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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마이크로소프트 '대륙'을 사로잡다
[글로벌 리포트]마이크로소프트 '대륙'을 사로잡다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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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하·불법복제 묵인 … ‘MS스러움’ 포기한 현지화 정책 ‘대성공’ “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친구고, 빌 게이츠는 중국인의 친구입니다.
난 매일 아침 출근하면 MS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요.”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지난 4월 중국 청화대를 방문해 빌 게이츠를 향해 ‘중국인의 친구’라고 불렀다.
이 날 북경 청화대 앞에는 빌 게이츠를 보기 위해 수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모였다.
대부분이 컴퓨터 공학도들이었다.
빌 게이츠 회장이 탄 검은색 차가 멈춰 서자, 한 남학생이 경비대를 밀치고 들어와선 이렇게 외쳤다.
“정말 중요한 선물이에요.” 그런 다음 세계 최고의 갑부에게 꽃무늬 모양의 작은 봉투를 쥐어 주었다.
<포춘>지 최신호는 “빌 게이츠가 이날 받아 든 봉투는 ‘중국에서 거둔 승리’를 의미했다”며 “포춘 500대 기업 CEO가운데 그 누구도 중국에서 이 같은 환영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중국 정복기를 소개했다.
‘중국 시장의 성공’은 빌 게이츠의 평생의 숙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92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은 바닥을 헤맸기 때문이다.
‘MS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가 아니었다.
모든 이들이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었다.
정작 문제는 정가로 구입하는 사용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몇 달러면 길거리 어디서나 불법 복제본을 살 수 있는 중국 시장의 특성 때문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중국 전략 총괄담당 크레이그 먼디 부회장은 “미국, 유럽에서 통한 상식이 중국에선 통하지 않았다”며 “중국 진출 이후 10년간 MS의 매출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불법복제에 대항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려는 MS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
MS의 강력한 지재권 정책에 불만을 품은 안티 세력도 등장했다.
‘MS에 반대하기’란 제목의 베스트셀러까지 등장했다.
저자인 줄리엣 우는 “MS는 중국 시장을 이해하기는커녕, 오직 돈만 좇는 악덕기업”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마저 적대적이었다.
베이징 시 정부는 공짜 오픈소스인 리눅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보안 전문가들은 “대표적 미국 기업인 MS의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 중국 정부 및 군대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10여 년간 지속된 ‘MS의 저주’를 풀기위해 빌 게이츠는 세계 어느 곳에도 허용치 않던 정책을 중국 시장에 과감하게 도입했다.
취약한 지재권 보호환경에서 고가의 가격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MS는 윈도즈와 오피스 패키지 가격을 3달러까지 내렸다.
불법 복제도 눈감아 줬다.
이왕에 팔리는 거라면, 복제품 시장에서도 리눅스보다 잘 팔려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먼디 부회장은 빌 게이츠 회장에게 중국 시장현안을 보고하며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중국 정부와의 협력적 관계가 사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 MS패배의 원인이었다”고 적었다.
이후 MS는 본격적인 대정부 관계 개선에 나섰다.
중국통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국방장관을 자문으로 영입한 MS는 중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었던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MS 소프트웨어의 정보 안정성도 확신시켰다.
<포춘>지는 “MS가 중국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MS스러움’을 포기하고, 중국 시장을 적극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중국식 방법(Chinese way)’을 구사한 결과”라며 “MS는 중국인의 친구가 되기까지 무려 15년이라는 세월과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올 MS의 중국 시장 매출은 2004년 매출의 3배 가까이 상승한, 7억 달러로, 이는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수치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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