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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월스트리트에 부는 '사망채권' 바람
[글로벌 리포트]월스트리트에 부는 '사망채권' 바람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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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등 은행 · 보험사 앞다퉈 발행 … '안정적 소득원' 소문에 발행규모 급증 누군가 빨리 죽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남기는 ‘무시무시한’ 투자수단. ‘죽음’에 투자하는 이른바 ‘사망채권’이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사망 채권은 지금까지 월스트리트가 만들어낸 투자 상품 가운데 가장 소름끼치는 상품”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붕괴되면서 쓴 맛을 본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죽음’이라는 색다른 투자 기법을 고안해 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뉴욕 셰러턴호텔에서 열린 사망 채권 관련 컨퍼런스에는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UBS, 도이치뱅크, 리먼브러더스, UBS 웰스파고 등 세계 유수의 금융관계자 600여명이 참석,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사망 채권은 비싼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보험금을 일찍 수령하길 원하는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증서를 매입, 유동화한 다음 연금이나 헤지펀드에 되파는 투자 상품이다.
가령 70세의 노인이 생명보험증서를 현금화하고 싶다면, 투자자에게 보험금의 20~40%를 받고 판다.
중간 브로커는 5~6%의 수수료를 받고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이 투자자는 매월 매도자의 월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고,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수령해간다.
월가 투자은행은 이같은 보험 증권을 다량 확보, 풀(pool)로 만든 다음 유동화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분배해주는 식이다.
결국 보험 가입자가 일찍 사망할수록 생명결제회사는 더 많은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도박인 셈이다.
8% 안팎인 꾸준한 수익과 가입자의 수명 외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이 사망채권의 매력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사망채권이 인기를 끌게 된 데는 미국의 비싼 생명보험료 때문”이라며 “노후자금이 부족해 사망시 받을 보험금을 미리 타고 싶어 하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상대로 ‘생명 결제’를 대신 해주는 사망펀드의 수익률은 가입자의 수명 외엔,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 시황, 경기 변동 등과 상관이 없다”며 사망펀드의 시장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분석했다.
사망채권이 안정적인 소득원이라는 소문이 월가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최근 발행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던 새망채권 시장규모는 지난해 150억 달러로 급성장했고, 올해 3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에서는 정크본드(투자 비적격 채권) 시장과 맞먹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망채권과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사망채권의 시장 규모는 모기지 대출과 관련한 유가증권 시장이 수조 달러대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 적은 규모지만, 4년간 생명보험과 사망률과 연계한 채권 발행 총액이 67억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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