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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조선산업 호황 비결은 ‘정주영 정신’
[비즈니스]조선산업 호황 비결은 ‘정주영 정신’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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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전략’으로 신기술 개발 박차 … 육상건조법 · 메가블록공법으로 신화창조 국내 조선산업이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계의 ‘창조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2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수출액은 221억1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24.8%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대를 돌파했다.
올해 270억달러를 달성하게 되면 2년 연속 수출액 200억달러를 돌파해 ‘수출증가율 20% 이상’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하는 셈이다 . 유럽, 일본에 비해 3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국내 조선산업이 사상 최대의 ‘상한가’를 경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정신’ ‘상상력이 빚어낸 창조경영’을 이유로 꼽는다.
지난 2004년 7월.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측으로부터 원유운반선을 제작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울산조선소의 도크는 이미 꽉 차 있는 상태였다.
이때 등장한 아이디어가 육상건조법이었다.
당시만 해도 도크 없이 육상에서 대형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인식됐다.
현대중공업은 업계의 통념을 무릅쓰고 선박 밑에 레일을 깔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바다로 띄우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건조기간은 85일에서 55일로, 진수 기간은 7일에서 2일로 단축됐다.
오늘날 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시장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위상을 확보하게 된 데는 현대그룹 창립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해봤어’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도전해보라는 정 회장의 질책을 빗댄 말이다.
현대중공업 허광희 차장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도전적 기업가 정신이 현대중공업의 정신으로 이어졌다”며 “3년 전 세계 최초로 도크 없이 맨땅에 선박을 만들어 바다로 진수하는 육상건조법도 이 같은 창조 정신에서 탄생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블룸버그통신>, 독일 <슈피겔>지, 영국 방송 등은 현대중공업의 육상건조법을 앞다퉈 소개하면서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고정관념을 탈피해 새로운 방식으로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해 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한국 조선산업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중, ‘바다 위에서 …’ 역발상 구현 바다 귀퉁이에 방치돼 있던 3천톤급 해상크레인과 선박 수리용으로 사용하던 플로팅도크를 조합해 만든 삼성중공업의 ‘메가블록 공법’도 ‘창조 경영’의 산물이다.
메가블록 공법은 기존 블록보다 5~6배나 큰 2500톤 이상 초대형 블록으로 조립한 후 해상크레인을 이용해 바다에 떠 있는 도크 안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이전에는 10만톤급 유조선 1척을 건조하는데 약 90여개의 블록이 들었다면 메가블록 방식의 경우 단 10개의 블록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건조기간의 단축으로 도크별로 1년에 10번 진수시키는 등 도크 효율 측면에서 세계 최정상의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이 같은 공정 효율화로 선박 건조량을 연간 50척 이상으로 늘려 일주일에 한 척 꼴로 생산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ECONOMY21 표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사상 최대 수주기록 경신의 원동력으로 ▲1300명의 설계 및 R&D 인력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및 선형개발 능력 보유▲생산 자동화 및 신공법 ▲창조경영을 통한 품질 구현 등을 꼽았다.
2005년 러시아 국영해운사로부터 수주한 7만톤급 다목적 쇄빙유조선 역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연구개발 및 창조경영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얼음과 원유 운송이 가능한 쇄빙유조선을 기반으로 세계 원유 매장량의 3분의 1과 가스 매장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러시아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26억달러를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1만2600TEU급 세계 최대 크기 컨테이너선 8척과 세계 최대용량 LNG선 4척, 사상 최고가로 기록된 6억6천만달러짜리 드릴쉽을 수주하는 등 고부가가치선의 수주 비중이 80%를 육박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고부가가치 선박 등 기술집약적 산업 개척을 통해 외부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LNG-RV(액화천연가스 기화공급)선은 배에 실린 LNG(액체)를 육지에 있는 저장탱크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기체로 만들어 하역작업을 할 수 있게 한 선박이다.
대우조선 LNG-RV는 2년 전 뉴올리언스를 삼켜버린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참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천연가스를 안전하게 공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81억4천만달러에 이르며, 루마니아의 망갈리아조선소에서 건조할 물량까지 포함하면 90억달러를 넘어선다.
지난 달에는 단일기업으로 월간 최대 수주액인 30억달러를 기록하며 수주 100억달러 클럽의 9부 능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대우조선 측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 기업 문화답게 설계 및 연구분야에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LNG-FSRU와 같은 신선종을 개발, 고부가가치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해운 통계 전문분석기관인 로이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수주·건조·수주잔량에서 각각 34%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해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을 제치고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상반기에 수주 100억달러를 달성한 데 이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 3 모두 올해도 ‘수주 100억달러 클럽’에 무난히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난해 수주량이 22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전 세계 5608만CGT의 39.2%를 석권했다.
이는 호황기였던 지난해에 비해 62%나 급증한 수치다.
국내 조선산업의 연간 선박 건조능력이 1천만CGT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2년치 물량을 한꺼번에 확보한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한국 조선산업의 성과는 불굴의 도전 정신과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창조경영의 산물”이라며 “당분간 ‘세계 1위’ 타이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중국의 추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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