(관련 기사 여유잃은 재계 강자들). 유통명가 롯데는 ‘유통혁신’ 전략으로 무장한 신세계의 약진에 고전하고 있다.
‘참이슬 신화’에 안주했던 진로는 저도수 알칼리성 소주 ‘처음처럼’(두산주류BG)의 출현으로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박카스’로 명성을 떨쳤던 동아제약은 광동제약의 ‘비타500’ 출시 이후 기우뚱거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뼈를 깎는 혁신으로 절대강자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인텔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이기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PC용 CPU 분야를 넘어 디지털홈·디니털 헬스케어 시장까지 넘보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초엔 마이크론과 손을 잡고 낸드플래시 메모리시장에까지 발을 담갔다.
인텔의 이런 혁신의 저변엔 ‘경제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경쟁에서는 절대강자라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해야 생존 가능한 경제정글 그렇다.
경제정글은 혁신해야 살 수 있고 변해야 생존할 수 있는 곳이다.
구태를 버려야 하고 나쁜 습성을 포기해야 한다.
구태와 습성의 단절에 서툴면 경제정글은 어느덧 가장 살벌한 곳으로 돌변한다.
이는 경제정글의 절대강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신기술과 아이디어 그리고 혁신은 절대강자에게 절대적인 요소다.
조직혁신에 게으르면 소비자들은 기업을 외면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정글에서 오랫동안 절대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을 잘 살펴보면 겉으론 여유를 부리지만 속으론 혁신에 불철주야 애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넉넉한 ‘여유’ 속에 날카로운 ‘비수’를 감춰놓고 있는 셈이다.
경제정글의 절대강자들이 맘 놓고 여유를 피울 수 있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절대강자’로 가는 門 … ‘中企’에도 활짝

위니아만도 딤채, 삼성 김치냉장고 압도… 웅진코웨이 수년째 파워 브랜드 1위

재벌기업만이 경제정글의 ‘절대강자’로 대접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소기업에게도 ‘기회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국내 경제정글에도 ‘절대강자’ 칭호를 받고 있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히트브랜드 ‘딤채’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위니아만도가 대표적이다(관련기사 27면). 위니아만도 딤채의 위력은 대단하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은 떼어 놓은 당상과 같다.
삼성전자와 하우젠의 김치냉장고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딤채를 넘어서지 못할 정도다.
이만하면 김치냉장고 업계의 절대강자라는 칭호가 무색치 않아 보인다.
웅진코웨이도 생활환경가전업계의 절대강자격이다.
지난 89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생활환경제품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깐깐한 물로 알려져 있는 ‘코웨이’는 국내 최고의 파워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관련 기사 27면). 이 때문인지 연평균 성장률도 11.2%를 기록할 정도로 매섭다.
매출 역시 지난해 1조1178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고 영업이익 역시 1123억원을 올렸다.
불황 속에 올린 놀랄만한 성과다.
웅진코웨이가 최근 R&D 투자비용을 대폭 늘리고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등 비교적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도 경영성과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웅진코웨이의 한 관계자는 “생환환경가전 시장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사업영역 확장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최근 R&D 투자 등에 열심인 것은 조직을 현대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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