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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배반의 장미 ‘로또 복권’
[커버스토리]배반의 장미 ‘로또 복권’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8.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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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 업체 ‘인트라롯’ 보광과 약정 파기 … 유진 컨소시엄으로 이동 보광 컨소시엄 ‘소송 불사’ 내용증명 전달 … 유진그룹 ‘모르쇠’ 일관 ‘황금로또’의 새 주인이 탄생했다.
유진그룹이 주축이 된 ‘나눔로또’ 컨소시엄(이하 유진 컨소시엄)이다.
국민은행-KLS에 이은 두번째 로또 사업자다.
유진 컨소시엄은 ‘드림로또(이하 코오롱)’‘로또와 함께(이하 CJ)’ 컨소시엄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2기 로또 우선 사업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 컨소시엄엔 유진그룹(35.6%)을 비롯, LG CNS(18.5%)·인트라롯(15%)·KT EMS(14%)·농협중앙회(10%) 등 7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인트라롯은 그리스에 본사를 둔 로또 솔루션 업체다.
황금로또 두고 대기업 쟁탈전 2기 로또 사업자 선정경쟁은 무척 치열했다.
불꽃 튀는 경쟁이 거듭,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황금로또’를 거머쥐기 위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접전’을 펼쳤다는 얘기다.
실제 아쉽게 2위에 그친 코오롱 컨소시엄엔 코오롱 아이넷(대표기업)·GS리테일·KT·삼성SDS·G-테크·하나은행 등 쟁쟁한 기업들이 참여했다.
CJ 컨소시엄은 대표기업 CJ㈜를 주축으로 우리은행·대우정보시스템·지투알·인네트·한국컴퓨터 등이 ‘도원결의’를 했다.
그 가운데 유진 컨소시엄은 시스템(350점)·사업계획(350점)·수수료율(300점) 등 모든 평가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로또의 사업목적인 ‘복지증진’을 가장 잘 구현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야말로 전투에서도 이기고, 전쟁에서도 승리한 셈이다.
국무조정실 복권위원회(이하 복권위) 조형근 전문위원은 “‘나눔로또’라는 이름에서 보듯 유진 컨소시엄이 로또의 콘셉트를 가장 잘 잡았다”고 말했다.
사실 복권위는 새롭게 선정될 2기 사업자가 로또의 삐뚤어진 콘셉트를 바꿔주길 기대했다.
1기 사업자 국민은행-KLS가 내세운 ‘인생역전’이라는 콘셉트가 로또의 사행성을 조장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로또 등 복권은 사행심을 조장해 건전한 근로의욕을 해친다’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3.1%가 “그렇다”고 말했다.
10명 중 5명에 가까운 응답자가 로또의 사행성에 우려감을 표시한 것이다.
△서민들의 돈으로 만들어지는 로또 수익금 중 상당액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임영무 기자
복권위의 한 관계자는 “로또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왜곡돼 있다”며 “로또의 목적은 기금을 조성해 국민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복권 수익금 중 일부는 기금으로 조성되는데, 여기서 로또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다른 복권보다 판매실적이 월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표4, 5 참조). 로또의 수익금 등으로 이뤄진 복권기금은 임대주택 건설, 국가유공자에 대한 복지사업, 저소득층·장애인 및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여성·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관련 기사 32면). 유진 컨소시엄 역시 ‘복지증진’이라는 로또의 목적을 복원하겠다는 각오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로또 수익의 상당액을 “공공재원으로 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테면 학술재단을 만들고, 사회복지사업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진 컨소시엄과 유 회장의 ‘장밋빛’ 구상을 둘러싸고 때아닌 ‘회의론’이 나온다.
‘한낱 공염불에 그칠 계획에 불과하다’는 예상이다.
대체 왜일까. 첫번째 문제는 낮은 수익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복권위에 따르면 유진 컨소시엄의 수수료율은 2.0%(농협 0.5% 포함)이다.
경쟁자 코오롱, CJ 컨소시엄 보다 각각 0.6%, 0.4% 낮다.
