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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한국어들 간의 ‘언어전쟁’ 막아라
[화제의책]한국어들 간의 ‘언어전쟁’ 막아라
  • 정진욱 전문위원 / 사전평론
  • 승인 2007.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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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기치>란 신문이 있다.
지난 1923년 연해주에서 '선봉'이란 이름으로 창간됐다가 37년 스탈린에 의해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자, 38년 <레닌 기치>라는 이름으로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속간돼 큰 영향을 미쳤다.
91년 제호를 고려일보로 해서 다시 태어났다.
이 신문은 매주 러시아판과 한글판을 함께 발행해 왔다.
옛 소련권 한인 신문 가운데 한글판이 발행된 것은 이 신문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 신문에 한글로 글다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손꼽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가 있지만 그들이 한국어로 글을 쓰는 기자나 작가가 되기는 턱없다는 것이다.
말은 몰라도, 글은 어느 때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남북한말 비교사전>은 남북한 및 중국, 옛 소련 지역 동포들의 우리말 어휘 가운데 서로 차이나는 것에 대해 비교하고 새 어휘를 실은 사전이다.
지난 95년 첫 출간 이래 두 번째 개정판이다.
우리는 ‘한국어’(남한)만 있는 줄 알고 조선말(북한), 중국 동포들의 중국 ‘조선말’, 중앙아시아 등지 옛 소련 지역 동포들의 ‘고려말’이 있다는 생각은 잊고 산다.
하지만 이들 말에서 뽑은 단어들의 뜻을 비교하다 보면 우리말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오랜 독립생활을 통해 각 지역에서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지고 같은 단어라도 뜻이 차이가 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스리’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을’이란 뜻인데 함경북도에선 ‘숲’이다.
이 가운데 무엇이 표준어일까? 이런 생각이 문제다.
우리가 표준말을 내세우면 북한엔 문화어가 있다.
중앙아시아에선 그 언중들의 말이 스스로 ‘표준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전편찬자는 무엇을 표준말로 쓸지, 어디까지 사전에 올릴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비교를 통해 그 단어들이 공존하는 이 사전은 앞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한국어들 간의 ‘언어전쟁’을 막는 평화의 첫걸음인 셈이다.
정진욱 전문위원 / 사전평론가 chung8888@gmail.com

새로 나온 책

미국을 로비하라

송의달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5천원

미국은 이제 일방적인 반미나 숭미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이자 우리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활용할 중요한 자원이다.
이 같은 실용주의적 용미론이 광범위한 공감을 얻어가고 있지만 ‘어떻게’에 이르면 내용이 별로 없다.
조선일보 홍콩특파원인 지은이는 미국 사회의 주요한 사회현상인 ‘로비’를 통해 용미의 방법론을 모색한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대한 탁월한 로비를 통해 생존해가는 나라다.
일본과 대만의 로비는 탁월한 수준이고 중국도 미국에 대한 로비 라인의 구축에 여념이 없다.
한국의 경우, 대미 로비의 중요성을 지은이가 중요한 과제로 지적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단계다.
국가전략으로서 대미 로비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때다.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만원

프레임은 심리학에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고정관념. 이쯤 얘기하면 독자들은, 그래 마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그런 반응도 프레임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책은 마음을 바꿔먹으라는 그럴듯한 주장을 펼치고 거기에 근거를 제시하는 류의 책이 아니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또렷하게 보여준다.
핵심 프레임을 ‘자기’ ‘현재’ ‘이름’ ‘변화’ 등 네 가지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기중심성이 현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지혜를 얻음직하다.
네 가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밝은 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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