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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경제 덮친 태풍 ‘서브프라임 모기지’
[커버스토리]한국 경제 덮친 태풍 ‘서브프라임 모기지’
  • 김원기 기자
  • 승인 2007.08.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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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락, 원화환율 급등, 소비심리 위축…실물경제 타격 우려 코스피지수가 지난 16일 사상 최대의 낙폭을 보인데 이어 17일에도 폭락했다.
엔화와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도 급등하며 국내 금융시장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파장이 실물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앞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국제금융 시장에서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위기의 재발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코스피 지수, 하루새 125p 하락도 신용도가 낮은 미국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로 주택담보 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파문은 최근 미 경제성장의 3분의2 정도를 차지하는 소비를 본격적으로 위축시켜 미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기류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더욱 교란시키며 전 세계 증시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리더인 미국발 신용경색은 국별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그 강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더욱 극심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미국 의존도가 높고,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반대급부란 분석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국내 증시는 다른 국가 증시보다 극심한 패닉현상을 보이며 ‘검은 목요일’로 기록됐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25.91포인트(6.93%) 하락한 1691.98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런 낙폭은 기존의 사상 최대 낙폭인 93.17포인트(2000년 4월17일)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10% 이상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가총액은 모두 933조원으로 하루만에 72조4천억원 감소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치인 2004.22포인트를 기록한 지난달 25일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불과 보름 만에 170조8600억원이 핵폭풍 서브프라임에 의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코스피 지수는 17일에도 전일 대비53.91포인트(3.19%) 하락한 1638.07로 장을 마감해 1640선 마저 무너졌다.
ⓒ한겨레 신소영
경제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며 뉴욕 증시가 급락한 데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저리의 엔화로 산 고수익 자산을 팔고 다시 엔화를 매입) 우려, 중국 긴축우려 등의 여러 악재가 겹쳐 국내 증시의 ‘패닉’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져 지난 16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5.28%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하락하는 등 매수 주문이 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최근 외화나 채권에 대한 선호는 올들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높아진데 대한 반작용”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중앙은행에서 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나오면 주식시장도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양호해 장기 상승 추세가 살아있다”며 투매를 자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시가 완전하게 정상화되려면 적어도 한 두달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환율 폭등 엔화대비 원화환율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이라 할 수 있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여파로 무려 23.30원이나 폭등하며 단숨에 100엔당 800원선을 돌파한 후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00엔당 30.20원 폭등한 844.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2004년초 1100원대에서 지난 달까지 장기간 하락세를 지속했지만 최근 한달새 10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3년6개월간의 하락 폭(약 350원)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도 지난 16일 하루만에 13.80원 폭등하며 5개월만에 최고치인 946.3원을 기록했다.
17일에도 전일보다 4.1원 오른 950.4원을 나타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화 등의 사재기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정말로 예측이 어려운 시황”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진정되면 원화환율 급락과 같은 현재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대출 기업 초비상…자금조달 차질 엔화대비 원화환율이 급등하는데 따라 대규모의 환차손 우려가 확산되며 엔화 대출기업과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의 투자자금 조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 달동안 엔화대비 원화환율 상승률이 무려 13.4%에 달하면서 엔화 대출기업들은 2~4%포인트 수준인 원화대출과 엔화대출간 금리차익을 고려해도 대규모 환차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만약 지난달 9일 50억원(약 6억7천만엔)을 엔화로 빌렸다면 상환해야 할 원금이 56억7천만원으로 한달새 6억7천만원이나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10일부터 외화대출의 용도를 국내 설비투자용과 해외 실수요 용도로 제한한 점도 엔화 대출자들에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운전자금으로 대출을 빌린 기업들은 만기연장을 할 수 없어 환차손을 입은 채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화대출자들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환위험 관리 요령을 담은 안내장을 배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연합
외국환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작년중 163억달러가 증가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21억달러가 추가로 늘어 지난 6월말 현재 44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엔화 대출은 140억5천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 미국발 악재에 따른 국내 증권시장의 급격한 침체는 기업의 직접자금 조달을 가로막고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며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랜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 하반기 들어 경기회복 조짐을 가시화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찬물을 끼얹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 신용경색은 미 소비심리 위축 및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환율 상승과 엔화대비 원화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수출기업에 ‘힘’이 될 수 있으나 그 효과의 지속 여부를 기대하기는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며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회복되고 있는 국내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경기회복 시점을 뒤로 늦추는 악재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해법 국내 시장 참가자들과 정부 당국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발 불안요인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쏠려있다.
특히 후폭풍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갖는 파워를 발휘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그 동안 신흥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늘렸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으로 이어지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 14일 골드만삭스가 자사 펀드 회생을 위해 30억달러를 긴급 투입한 데 이어 미국 자산운용사인 센티넬매니지먼트도 펀드환매 중단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투기성 매도가 몰리는 양상을 연출되기도 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닌데다 정확한 피해규모를 알 수 없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ㆍ일본ㆍ호주 등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이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서는 시점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해소시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현지시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170억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로써 FRB가 신용경색 위기가 고조된 이후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선 규모는 영업일 기준으로 5일에 걸쳐 총 880억달러에 달하게 됐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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