로또의 한해 수익이 평균 2조7천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유진 컨소시엄의 수익은 500억원(2조7천억×2.0%) 안팎. 그 중 유진그룹의 수익은 지분율 만큼인 200억원대(400×35.6%)에 달한다.
유진 로또수익 과연 얼마 꽤 많은 수익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로또 솔루션 구축비(단말기 포함)만 5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인건비 및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을 지출해야 할지 모른다.
적어도 2~3년간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슨 돈으로 공공재원을 만들 계획이냐”는 의문이 잇따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유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로또 사업에 도전한 이유가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다” 며 “회사의 위상을 높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진 컨소시엄이 공격당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는 더욱 극한 비판인데, 애초부터 ‘공익은 생각지도 않았다’는 게 골자다.
이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보려면 로또사업의 물밑 경쟁구도를 살펴봐야 한다(표3 참조). 2기 로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가장 부각된 이슈는 ‘솔루션’이었다.
“어떤 솔루션 업체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해외 솔루션 업체를 잡아야 승리한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외국계 솔루션 업체들이 ‘황금 로또판’을 쥐락펴락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솔루션 업체와 계약을 하면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들을 껴안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해외 솔루션 업체잡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했다.
ⓒECONOMY21 표
실제 코오롱 컨소시엄은 세계 1위 로또 솔루션 업체 G-테크, 유진 컨소시엄은 국제 입찰 승률 1위 인트라롯과 손을 잡았다.
CJ 컨소시엄만 토종 윈디플랜과 계약을 체결했다.
인트라롯, 보광그룹 떠난 진짜 이유 그런데 여기엔 다소 볼썽사나운 비화(秘話)가 숨어있다.
인트라롯은 애당초 유진 컨소시엄 소속이 아니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보광 컨소시엄과 약정을 체결한 상태였던 것. 보광 컨소시엄은 보광그룹·포스데이터·인트라롯 등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들은 TF팀을 만들고 2개월여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인트라롯은 보광 컨소시엄과의 약정을 파기하고, 유진 컨소시엄에 전격 합류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유진 컨소시엄이 로또 사업을 거머쥘 요량으로 인트라롯에게 파격적 제안을 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보광 컨소시엄측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서민들의 피땀이 섞인 로또의 수익금이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로 고스란히 유출되는 셈”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공익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라고 목청을 한껏 높였다.
해외 솔루션 업체를 잡는데만 신경을 바짝 쓴 탓에 국부가 유출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측은 “옛 보광 컨소시엄측은 인트라롯의 한국지사와 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트라롯 본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때문에 보광그룹측이 제시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로열티를 지급키로 했다는 관측은 터무니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사실과 달라 보인다.
옛 보광 컨소시엄은 현재 인트라롯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중순, 인트라롯측에 내용증명을 전달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인트라롯을 둘러싼 소송전이 임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옛 보광 컨소시엄이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면 계약파기의 원인제공자 유진 컨소시엄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 축제분위기 그러나 …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또 사업권을 따낸 유진그룹은 현재 축제 분위기다.
그러나 언제 ‘찬물’이 덮칠지 누구도 예상키 어렵다.
국부유출 논란 뿐 아니라 ‘국제소송’에 휘말릴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의 만사는 그야말로 ‘새옹지마(塞翁之馬)’인 것 같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유진그룹은?
군부대에 건빵을 납품하던 영양제과에서 출발한 유진그룹은 지난 84년 레미콘사업에 진출, 대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97년엔 케이블 TV업체 ‘드림씨티방송’을 설립해 미디어 사업에 진출했고, 2004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전격 뛰어든 이후 M&A의 신흥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들어서도 5위 택배업체인 로젠, 서울증권 그리고 최근에는 2기 로또사업자에 선정되는 등 유진그룹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유진그룹은 레미콘과 물류·금융 등을 그룹의 주요 사업축으로 삼고 수익성 개선과 함께 서비스의 질 개선,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확장경영을 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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