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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할인점 포화 … 슈퍼시장 놓고 '격돌'
[커런트]할인점 포화 … 슈퍼시장 놓고 '격돌'
  • 전민정 기자
  • 승인 2007.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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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유통업체- 점포수 대폭 확장 추진, 영세중소업체- 출점제한 등 규제 강화 요구 ‘대형 슈퍼마켓’ 으로 불리는 ‘SSM(Super Supermarket)’의 확산을 둘러싼 대형 유통업체와 일반 슈퍼마켓을 비롯한 중소형 영세 유통업체 간의 갈등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6월13일 산자부가 주최한 간담회 자리에서 신세계, 롯데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당초 올해 대형마트 신규 출점 계획을 52개에서 33개로 대폭 줄이겠다”며 중소유통업체와의 상생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를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들이 “그동안 상생협력을 위한 어떠한 사전협의도 없이 산자부로부터 일방적인 참석 통보가 왔으며, 핵심 이슈인 대형 마트 영업시간 규제나 최근 늘어나는 SSM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이유로 일제히 불참을 선언해 ‘반쪽짜리 간담회’라는 비난이 일었다.
연말까지 50개 이상 점포수 확대 대형 유통업체들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올해 더 이상 출점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현재 점포수가 포화상태인데다 부지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신 이들은 대형마트의 출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SSM의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100~10천평 규모의 할인점과 슈퍼마켓의 중간 형태 SSM은 출점 비용이 적게 들고 부지확보가 쉬우며 할인점이 흡수하지 못하는 소규모 상권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SSM은 대형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차세대 유통 업태로 각광받고 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도심지 주택가나 역세권에 즉석식품 중심의 소형 점포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현재 67개의 점포를 연말까지 8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는 2001년 5월 1호점(서울 전농점)을 처음 시작으로 2004년 3월 한화마트, 한화스토아 26개점을 인수한 데이어 지난 5월에는 빅마트 슈퍼마켓 체인 인수 작업을 마치고 14개 매장을 리뉴얼해 재개점했다.
이밖에도 신세계, 롯데, GS, 삼성테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대형마트보다는 SSM 개설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현재 GS슈퍼마켓, 롯데수퍼, 홈플러스 수퍼익스프레스 등 SSM 매장은 전국에 200여개에 이르며 올 연말까지 50개 이상이 추가로 오픈될 예정이다.
특히 전국에 125개의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농협도 2015년까지 6조원을 투입해 SSM 사업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 상권에 직격탄 … 상인 반발 거세 그러나 SSM은 동네 슈퍼나 중형 슈퍼마켓과 직접 경쟁할 수밖에 없어 재래시장 및 동네슈퍼 업주 등 중소 유통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2월 신세계의 이마트가 광명사거리의 재래시장 안에 있는 상가건물 지하에 380평 규모의 SSM 1호점을 입점하자 시장 상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으며, ‘롯데슈퍼 입점반대 창원시민대책위원회’ 소속 지역상인 50여명은 지난 5월17일 경남 창원시 서상동 롯데슈퍼개점에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1월23일에는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전국시장상인연합회 등 40여개 단체가 모여 프레스센터에서 ‘대형마트, SSM 확산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김경배 비대위원장은 “대형할인마트에 이어 대형슈퍼마켓이 출현해 영세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소상공인 보호·육성대책 강구에 정부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주장했다.
영세 상인들은 현재 골목상권까지 장악하려 드는 대기업의 대형 유통업체라는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심정이라고 토로한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과 최신 시설 및 서비스 공세에 밀려 동네슈퍼는 결국 고사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크다.
ⓒECONOMY21 표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차별적 점포 확장으로 인해 재래시장, 지역 영세상권, 동네 소규모 점포 등 중소 유통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96년 정부의 유통시장 전면 개방 조치로 대형마트의 출점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세 상권은 급속히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2월 국회 산업자원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6년 유통시장 개방 당시 2 75만1620개로 추산됐던 중소 유통업체의 수는 지난 2004년 61만1741개로 14만개나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대형마트의 수는 96년 28개에서 지난해 말 342개로 10배 정도 늘어났으며 매출 역시 2000년 10조5천억원에서 25조4천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그래프 참조). 유통 양극화, 지역경제 위축 우려 특히 이러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수익 집중 현상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양산한다는 점도 문제다.
유대근 우석대학교 유통통상학부 교수는 “대형유통업체의 수익 집중 현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복지 저해, 저품질의 공산품 범람 우려가 있으며 마트간의 과당경쟁은 중소납품업체의 납품단가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형마트의 배만 불릴 뿐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중기청 시장경영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출점에 따른 재래시장의 전후 매출은 18.7% 감소, 고객은 9.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대형마트의 이윤은 대부분 수도권 소재 본사로 집중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대형마트의 확산은 지역경제 위축에 영향을 주며, 특히 지역영세상인의 실업증가로 인한 서민경제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대형마트에 의한 중소유통업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짐에 따라 SSM 출점 규제, 대형마트 설립허가제, 영업시간 및 취급 품목제한, 점포간 거리 제한 등의 대응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대형마트 규제와 중소상인 보호와 관련된 10여건의 법안들에 대한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되었지만, 근거자료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법안심사가 통과되지 못했으며 6월 임시 국회에서도 뚜렷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WTO 협정 위배’, ‘소비자 복리증진 침해’, ‘국내 유통업 육성 저해’ 등의 명목을 내세워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규제책 마련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형마트 규제는 WTO 규정 위반’이라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국내자본과 외국자본 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영세점포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점포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으며 외국에서도 이미 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WTO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형마트의 무차별적 시장 잠식으로 영세 상인들의 생계 기반이 붕괴되는 것은 국민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책 당국자들은 지나친 시장 논리만을 내세우는 태도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전민정 기자 puri2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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